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신용회복신청 1만8천여건에 불과채무상환 1년 유예 등 실질적 도움 안돼

신용불량자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가 생계형 신용불량자에 대한 지원대책을 내놓았지만 기존의 부실대책을 재탕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대책의 주 내용은 △영세 자영업 신용불량자에 대한 빚 상황 유예 및 재창업자금 2천만원 장기 저리 대출 △생활보호대상자 및 청년신용불량자에 대한 소득 발생시까지 채무상환 유예 △2차 배드뱅크 실시 등 금융기관들이 설립한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개인워크아웃 제도이다. 해당자들은 이용할 수 있는 제도는 개인워크아웃 외에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개인파산, 개인신용회복 제도가 있다.

약 한 달이 지난 현재, 도 내에서도 생계형 신용불량자들의 채무조정을 위한 신청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기관들의 발표에 따르면, 신용회복위원회 전주지원(개인워크아웃 제도 운영)에 상담 접수한 사람은 1천658명으로 전달에 비해 약 30% 가량이 늘어났으며 전주지법 파산부에 신용회복 절차를 신청한 숫자는 지난 6개월간 747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신용회복위원회 신청건수는 총 1만8천여건으로 도내 신용불량자 숫자가 추산 10만명임을 감안할 때 극히 미진한 숫자다.

이는 정부 대책이 이미 지급불능상태인 자영업자에게 채무상환을 1년 유예하는 방안 등 생계형 신용불량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련자들의 지적이다.

올해 초부터 ‘가계부채 SOS 운동’을 선언하고 ‘나홀로 파산 신청하기’ 강좌를 여는 등 신용불량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민주노동당 전북도당의 김정란 홍보국장은 “상담사례 중 많은 경우가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하러 갔지만 일정한 소득이 보장돼야 하는 등 자격조건이 까다로워 다시 돌아오는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들이었다”며 정부지원의 문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또 신용회복위원회의 자격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정부의 개인파산제도나 개인신용회복제도가 있지만 이는 “홍보가 잘돼 있지 않고 파산의 경우 ‘도덕적 해이’ 누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제도 이용을 꺼린다”고 말한다.

관련 단체들은 내수 진작을 이유로 카드발급 정책을 남발하며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정부가 책임을 신용불량자 개인에게 돌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정부의 근본적인 처방을 요구하고 있다. 적어도 카드발급 대상에서 제외된 미성년자 및 기초생활보호 대상자에게 무작위로 카드발급을 하며 신용불량자로 만들었으니, 이들에 대해서는 원금도 일시적으로 탕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부산 금융피해자 파산지원연대와 같은 단체처럼, ‘도덕적 해이’라는 왜곡된 사회통념을 넘어 사회에 의해 양산된 신용불량자들이 떳떳이 파산을 선언할 수 있는 시민불복종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는 움직임도 만들어지고 있다.

오는 4월28일부터는 신용정보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신용불량자’라는 용어가 사라지고 다른 연체 채무자와 함께 통합관리될 예정이다. 그러나 용어는 사라져도 사회가 만들어 낸 빚의 굴레와 고통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참소리>최인화기자 tori@icom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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