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경찰 등 지도 단속으로 "입시 경쟁 위주 교육구조 문제"

지난 7일 오후 7시께 전주시 ‘객사’ 앞. 고1 학생들의 내신등급제 반대시위가 예정됐던 이곳에서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학생들 대신 교사 200여명과 경찰들이 객사 정문 앞을 지켰다. 고1로 보이는 학생들 몇 명이 주변을 맴돌았지만 교사들의 지도 단속으로 서둘러 자리를 떴고 집회는 성사되지 않았다.

학생들의 촛불시위 움직임은 서울 한 시민단체가 준비한 ‘입시경쟁 교육에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촛불 추모제’에 고1 학생들이 집단적인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각 지역까지 확산됐다. 전주에서도 ‘객사 앞에서 촛불시위를 하자’는 문자가 행운의 편지처럼 학생들의 핸드폰을 타고 확산됐다.

전북도교육청은 교육부가 내놓은 집회불허 공문을 일선 학교에 하달했고 일부 학교에서는 ‘시위 참가시 정학 등의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압력을 학생들에게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두발 자율화를 위한 촛불집회가 예정된 14일에 다시 집회를 하겠다는 계획이나, 7일처럼 지역에서 촛불집회가 다시 시도될 지는 미지수다.

학생들의 이 같은 집단행동 움직임의 배경에는 교육부가 발표한 ‘내신등급 상대평가제’를 주요 골자로 한 2008학년도 대학입시정책이 있다. 이는 일명 ‘저주받은 89년생’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 내며 학생들의 분노를 더욱 치솟게 만들었다.

기존의 학생부 성적 절대평가를 상대평가로 바꾸고 입시에 내신반영 비율을 높이겠다는 교육부 대책에 학생, 학부모들은 ‘입시부담을 3년 내내 안고 살아야 된단 말이냐’며 분노하고 있다.

“내신등급제는 저희들끼리 얘기할 때도 문제가 많다고 다들 그래요. 벌써 나부터도 친구들에게 노트도 잘 안 빌려주거든요. 그래서 우리 뜻을 알리려고 한 건데, 아예 아무 것도 못하게 막는 건 너무 심해요.” 7일 객사 근처를 배회하던 한 고1 학생의 이야기다.

반면 현장 교사들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내신강화가 필요함을 조심스럽게 지적한다. 전교조 전북지부의 서경덕 정책실장은 “오히려 학생들의 분노를 이용해 교육 서열화를 강화시킬 수 있는 본고사 부활을 시도하려는 일부 보수층의 움직임을 우려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학교교육이 입시경쟁 위주로 가는 한 임시처방식의 제도로는 어떤 것도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전주 A고의 J교사는 “어떤 제도를 들여와도 학생들간의 경쟁과 입시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대학 서열화에 바탕을 둔 입시구조가 문제 아니겠냐”고 말했다.

수능에, 내신등급에, 가시화되고 있는 대학별 고사에 삼중고를 안고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의 분노는 단순한 내신등급 찬반을 넘어 우리 사회의 교육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참소리> 최인화 tori@icom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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