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한 환경'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그렇다면 부안은?

지난 4월30일 함평을 찾았다. 전남 함평군에서 7회 나비축제가 시작됐다. 나비축제는 함평이라는 한적한 농촌을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다. 언론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기에 바빴고 각급 기관과 자치단체들은 함평을 찾아 성공비결을 배우기에 바빴다.

속담 중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 주변에 유명하다고 소문난 곳 중에 그 이름값을 하는 곳은 드물다. 함평 나비축제 또한 이름값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노파심이 들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가끔은 소문난 잔치가 먹을 것이 많은 모양이다.

나비축제는 행사장이 따로 없었다. 함평군의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르는 함평천과 그 주변이 모두 행사장이었다. 함평군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족히 30여만평이 넘는다.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살린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방문객은 자연을 보고 감탄했다. 사람들은 멋진 공연과 산을 깎고 들을 밟아 개발한 시설물이 아닌 ‘청정환경’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함평천 주변과 길가의 가로수 주변, 나지막한 산등성이에는 온통 자운영꽃과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워있었다. 군 전체가 알록달록한 꽃세상 같은 느낌이다. 다만, 꽃 때문만은 아니었다.

행사를 빛나게 하는 건 넓은 행사장도, 수백곳이 넘는 부스도, 멋진 무대 공연도 아니었다. 세심한 배려와 관심, 그리고 참여였다. 냄새 지독하고 불결할 것만 같은 간이 화장실은 고급 레스토랑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악취 대신 ‘향기’가 코에 닿았고 세면대며 화장지며 잘 갖춰져 있었다. 함평 톨케이트를 통과하자 아주머니들이 보였다. 축제 자원봉사자들이었다. 행사장 구석구석에 주민 자원봉사자들은 어딜 가나 보였다. 특히 최소 민원담당만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까지 나와 교통정리며 물품판매 도우미 등을 하고 있었다.

함평군의 한 계장은 여직원과 함께 지역 특산품인 산딸기로 만든 술을 판매하고 있었다. 술을 구입하는 방문객들이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며 일일이 기록하는 일 또한 잊지 않았다.

내가 사는 부안을 생각해 봤다. 이것저것 개발 약속을 공언하고 정부예산을 유치해 무슨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이야기가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린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으로 내세우며 곳곳에서 산이 파헤쳐지고 있다.

부안군은 다른 곳보다 더 아름답고 매력 있는 자산을 가졌다. 이 자산을 통 크게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무원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생각은 공무원의 수장인 ‘군수’에 이르렀다. 각종 행사장에 얼굴 내밀며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모습이 떠오른다. 부안군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계획은 없고 오직 개인의 입신만을 쫓는 모습에서 무엇을 기대할까. 그렇다면 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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