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사람 - 여성회관 한글반 강사 최병춘

▲ 최병춘(여성회관 한글반 강사)

일요일 밤은 청춘의 삶과 노년의 삶에 모두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청춘은 한 주일의 시작과 자유의 접경 사이의 시간에서 고뇌하고, 노년은 의미 없는 시간의 접경 사이에서 공허함을 느낀다.

이제 선생님은 월요일이 즐겁다. 집안을 대충 정리하고 여성회관으로 가기위해 차에 오르면, 천진난만한 제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사실 천진난만하다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선생님 눈에는 육순 칠순의 제자들이 어린아이처럼 사랑스럽다.

일반 사람들은 노년의 모습을 생기가 마른 고목 정도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실상 노년의 본모습은 애교가 넘치고,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 목말라하고, 어린아이처럼 천진스러운 마음을 가진 생기발랄한 봄꽃의 꽃망울 그 자체이다. 선생님은 그런 제자들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선생님은 지금 제자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려 가는 게 아니다. 제자들과 즐겁고 유쾌한 한글 놀이를 하러 가는 중이며, 그들과 인간관계를 맺으려 가는 길이다.

집을 빠져 나와 조심스럽게 좌회전을 하면 눈앞에 청자전시관이 나타난다. 청자전시관을 얼핏 바라보는 선생님의 눈가가 촉촉해 졌다. 유천초등학교가 있던 그 자리. 44년 교직 생활의 그 끝을 장식한 곳이다. 그 곳에서 선생님은 마지막 열정을 쏟았다. 사비를 털어 탁구부를 만들고, 도대회에서 우승하는 영광을 누렸다. 마지막 애정을 쏟았던 그 곳이 한때 폐교가 되어 청자전시관으로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선생님은 웅장한 청자전시관을 볼 때마다 마음이 먹먹해 지며, 44년 교직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광주사범대학을 졸업하고 풋내기 교직생활을 하던 첫부임지, 폭포의 뱃길을 건너야 육지로 나올 수 있었던 해남의 그곳이 지금은 기억 속에서 아른거리기만 하고, 수없이 많은 학교와 제자들이 눈에 밟힌다. 평생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임했다고 자부하지만 언제나 회한이 남는다. 제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은 없는 지, 그들에게 진정 좋은 선생님이었는지...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선생님은 당신의 제자들이 좋은 길을 걷기를 진심으로 빌 뿐이다.

교직에서 은퇴한 후 이제는 고향이 되다시피 한 우동리의 대소사에 자문을 해 주기도 하지만, 천생 당신의 마음이 가는 곳은 배움과 함께하는 곳이다. 한때 반계서당에서 한문을 가르치다가 5년 전부터 여성회관에서 한글반을 맡고 나서는 제자들과 한글놀이에 흠뻑 빠져 있다.

현재 선생님은 자타가 인정하는 여성회관 스타강사다. 스타강사는 하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듯 5년간의 성실과 열정의 소산이다. 제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교재교구제작도 직접 한다. 학구열의 진작을 위해 필기구 등의 선물 공세는 기본이다. 부산에서 교감선생님으로 재직 중인 큰 따님의 교재 지원에 힘입어 이제는 우수한 한글 교재까지 마련한 상태다. 그러나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기술적인 학습의 전달이 아닌 인격과 인격의 만남이라는 선생님의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선생님은 육순 칠순 제자들의 교통문제에 대해 걱정이 많다. 당신의 제자들이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여성회관까지 편히 올 수 있도록 차량 지원이 있으면 좋으련만 군에 요청해도 묵묵부답이라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오늘도 천진난만한 제자들을 만나기 위해 여성회관 계단을 오르는 선생님의 발걸음은 즐겁기만 하다. 유천초등학교 최병춘 전 교장선생님은 1931년 익산 모현동에서 출생하셨고, 현재는 보안 우동리에서 살고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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