공(公)이라는 한자를 살펴보자. 공은 팔(八)자 밑에 사(厶)자로 형성되어 있는데, 위에 있는 팔(八)자는 팔방으로 개방된 공간을 뜻하고, 사(厶)는 주머니에 담는 모양을 그린 것으로 이익을 취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공(公)은 모두 다 지켜보는 가운데 이익을 분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가 있다. 예전에 모 방송에서 아마존강 지대의 원시 부족을 취재했는데, 그 부족이 멧돼지 한 마리를 사냥한 후 부족의 추장이 그 사냥물을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돼지는 한 마리인데 일곱 가족으로 나누려면 어떻게 나눠야 하는 것일까? 어떤 가족에게는 머리를 주고, 어떤 가족에게는 다리를 준다면 불만이 터져나올 것이다. 그렇다고 한 마리밖에 안되는데 정말 똑같이 나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그래서 추장이 고기를 나누는데 족히 한나절이 넘게 걸렸다. 한번 나눈 후 다시 가늠해서 조금씩 조절하고여 보태고 빼고, 전체 부족원이 불만없이 수용할 수 있도록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열심히 나눴다. 그래서 결국 사냥하는 시간만큼이나 나누는데 시간을 썼다. 이것은 공평하게 나누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인류는 많은 노력을 했고, 수학의 발달은 그 성과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인류는 ‘나누는 기술’의 영역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다. 이런 능력을 전문화한 집단이 직업으로 등장하는 것은 문명의 발달과정에서 자연스런 일이다.
한편 군주주의 시대에는 이익의 분배를 군주의 관점에서 행했다. 군주가 공인을 채용하는 주체였기 때문이다. 이제 민주주의 시대에는 어떻게 바뀐 것일까? 국민이 채용하는 주체가 된다. 그러니 민주주의 시대의 공인은 국민에게만 충성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말이 국민이지 정작 국민은 일정한 주체로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법으로써 보호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 7조는 이렇다. “①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②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민주주의 시대에서의 공인은 국민이 법으로써 신분을 보장하고, 오직 국민을 위해서만 봉사할 수 있도록 보호해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익의 쟁투에 있어서 공정한 입장을 취하기 위하여 공인이라는 직무가 탄생되었는데에도 불구하고, 개방된 공간에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이익을 분배하지 않고, 어두운 곳에서 소수의 이익에 봉사하고 거기에서 국민이 주는 녹봉 외에 또 다른 이익을 취하는 무리가 있다면 국민은 분연히 일어나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는 매우 엄정하고 중요하다. 왜냐하면 공인이 다루는 공공의 자산이 엄청 커졌기 때문이다. 지금 이 나라의 재산은 엄청나게 커져 있다. 지난 이명박 정권때 500조의 정부 부채가 늘었다고 한다. 늘어난 부채만 500조다. 그 500조가 국민들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지출되었는가? 그렇게 느끼는 국민들이 많다면 그것도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아니다, 복지 증가는 최소화되었다. 국민은 잘 알지도 못하는 곳이나, 아니면 국민들이 그렇게 반대한 사업에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 500조는 천만 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5,000만원을 의미한다. 한 정부가 자기 멋대로 국민들에게 그 정도의 부담을 뒤집어 씌웠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가만히 앉아서 빚 5,000만원을 부담하게 된 꼴이다. 개인빚이 아닌 공공의 빚이 그 정도다. 그것은 고스란히 세금 고지서로 날라올 것이다. 공인(公人)의 자격이 없는 자가 공인이 되었을 때 국민들의 피해는 너무 크다.
마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해 보라. 이장이 마을 사업을 벌인다고 해서 각 가구마다 5,000만원의 빚을 만들었다고 생각해 보라. 그 이장이 온전할 것인가? 그런데 나라에게 똑같은 일이 일어난 것을 국민들은 모른 채 한다.
엄청나게 커져버린 공공의 재화를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그 큰 재화를 다룰 자격이 있는 공인에 대하여 생각해야 한다. 공적 관점을 벗어났을 때 엄정하게 단죄해야 한다. 그게 돈을 버는 것이다. 정치가 돈을 벌어주는 것이다. 공공의 재물을 바르게만 써도 국민들에게 큰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인(公人)의 원래 뜻을 다시 되짚어 보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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