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소년체전 전북 대표로...5월 소년체전서

지루한 0의 행진 끝에 경기 승패는 결국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7대 3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친 뒤라 아쉬움은 더했다. 골대를 맞고 나온 공을 생각하면서 머리를 몇 번이나 쥐어뜯었는지 모른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그래도 관중석에는 200명의 친구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부안에서 전주공고까지 버스 다섯 대에 나눠 타고 승리를 고대하며 올라왔을 터다. 첫 번째 키커인 이진영 선수도, 상대편인 전주 조촌초 선수도 모두 골을 성공시켰다. 곧이어 조촌초 두 번째 키커가 찬 공을 골키퍼인 성지훈 선수가 몸을 날려 막아냈다. 응원석이 ‘와~’하는 함성과 함께 들썩였다. 곧이어 강대현 선수가 골을 성공시켜 2대 1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세 번째 키커인 김일섭 선수가 찬 공을 상대편 키퍼가 막아 내면서 동점이 됐지만 승리의 기운은 이미 부안초 쪽으로 기울었다. 상대편 네 번째 선수가 찬 공이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비켜 나갔다. 네 번째인 강남영 선수와 상대편 마지막 주자가 모두 성공했다. 이제 박준경 선수만 남았다. 도움 닫기를 하는 짧은 순간 동료 선수들 뿐만 아니라 부임한지 얼마 안되는 김기북 교장도, 우승 경험 많다는 백희철 선생도 모두 숨을 멈췄다. 골은 네트를 갈랐다. 아이들은 얼싸 안고 펄쩍펄쩍 뛰며 눈물을 흘렸다.

부안초등학교 축구부가 드디어 일을 냈다. 95년 팀이 창단된 뒤 10년만의 일이다. 그동안 전주, 익산, 군산 등 대도시 학교들이 번갈아 가며 쓸어 갔던 전국소년체전 전북대표 선발대회에서 당당하게 우승한 것이다. 그것도 이들 대도시의 대표팀들을 차례차례 무릎 꿇렸다. 부안군 축구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사실 부안초 축구팀은 2003년 눈높이컵 초등학교 전국축구대회에서 입상한 뒤로 꾸준하게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 초까지 전국대회에서 3위권 안에 든 경험만 해도 벌써 세 번이고 전북지역 경기에서는 언젠가는 우승할 팀으로 꼽혀 왔다. 올해 제주도에서 열린 칠십리배 축구연맹전에서는 우승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 배경에는 학교와 학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실력 있는 코치진의 교육, 거기에 아이들의 열정이 버티고 있다. 실제로 축구부에는 간단치 않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학부모와 학교, 코치진간에 의견을 조율하는 축구부 부장은 백희철 선생이 맡고 있다. 백선생은 초등학교 교사가 본업이지만 축구에 일가견이 있다. 전주에 있을 때는 학교가 전국대회 준우승까지 하고 일본에 가서 “싹쓸이”를 하고 왔다. 부안에 와서는 기어이 백룡초에서 부안초로 스카웃돼 왔다.

프로팀인 부천SK 선수 출신인 김기택 감독은 사실상 부안초등학교 축구의 부흥을 이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청 파견직인 그는 부안초에 부임하자마자 팀을 전국 3위로 올려 놓았다. 그리고 부안초의 성과가 이어졌다. 그는 현재 우석대학교 체육교육학과 석사과정을 밟으며 아버지의 고향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는 “아이들의 꿈은 축구선수”라며 “기초를 탄탄히 해서 성인이 돼도 적응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가 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성적이 떨어지면 축구를 시키지 않는다는 그는 “아이들이 열정을 가지고 공부와 축구를 모두 하고 있는 것이 대견하다”며 “학부모님들도 이런 면에 많이 안심을 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거기에 아이들의 좋은 실력과 열정, 공익근무를 하고 있는 서울체고 출신의 김성수 코치의 노력은 5월에 있을 전국 소년체전에서 부안초 축구부의 전국 재패의 꿈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한편 축구부 살림에 대한 걱정은 성적과 정반대로 커지고 있다. 후원금을 모으는 데 한계가 있고 군의 지원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재원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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