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이란 무엇인가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서 협동조합 설립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개인이나 단체별로 협동조합의 설립에 대한 문의가 이어집니다. 주된 관심은 ‘협동조합을 설립하면 지원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나요?’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협동조합은 자립, 자조의 조직입니다. 구성원의 필요를 모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업을 펼쳐나가는 조직이기에 사업비 지원은 없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영농조합이나 신규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은 내심 지원비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지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의 취지와 목적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못한 채, 자칫 우후죽순으로 난립할 경우 사회적 기업의 경우와 같은 잘못된 전철을 밟을 수 있습니다. 걱정이 앞서는 이유입니다.

한국의 경제적 상황을 잠깐 들여다보시죠. 최근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의 급증은 엄청난 사회적 문제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자살율의 급증과 OECD 최고의 출생률 저하 등 입니다. 국가예산에서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GDP의 6.9%로 OECD평균 21.3%의 1/3을 밑돌고 있습니다. 정부가 공공, 복지정책에 손을 뗀 지 오래인 채, 국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일자리 창출, 양극화 억제, 균형 발전의 기본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국가의 의무입니다. 빈곤 퇴치, 사회적 통합 등 국민을 위한 정책은 실종된 채, 소수 재벌을 위한 정부로 전락하여 ‘5대 95의 사회’가 되어 버렸습니다.
몇 가지 농업통계를 들어 보겠습니다.

MB정부 들어 농업소득은 급감하여 15년 전 수준보다 떨어져, 미진하게나마 증가하던 농가소득은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농업, 농민의 경제적 궁핍이 얼마나 더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도시근로자 대비 농가소득이 1998년 80%에서 2011년 59%로 떨어졌고, 도/농간의 격차는 갈수록 심화될 전망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농촌 내의 양극화의 심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도시의 양극화가 4.8배인데 반해, 농촌은 자그마치 11.7배로 농촌의 상위 20%와 하위 20%의 경제적 격차가 12배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MB정부 5년 동안 농업정책의 결과입니다. 문제는 앞으로의 5년. 도대체 얼마만큼 쑥대밭이 될지 예측조차 불가능합니다. 국가가 제 구실을 못하는 상황에서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되었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한국에서도 일어난 것이죠.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책임조차 방기하는 보수의 시대에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것이 협동조합입니다. 다른 나라도 그러하였다. 소위 사회적 히든카드인 셈입니다. 더 이상 기대하거나 의지할 곳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뼈아픈 각성이 시작됩니다. 자주(自主), 자립(自立), 자조(自助)의 조직 바로 협동조합입니다. 2012년 12월부터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은 정부나 국회의 산물이 아닙니다.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는, 사람 중심의 새로운 경제에 대한 민중의 아픈 반성의 산물입니다.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의 배경과 내용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는 현재의 경제구조가 얼마나 소수에게 편중되어 있는지,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전 세계적인 실업 증가와 복지 정책의 후퇴 등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를 안정적으로 극복하고 있는 도시에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바로 스페인의 몬드라곤, 이탈리아의 볼로냐, 캐나다의 퀘벡과 같은 협동조합으로 지역경제가 묶여 있는 곳입니다. (세계협동조합의 사례는 따로 소개하겠습니다.)
UN에서는 협동조합의 경제적 안정 효과 및 사회 통합 기능에 주목하며, 2012년을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하고, 각국에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법령의 정비를 권고하였습니다.
농협, 수협, 신협, 소비자 생협 등 8개의 개별법 이외에는 협동조합 설립을 못하게 하였던 우리나라도 ‘협동조합 기본법’을 제정하였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협동조합기본법제정 연대회의’등의 입법 청원의 결과였습니다. 어찌되었건 이제 ‘협동조합 기본법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5명 이상이 모여, 모든 분야에서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협동조합 기본법의 주요 내용

ㅇ (정의)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협동조합기본법 제2조)
ㅇ (사업범위) 공동의 목적을 가진 5인 이상의 구성원이 모여 조직한 사업체로서 그 사업의 종류에 원칙적으로 제한이 없음 * 다만, 금융 및 보험업 제외(법 제45조제3항)
ㅇ (의결권․선거권) 출자규모와 무관하게 1인 1표


우리는 지금껏 경제=자본, 돈벌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학교에서는 지금도 ‘자본 중심의 경제’만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지금까지 몰랐던 ‘사람 중심의 경제’가 있습니다. 세계의 도시들은 협동조합이 빈곤 퇴치, 일자리 창출, 사회적 통합의 대안임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20년 전 국내에 소개되었던 책 ‘몬드라곤에서 배우자’를 기억하십니까?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제 우리도 첫 발을 내딛고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하지요? 세계 5대양 6대주에서 협동조합 경제는 이미 15%를 차지하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1800년대 초 영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산업혁명으로 대다수의 노동자가 참혹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던 시절에, 스스로 대안 경제를 만들어 갔던 것이 기원입니다. 유럽 전역에 들불처럼 퍼진 협동조합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제시대를 겪으면서 협동의 정신을 강탈당하고, 독재시대를 거치면서 거세당해 왔습니다.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이제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사람의 경제가 시작된 것입니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1895년 창설한 세계 협동조합의 유일한 국제기구입니다. ICA는 협동조합이 일반 주식회사와 어떻게 다른가? 제대로 된 협동조합은 어떠하여야 하는가를 원칙으로 정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 국제협동조합연맹(ICA, Intrenational Cooperative Alliance) 협동조합 7대원칙

1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
▪협동조합은 자발적이며, 모든 사람들에게 성(性)적․사회적․인종적․정치적․종교적 차별 없이 열려있는 조직이다.
2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조합원들은 정책수립과 의사결정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선출된 임원들은 조합원에게 책임을 갖고 봉사한다.
▪조합원마다 동등한 투표권(1인 1표)을 가지며, 협동조합연합회도 민주적인 방식으로 조직·운영
3
조합원의경제적 참여
▪협동조합의 자본은 공정하게 조성되고 민주적으로 통제한다.
▪자본금의 일부는 조합의 공동재산이며, 출자배당이 있는 경우에 조합원은 출자액에 따라 제한된 배당금을 받는다.
▪잉여금은 (1) 협동조합의 발전을 위해 일부는 배당하지 않고 유보금으로 적립 (2) 사업이용 실적에 비례한 편익제공 (3) 여타 협동조합 활동 지원 등에 배분한다.
4
자율과 독립
▪협동조합이 다른 조직과 약정을 맺거나 외부에서 자본을 조달할 때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가 보장되고, 협동조합의 자율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5
교육, 훈련 및 정보 제공
▪조합원, 선출된 임원, 경영자, 직원들에게 교육과 훈련 제공
▪젊은 세대와 여론 지도층에게 협동의 본질과 장점에 대한 정보 제공의 의무를 가진다.
6
협동조합 간의 협동
▪국내, 국외에서 공동으로 협력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협동조합 운동의 힘을 강화시키고, 조합원에게 효과적으로 봉사한다.
7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조합원의 동의를 토대로 조합이 속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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