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먹고 살기도 바쁜데…. 정치는 무슨 정치?”

필자의 동년배나 후배들, 그러니까 3~40대와 대화를 나누다,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아직도 많이 나오는 이야기이다. 정치가 잘못돼서 뭐라도 해야겠지만 먹고 살기 바쁘단다. 그래서 좀 여유가 있을 때 관심을 둬보겠단다. 참 성실한 친구거나 후배다. 먹고 살기 위해서,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한눈 한번 팔지 않고 자기 일을 완수하고 싶어한다.

이런 생각에 변화를 일으킨 사람이 김어준이다. 책과 『나꼼수』방송을 통해서 국민에게 던진 메시지의 핵심은 ‘우리가 앓고 있는 많은 스트레스의 근원은 정치다’라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앞가림도 해결하지 못해서 스트레스받고 있는데, 그래서 정치에 관심을 둘 여유도 없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정치 때문이란다.

애들 대학등록금을 20년 동안 모으는 것보다, 그 20년 동안 대학등록금 폐지 투쟁을 하는 것이 이 땅의 부모들의 현명한 방책일 수 있는 것이다. 혼자 죽으라고 개인의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공적인 영역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문제를 풀려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니까 “먹고 살기도 바쁜데, 정치는 무슨 정치?”라는 말이 “먹고 살기가 바쁘니, 정치구나 정치!”라는 말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건강의 문제로 제기하신 분이 계시다. 사상의학의 창시자인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에는 농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선생님이 ‘농부는 마땅히 부지런히 힘쓰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하니 다른 사람이, ‘농부처럼 부지런한 사람이 없는데 도리어 농부더러 부지런히 힘쓰는 것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 선생님이 이르시길, ‘농부가 스스로 부지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경작지 내로 국한되니, 거기에서만 부지런한 것은 세상 전체를 보면 얼마나 게으른 일이냐’고 말씀하신다.

참으로 따끔하다. 많은 사람이 부지런함을 예찬한다. 그러나 그 부지런함의 내용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자신의 이기심을 충족하는데 정말 부지런하다. 그런데 이제마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일에만 열심인 것은 부지런한 게 아니라 아주 나태한 자라고 말하고 계신다. 농부는 자신의 경작지를 벗어난 영역에까지 이르지 못하면 진정 부지런하다고 할 수 없다.

요즈음에는 건강에 관하여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분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정치에 관심 갖기에는 먹고 살기에 너무 바쁜 개인들도 건강을 챙기는 것은 거의 잊지 않는다. 운동, 좋은 음식, 규칙적인 생활 등 건강을 위해 챙겨야 할 것도 많다. 그런데 이제마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꼭 필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자신의 영역에서 온 힘을 다하여라. 하지만 그것에만 빠지지는 마라. 그래야 장수할 수 있다. 장수할 뿐만 아니라, 인간다운 인간(豪傑: 호걸)이 될 수 있다.” 

/신종민(변산 산들바다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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