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요즘 논에서는 모내기가 한창이다. 밤낮없이 힘들에 일하는 농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농민들의 수고스러움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알다시피 논은 탄수화물인 쌀을 생산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이러한 쌀을 생산하기 위해 논에 물을 공급한다. 일부 직파 재배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대부분 논에 물을 가두어 모를 키우고 있다. 모내기 할 때부터 벼 베기 적전까지 물을 대고 벼를 키운다. 즉 습지 중의 하나인 인공습지가 되는 것이다.

자연습지는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닌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늪이나 갯벌을 말한다. 인공습지는 자연습지보다는 생물다양성이나 생태적 기능이 떨어진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인공습지를 자연습지로 바꿀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인공습지인 논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더욱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어느 정도라도 생태적 기능을 하는 방식으로 농사 짖기를 권장할 필요가 있다. 이는 화학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방식의 농사법을 사용해야 만이 가능하다.

이런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면, 논에는 벼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게 된다. 각종 물속 곤충과 개구리밥 등 수생식물, 미꾸라지, 송사리 등 어류들도 서식하게 된다. 이들을 먹기 위해 백로류, 오리류, 도요물떼새 등 물새들도 찾아온다.

여기에 농민도 안전하고 건강한 쌀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소비자들에게도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농민들의 마음에 신뢰를 갖고 쌀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겨울이 되면 논물을 완전히 빼지 않고 무논을 조성한다면, 겨울철에도 많은 생물이 서식하고 겨울 철새들도 찾아올 것이다. 논을 통해 사람과 자연생물이 생명공동체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불과 30여년 전만 해도 우리 농촌의 어디에서든 체험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께서 농사를 졌었다. 그래서 논둑을 따라다니면서 개구리도 잡고 뜸부기 소리도 들으면서 다니던 생각이 난다. 물방개와 땅강아지, 드렁허리, 미꾸라지 등을 잡아 놀기도 하고 어떤 생물은 먹기도 했다. 뱀이 나타날 때면 줄행랑을 치기도 했다. 모내기 때는 모판을 옮기기도 하고 못줄을 잡기도 했다. 일이 하기 싫어 가끔은 도망가기도 했지만 말이다. 여름철에 모가 한참 자라날 때면 거미줄에 물방울이 맺혀 햇빛에 반짝거리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가을에는 익어가는 벼 사이로 메뚜기들이 뛰어다니고, 이들을 잡아 불에 구워서 먹기도 했다. 이렇게 내가 어릴 때 만 해도 논에 살던 다양한 생물들과 함께 재미나게 지냈다.

이제 다시 논의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함은 물론 ‘논 생물조사’를 실시해 자녀가 생태체험장으로 이용하고 우리 조상의 슬기로운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자연과 점점 멀어지는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 더 나아가 개울이 살아나고 갯벌과 바다의 생물들도 번성하는 계기가 되어 지역공동체가 살아나고 서로 협력하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

지난 2008년 10월에 경남 창원에서 열린 ‘람사르협약 제10차 당사국 총회’에서 한국과 일본 정부가 제안해 결의안으로 채택된 것이 ‘논 습지’ 결의문이다. 인공습지인 논의 가치를 인식하고 보다 생물다양성이 높아지도록 관리하고 현명하게 이용하며, 논 습지의 보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이었다. 2년 후인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 제10차 당사국 총회’에서도 ‘논의 생물다양성 기능’을 인식하고 보전하자는 결의문이 채택되었다.

이처럼 국제 사회는 인공습지인 논의 가치와 기능을 인정하고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노력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논을 습지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해당 부서인 농림수산식품부가 반대하기 때문이다. 논을 습지로 규정하더라도 환경부가 담당하지 않고 농림수산식품부가 직접 업무를 담당하고 지원예산을 관리하면 된다. 부처 간의 이해타산으로 논을 습지로 규정해서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노력을 미룬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논을 습지로 규정해서 논을 보전하고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다양한 기술지원과 재정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농민들도 자신과 소비자들이 안심하게 먹을 수 있는 쌀을 생산하고 논의 생물다양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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