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무료봉사 실천하는 서울미용실 설희자 원장

누구나 마음속으로 봉사활동을 펼치며 이웃사랑을 생각하지만 실천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독거노인을 위한 미용봉사활동을 펼치는 부안읍 서울미용실 설희자(60) 원장은 그런 점에서 모범이 되고 있다.
지난 1982년부터 미용과 인연을 맺은 설희자 원장은 살아온 인생의 절반이상을 미용에 몸담았다.
독거노인을 위한 그녀의 미용봉사활동은 가장 아름다운 마음으로 실천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
설 원장이 독거노인을 위해 봉사활동을 펼치기 시작한 지는 올해로 20년을 넘고 있다.
설원장은 당시 서울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동네 어른들을 만나 부모님 같다는 생각에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덥수룩한 머리의 어르신들이 서원장의 솜씨로 한결 깔끔해지는 것을 보면서 만족해하는 모습이 무료봉사활동을 하게 된 원동력이라고 회고한다.
이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으로 무료봉사활동을 펼치자 주위로부터 오해도 만만치 않았다.
다름 아닌 인근 미용실들과 미용협회로부터 시샘 아닌 시샘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용협회에서도 어르신들을 위한 설원장의 봉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순수한 봉사임을 알고 나중에는 많은 격려와 함께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다고 한다.
서울과 전주에서 20여 년 동안 미용봉사활동을 펼친 설 원장은 부안으로 내려온 지금도 종종 다시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자신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이들을 위해 설 원장이 해줄 수 있는 건 바쁜 시간을 쪼개어 파마와 염색을 해주고 오는 것 뿐이다. 그것도 파마와 염색에 들어가는 재료비만 받을 뿐 자신의 미용실력은 돈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과 인연을 맺은 분을 위한 봉사의 마음이 변치 않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설원장이 어르신들에게 이와 같이 인기를 끄는 것은 설원장의 따뜻한 마음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갈고 닦은 그녀의 실력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대체로 미용봉사는 미용학원생들이 현장실습삼아 경로당과 기관을 찾아 봉사를 펼치곤 하는데, 30여 년의 미용경력을 가진 헤어디자이너의 탁월(?)한 솜씨에 많은 어르신들은 안심하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해달라고 살짝 귀띔하기도 한다고 전한다.
“어머니가 요양원에 있을 때 미용학원생들이 현장실습을 왔어요. 신경쓰지 않고 늘 하던대로 묵묵히 어른들의 머리를 다듬고 있을 때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많은 분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봉사와 함께 실력을 인정받는 느낌이어서 보람과 함께 흐뭇한 기분이 들었어요”
20년 동안 설 원장의 손을 거쳐간 독거노인의 수는 헤아릴 수 없다.
이처럼 늘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정성을 들여 머리를 다듬어 주는 일이 설레고 즐거운 일이라고 말하는 설 원장에게도 아픔은 있다. 다름 아닌 항상 보이던 분들이 작고하셔서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다. 또한 이 세상과의 작별을 준비하며 영정사진을 찍기 위해 여러 가지 요구를 말씀하시는 어르신들을 만날 때면 가슴이 미어져 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요양원이나 기관을 방문하는 날이면 맨발로 반겨주시던 분들이 어느 순간 보이지 않아요. 그런 분들은 세상을 떠나신 분들이 대부분이죠. 처음엔 저려오는 마음에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반드시 더 좋은 세상으로 가셨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답니다”라며 씁쓸하게 웃는 설원장의 표정엔 슬픔이 묻어난다.
설 원장은 요즘 한가지 고민아닌 고민이 있다고 털어 놓는다.
바로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온 지 이제 6개월에 불과해 연고가 없어 봉사활동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9월 부안에 내려와 계화도 하리 경로당에서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자신의 미용실이 위치한 부안예술회관 근처에서도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사람수가 적어 아쉽다고 한다.
이를 위해 썰 원장은 최근 출석하는 교회 담당자에게 봉사의 뜻을 말하며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손길이 언제 필요할지 몰라 미용도구를 항상 차에 가지고 다니고 일을 그만둬도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미용봉사만큼은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는 설희자 원장. 미용실을 동네사랑방처럼 누구든지 편하게 찾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그녀의 소박한 꿈이 이뤄지길 응원해본다.
정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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