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실력, 젊은 사람보다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클릭 이사람 - 매일 운전하는 이재종 할아버지

▲ 이재종 할아버지
사이드미러를 예의주시하며 마당에 주차된 차를 능숙한 운전솜씨로 병원으로 향하는 10년도 훌쩍 넘어보이는 차.
차의 주인공은 행안면 정금마을의 이재종(93세) 할아버지다.
지난 1986년에 면허를 취득하여 27년 무사고의 운전경력을 보유중인 이재종 할아버지는 66세에 한번에 합격했다. 이듬해인 1987년부터 운전을 시작하셨다는 할아버지는 80세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부산, 강원도 등 장거리 운전도 즐겨 하셨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주까지 거뜬하게 다녀오셨다지만 지금은 할머니와 자녀들의 걱정이 너무 커 장거리 운전은 하지 않고 읍내에 있는 병원과 은행, 시장 등 인근 지역에 다닐 때만 애용하신다.
병원이나 은행 등 할아버지의 운전모습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몇몇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만큼 특별한 볼거리 일지도 모르지만 마을 사람들과 단골주유소 등 할아버지의 운전실력을 아시는 분들은 평범한 운전자에 불과하다. 할아버지 차에는 ‘초보운전’같은 푯말도 없을만큼 할아버지는 뛰어난 운전실력을 가졌다.
27년의 운전기간 동안 사고는커녕 과태료나 벌금조차 내본 적이 없다는 할아버지. 특별한 운전에 대한 신조는 없지만 할아버지는 규정속도나 신호, 안전거리 준수 등 교통안전규칙만큼은 절대로 어기는 일이 없다. “규정속도 준수하고 신호 잘 지키고,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양보해 주는 데 사고 날 일이 있겠어? 오히려 사고나는게 이상한 거지”라며 미소를 보이신다.
“몇년전에 딸의 차를 타고 서울을 갔었어. 근데 딸이 규정속도를 조금 넘은거야. 딸에게 그랬지. ‘규정속도를 또 넘으면 두 번 다시는 너의 차를 타지 않겠다’고. 그래도 지키지 않길래 딸의 차는 타지 않았어. 그랬더니 그 후로 규정속도를 딱 지키더라고”면서 껄껄 웃으시는 할아버지의 말씀속에서 교통안전규칙만큼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강한 신념이 엿보였다.
택시를 타게 되면 병원과 은행, 시장까지 모두 들리기는 힘들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할머니는 유모차 없이는 많이 걷기가 힘드시다. 할머니의 유모차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트렁크에서 걱정해주는 할머니를 배려하는 할아버지의 사랑이 엿보인다.
자녀들이 걱정해주는 게 고맙지만, 오히려 본인 걱정보다는 매일 자녀들의 운전이 걱정되어 서울에 있는 자녀들이 내려올때면 자녀들 걱정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신다.
운전을 하는데 불편한 거 하나 없고 무사고의 운전경력과 교통규칙도 일일이 지키시는 할아버지는 올해 10월까지만 운전을 하실 계획이다. 할머니의 걱정도 부담스럽지만 자녀들이 걱정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자녀들의 걱정을 덜게 해주고 싶어 보험이 만료되는 올 10월까지만 할거라고.
“어느 부모나 자기 아들과 딸 걱정하는 건 똑같아. 애들이 다 컸어도 내 눈에 안보이면 늘 걱정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지. 더할 수 있는 운전이지만 이제 그만할까해. 애들도 부모의 입장에서 걱정할 줄 아는 입장이 됐으니 나라도 짐을 덜어줘야겠지”라며 올해 말이면 그만두게 될 운전을 아쉬워 하시는 할아버지.
어느 땐 고속도로를, 어느 때는 비포장 산길을, 어느 때는 길도 없는 사막을 달려야 할 때도 있는 것처럼 인생길이라는 게 누구에게나 늘 잘 닦인 길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시시때때로 인생길의 적정 속도와 적정한 길을 잘 찾아내어 안전운전으로 완주하실려고 하는 게 할아버지의 소임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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