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1) 청자상감구름학무늬매병,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제68호
▲ (사진2) 청자상감용무늬매병 세부,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소장
▲ (사진4)청자상감구름용무늬매병 국립전주박물관 소장

 

 

 

 

 

 

 

 

 

 

 

박물관에 오시는 분들에게 청자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고 하면 구름학무늬가 들어간 매병을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매병은 다른 기물에 비해 크기가 크고, 무늬도 화려하기 때문에 눈에 쏙 들어오구요, 무엇보다도 예전에 TV에서 애국가가 나오면 화면에 구름학무늬가 가득한 청자매병이(사진1) 등장하곤 했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익숙한 모습으로 기억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부안에서 만들어진 고려청자 매병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부안의 고려청자 매병은 참으로 특별한 기물에 속합니다. 그 이유는 크기에 있는데요, 보통의 매병은 30㎝ 내외이지만 부안의 매병은 크기가 50~100㎝ 되는 대형도 만들어졌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큰 부안의 고려매병을 ‘대매병(大梅甁)’이라 부르는데, 유천리(柳川里)에서만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매병의 존재는 일제강점기에 부안 청자가마터에서 유출되어 현재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유천리 일괄유물 중에 섞여 있는 파편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높이가 80㎝에 달하는 상상을 초월한 크기의 용무늬 매병은 비록 일부가 훼손된 상태이지만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는 매병 어깨부분의 복사무늬(袱紗紋, 비단(緋緞) 보자기 무늬를 새겨 넣은 것)와 온 몸을 감싼 용트림, 용의 발과 갈기, 비늘과 강한 기를 내뿜는 용의 얼굴에서 고려의 기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사진2)
대매병은 우리나라 고려청자 중에서도 매우 드문 예로서 선문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청자상감파도용무늬매병(사진3)은 높이 80.5㎝로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완형의 매병 중 가장 큰 유물입니다. 그리고 전라북도 전주에 소재하는 국립전주박물관에는 청자상감구름용무늬매병(사진4)이 있는데 높이 52.5㎝로 이 유물도 대형에 속합니다.
대매병은 13세기 무렵에 제작된 청자기물로 실용적인 의미보다는 관상용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알려진 예가 적어 희소가치는 매우 높습니다.
이처럼 커다란 기물을 청자 흙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부안 청자 장인의 뛰어난 기술력과 피나는 노력의 산물입니다. 원래 청자를 만드는 흙의 성질은 50㎝가 넘는 기물을 만들면 높이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리기 때문에 규모가 큰 것을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런데 유독 부안에서는 50㎝가 넘는 의자와 매병 등을 생산해 냈습니다. 부안의 청자 흙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본 일부 사람들은 입도가 크기 때문에 높게 만들어도 버티는 힘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기도 합니다만 아직은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부안 유천리 고려청자 대매병의 비밀!
이 큰 청자를 어떻게 만들었으며, 왜 만들었는지 과학이 발달한 첨단시대에 사는 우리가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입니다.
그래서 더 신비로운 것일 수도 있구요.
우리가 사는 전라북도 전주에 있는 국립전주박물관 2층 미술실에 가시면 귀하디 귀한 부안에서 만들어진 고려청자 대매병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작은 구름 한 점을 머리에 이고,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는 얼굴의 용이 매병 안에서 우리를 반겨주고 있습니다.(사진4)
겨울 초입, 스산한 바람이 마지막 떨어지는 낙엽을 재촉하지만 아마 이 용을 보시면 다시 봄날 같은 따스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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