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 주민투표 정신을 진정으로 계승하는 길

주용기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지난 2월 14일은 9년전 부안군민이 핵폐기장 유치여부에 대해 찬반 주민투표를 벌인 날이었다. 객관적인 주민투표 관리를 위해 전국의 시민사회단체와 종교 성직자들이 참여해 맡아 진행했고, 축제 분위기 속에 모범적인 주민투표가 이루어졌다. 아시다시피 투표결과를 통해 유치반대라는 부안군민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그 결과를 무시하다가 1년 정도 지난 후 슬그머니 핵폐기장 건설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그렇다면 2.14 주민투표를 기념하면서 단지 기억으로만 간직할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을 다시 되집어 보고 계승에 나서야 하겠다. 먼저, 2.14 주민투표는 부안군민들의 자발적으로 투표를 통해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보여주었다. 이는 바로 부안군민들이 핵에너지 정책이나 핵폐기물의 위험성에 대해 깊이있는 학습과 토론을 통해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부안군민 스스로 지역현안에 대해 지속가능한 부안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토론과 학습을 하고, 대안마련을 위해 끊임없이 모색해 왔는지 스스로 자문해야 하겠다. 혹시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반성해야 하겠다. 이를 통해 다시 자발성과 민주성, 협동과 신뢰의 마음, 공동체 정신을 되찾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둘째, 2.14 주민투표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의사결정이 결국 정부가 정책에 반영시킬 수 밖에 없는 민주주의 승리를 실천으로 보여 주었다. 그리고 새로운 방식의 지속가능한 부안발전을 위해 다양한 의견들이 모아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현재 이같은 부안군민의 자발성과 민주적인 의식을 부안군청과 각 기관들이 부안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활용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부안군 행정이 군민과 협치를 통해 지속가능한 부안사회 건설에 얼마나 나서고 있을까. 부안군수를 비롯한 군의원들이 지역발전과 현안에 대해 부안군민과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협의하는 토론회와 공청회를 얼마나 자주 진행하고 정책에 반영했는지, 그리고 협치기구인 지방의제21과 같은 구조를 만들어 운영하지는 않는지 의문이 든다. 농협, 수협 등 지역사회의 많은 공적 조직들도 마찬가지다. 각 기관들의 대표나 임원들이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고 조직의 이해당사자는 물론 부안군민들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고, 이행계획을 세워 실천에 옮기는 노력해야 하겠다. 부안군민과 함께 주민자치, 지역자치 역량을 기르고, 이를 동력으로 지속가능한 부안사회를 만드는데 부안군 행정과 각 기관들이 새롭게 판단하고 노력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셋째, 2.14 주민투표는 전국적으로 수많은 시민사회단체와 종교 성직자들이 참여해 핵없는 사회, 지속가능한 부안발전을 위해 서로 고민하고 협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는 결국 지속가능한 부안을 만드는데 부안내의 역량 뿐만이 아니라 국내의 수많은 지지세력을 얻게 된 것이다. 이들과 협력관계를 맺어 부안사회에 커다란 도움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이는 누구도 만들기 어려운 소중한 자산이다. 그런데 여전히 이같은 후원, 지지세력들을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주민투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박원순 변호사는 부안군민과 끈끈한 관계를 맺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이후 부안군과 어떤 협력적 관계도 맺지 않고 있다. 이는 박원순 시장이 관심을 갖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부안군과 부안군민이 적극적인 초청과 협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서울은 박시장이 당선된 이후 아주 다양한 시민참여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아주 모범적인 사례들을 많이 만들고 있어 다른 지자체에서도 정책을 배우기 위해 서울시를 많이 찾고 있다. 그리고 거대 도시인 서울에 자기들의 농수산물을 직접 팔기 위해 다양한 공동 협력을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부안군도 적극 나서서 서울시장을 초청하고 서로 협력사업을 만드는 노력에 나서야 할 것이다.
9년이라면 짧을 수 있지만 상당히 긴 시간이다. 부안군민이 어려운 시기를 같이 지냈으면서도 같은 경험을 나누었다는 것은 아주 소중하다. 이를 계기로 부안공동체를 올곧게 만들고 지속가능한 부안발전을 위해 소중한 자산으로 삶을 수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부안은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있다. 부안의 모든 구성원이 다시금 2.14 주민투표를 기념하면서 새로운 지속가능한 부안사회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천에 나서 줄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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