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안철수 두 부산사나이에게 전라도 개땅쇠가 한 말씀 드리겠다.
전라도 땅에서 대대로 흙 만 파먹고 살던 우리 조상님들은 벼슬아치와 양반 지주들 등쌀에 피골이 상접하여 죽지 못해 살다가 결국 죽창을 들게 되었다. 백이십 여 년 전 일이다. 서면 백산이요, 앉으면 죽산이란 말이 전해지듯 높지 않은 야산에 흰옷 입고 죽창을 들고 모였다. 백성이 곧 하늘이란 말에 신바람이 났다. 공주 우금치에서 일본놈 기관총에 가을 논 추수 때 벼 쓰러지듯 모두 스러졌어도 질긴 목숨 끈질기게 이어왔다. 그리고 독재자 이승만을 몰아냈다. 4월 산비탈에 핀 진달래꽃 같은 피 뿌리며 민주주의를 바로 세웠다. 50 여 년 전 아버지 때 일이다. 또 우리 형제는 5월 광주항쟁으로 대를 이어 목숨을 바쳤다. 이렇게 피를 먹고 산다는 민주주의를 지켜왔다. 이것이 우리 전라도 개땅쇠 집안 내력이다.
전라도 농투산이가 안철수, 문재인 두 부산사나이에게 간곡하게 호소한다.
두 분 모두 많이 배운 지식인이기 이전에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멋있는 사나이이기에 이 무지랭이의 소박한 꿈을 알아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부탁한다. 꼭 정권교체를 이루어 달라. 우리네 상놈들 등쳐먹던 탐관오리를 혼내주는 어사 박문수가 되어다오. 일본놈 친일파 매국노를 박살냈던 독립군이 되어다오. 군사반란에 영구집권을 노리던 군사독재를 무너뜨린 시민군이 되어다오. 우리네 무식한 농사꾼은 매판자본, 신자유주의, 경제민주화, 정치개혁 이런 어려운 말 잘 모른다. 그저 전라도 사람 김대중이가 우리네 백성들이 주인된다는 민주주의를 한다고 해서, 남북통일을 한다고 해서 찍어주었다. 부산사람 노무현이가 의리있고 뚝심 있게 보여 찍었다. 대북송금수사, 연정제안에 많이 서운했어도 다 용서했다. 예뻐서가 아니다. 고부군수 조병갑 무리를 몰아내고, 친일파 이완용이를 물리치겠다면 그 누구도 다 좋다. 독재자를 몰아내겠다면 문이든 안이든 다 좋다. 과거에 역적은 3족을 멸했단다. 독립운동하면 3대가 빌어먹는단다. 지금도 뭐라든가? 민주화운동, 반독재투쟁, 노동쟁의 이런 것 하면 가난뱅이가 된다는 것은 옆에서 봐도 잘 알겠더라.
사법고시 합격한 변호사요, 서울의대 졸업한 컴퓨터 박사인 두 분께 무식하고 가난한 전라도 무지랭이가 삼년 가뭄에 비 기다리는 마음으로 간절히 바란다. 꼭 단일화를 이루어 달라. 이놈 세상 저놈 세상 다 겪어봤지만 우리네 생활 팍팍하기는 마찬가지더라. 정치쇄신은 당신들 일이다. 박근혜가 경제민주화라니 자던 소가 웃을 일이다. 우리는 애초부터 안 믿었다. 개나 소나 다 말하는 정치쇄신이니, 경제민주화니 그런 말 하지마라. 우리는 복잡한 것 모른다. 서울로, 전주로 아들 두 놈 대학 보내느라 등허리가 휜 옆집 친구는 대학 등록금 반값이란 말에 혹하고, 젊었을 적 외지로 떠돌며 대처 밥 꾀나 먹었다던 초등학교 동창은 정치가들 욕하며 새로운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문다.
순박한 옆집 친구나 따따부따 잘하는 동창생이나 윤똑똑이 들일 뿐이다. 나는 안다. 우리네 농사꾼 도와줄 사람 아무도 없다는 것을. 당신들도 아니라는 것을. 다만 독재의 유산을 물려받지 않았기에 당신들에게 실날만큼 기대라도 하는 것이다. 당신들이 부자들만 위하고 제 주변사람들 돈벌이나 챙겨주며 거짓말을 일삼는 못된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이 전라도 농사꾼은 간절히 부탁한다. 그러니 그저 단일화해서 제발 정권을 바꿔라. 오직 이것 하나다.
다행이도 당신들 두 분이 함께 마주보며 국민들 앞에서 약속을 했다. 지금까지 당신들이 보여줘 온 이 아름다운 모습을 끝까지 유지하며 전라도 개땅쇠를 감동시켜주기 바란다. 혹시라도 단일화 과정에서 추한 모습을 보인다면 단일화가 무슨 소용이냐. 정권교체가 어려운데. 당신들이 훌륭한 사람인 것은 안다만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단일화를 못하면 역적이 된다. 전라도 개땅쇠의 충정이자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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