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치권 모두의 책임…반성과 회개의 계기삼아야

   
▲ 검찰의 부안군공무원 승진서열명부조작의혹 수사가 진행되면서 부안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이미 관련 공무원들이 소환조사를 받았고, 구속기소되거나 법원에 구속영장이 청구돼있는 공무원들도 있어 검찰수사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명사초청강의를 듣고 있는 부안군 공무원의 모습.
대외비문서를 하급공무원이 맘대로 조작할 수 있을까
민선 5기 동안의 잘못된 인사관행들이 곪아 터진 것

부안군 공무원승진서열명단 조작의혹 전말을 추적한다


부안군 민선시대의 일그러진 자화상

부안군 공무원 승진서열명단은 대외비 문서로 분류된다.
분량도 1백여 페이지 약 5권으로 만만치 않은데다 한 권씩 책자형태로 제본화 돼 특별하게 관리되는 문서다.
이러한 중요문서가 분실됐다는 점에 대해 공무원 내부에서 조차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검찰이 수사중인 공무원승진서열명부 사건을 이해하기위해서는 먼저 부안군 민선 5기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역정치권과 일부 공무원들은 지난 민선 3기 시절부터 공무원들을 줄세우는 잘못된 관행이 생겼다고 말한다.
물론 민선 1기 강수원 전 군수와 민선 2기 최규환 전 군수시절에도 인사비리가 전혀 없었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민선 3기인 김종규 전 군수이후 공무원들의 인사가 ‘노골화된 정실’로 흘렀다는 점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6급은 3천만원, 5급은 5천만원’이라는 말이 단순한 소문이 아닌, ‘공공연한 비밀’로 드러난 것도 이 때부터라는 것이다.
민선시대가 지방자치를 발전시키고 풀뿌리민주주의를 꽃피우는 것이 아닌, 추악한 돈거래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잘못된 공무원 줄세우기 관행이 사건의 발단

이번 공무원 승진서열명부 조작의혹사건은 이와 같이 그릇되게 일반화된 부안군의 공무원인사체계에서 비롯됐다.
사건은 지난 2008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호수 현 군수가 2007년 보궐선거에서 통합신당후보로 공천을 받은 뒤 김종규 후보를 물리치고 민선 4기를 열었다.
김호수 군수는 최규환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당선된 만큼 많은 지지자들을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었고, 실제로 당시 통합신당의 캠프에는 ‘反 김종규’인사들이 함께 연대하여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이미 통합신당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합당으로 탄생된 정당인만큼, 대법원에서 고등법원 파기환송심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병학 전 당선자의 세력들도 상당수 김호수 후보의 선거를 도왔다.
방폐장사태의 아픔을 겪은 부안군민들은 방폐장사태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反 김종규 연대’를 형성하면서 김호수 후보를 지지했고, 이에 대응하여 무소속 김종규 후보는 고정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재기를 모색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부안군민들의 민심은 ‘위대한 부안, 잘사는 군민’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김호수 후보를 지지하였고 선거결과는 3천여표가 넘는 표차이로 김호수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취임후 6개월만에 승진서열명부 분실이라니

김호수 군수의 당선은 방폐장사태로 찢어지고 분열된 부안군민들의 간절한 희망의 표현이었다.
이병학 전 당선자의 당선무효형으로 군정이 2년여 표류하면서 부안군민들은 또 다시 잘못된 지역정치권에 절망하고 좌절했기 때문이다.
김호수 군수는 민선 4기 출범이후 군정의 지표를 ‘통합’에 두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공무원들에게는 줄세우는 공직문화를 척결하겠다며 공무원들도 그런 마음을 버리라고 취임후 각종 연설에서 자주 언급했다.
그러나 군수 취임이후 첫 번째 인사단행(2008년 6월)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 승진서열명부분실이라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지역일각에서 제기되는 김호수 군수의 당선에 따른 논공행상과정에서 나온 비리와 부조리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분실된 부안군 공무원승진서열명부는 이병학 전 당선자를 대신해 2년여 동안 군수직을 대행하던 유영렬 부군수체제하에서 만들어졌다.
만일 그 서열명부가 잘못돼 있었다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바로잡았으면 될 일이다.
다시 말해, 유영렬 군수권한대행이 공무원 인사근무평정을 잘못했다거나 법과 규칙을 어겼다면 감사를 통해 이를 낱낱이 지적하여 정상화시키면 될 일이란 뜻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김호수 군수의 민선 4기가 시작된 지 6개월만에 승진서열명부는 분실처리됐고, 이를 무마하려는 과정에서 사건이 더욱 확대되고 말았다.

장공현 의원의 군정질문, 그리고 검찰의 수사착수

공무원승진서열명부의 분실은 2008년 5월에 발생했다.
지금으로부터 5년전의 사건이다.
그런데 5년전의 일이 불과 6개월전인 지난 해 12월에 갑작스레 불거졌다.
그렇다면 지난 5년 동안 공무원승진서열명부분실사건은 비밀속에 묻혀져 있었단 말인가.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장공현 군의원의 군정질문이 사건의 도화선이 됐다는 게 많은 공무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장공현 의원은 면장을 역임한 5급 지방사무관 출신으로 군정에 대해 나름대로 노하우와 식견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많은 후배공무원들을 알고 있고 그들로부터 듣는 정보도 많았을 것이다.
장공현 의원이 어떤 경로를 통해 서열명부분실사실을 알아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장의원 나름대로 믿을 만한 소식통에게서 정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해 12월 군정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군정질문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이를 인지한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부군수의 자살 ‘충격’…검찰수사의 향방, 군수와의 관련성과 책임론

검찰수사는 올 해초부터 내사과정을 거쳐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지난 달 12일에는 서열명부 분실당시 7급 공무원인 배 모씨를 전격 구속했고 지난 3일에는 당시 6급 인사담당이었던 이 모씨와 비서실장인 신 모씨를 구속하기로 결정하고 법원에 구속영장발부를 신청했다.
법원도 검찰의 구속영장발부 취지에 공감하고 지난 5일 영장을 발부했다.
이 과정에서 김호수 군수 재임 최초의 부군수였던 박 모 전 부군수가 고향인 진안군의 선산에서 목을 매 자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승진서열명부의 조작이 아닌, 공무원인사에 따른 댓가성 금품수수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관련 공무원 소환과 계좌추적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인사권자인 군수의 개입여부와 관련성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이렇듯 검찰의 수사가 잠시 진정되는 상황에서 다시 확대되는 양상으로 전개되자 일부 지역주민들은 군수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공무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인 군수가 함구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피해와 의혹을 더욱 키울뿐만 아니라 부안군 행정을 책임지는 대표자로서 너무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신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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