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3월 16일 94세 일기로 그는 세상 떴습니다
통일 보지 못했습니다
광주 허백련 제자들은 지기 허 화백 옆에 안장하길 바랐으나
그는
자신 때문에 말없이 고생살이하다 먼저 간 부인 곁에 눕고자 했습니다
꽃상여가 그가 걷던 황톳길을 되밟아 가자
사람들은 뒤늦게 애달파했습니다
보리밭 더욱 푸르렀습니다
고랑물 더 낮은 곳으로 흘렀습니다


백산면 대수리 야산 자락에 손수 지은 지운 김철수의 토담집(지운당)이 있다. 그 밑으로 양지 바른 곳에 겨울 칼바람 같은 감시 속에서도 갈라진 민족 현실을 안타까워했고 꽃과 나무와 땅과 이웃을 사랑하다 묻힌 그의 무덤이 자리한다. 곁에 외로이 “내 죽거든 비석에 아무것도 새기지 말라.”에 충실한 백비(白碑)가 서 있다. 민족 통일을 꿈꾸며, 지조와 청빈한 삶을 실천하며 세상에 남긴 숱한 일화를 쓰고 싶었다. 그가 오늘 그리운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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