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감시원 부주의서 비롯"주장 파문정확한 현장조사 없이 가해자로 몰아

지난 1일 발생한 보안면 유천리 장춘마을 산불이 부안군청 산불감시원들의 부주의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당초 군 경제산림과가 가해자로 지목했던 이순길(72.장춘마을) 씨의 증언으로 제기됨에 따라 군이 책임 회피를 위해 의도적인 은폐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11일 이씨에 따르면 사고 발생의 원인으로 분석된 이씨 소유 논두렁 소각은 보안면 산불감시원이 입회한 가운데 실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이에 대해 “오전 9시께부터 차량 3대와 오토바이 1대를 몰고 온 산불감시원 네 명과 함께 논두렁을 태우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사실은 사고 발생 직후 군청과 소방당국이 초기에 파악한 피해상황 보고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조사 작성한 보고서는 산불감시원들의 개입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며 가해자를 이씨로 밝혀 감시원들의 책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했다.

또한 화재 원인과 관련해 이씨는 감시원들의 업무 태만을 지적했다. 그는 “논두렁에서 연기가 계속 피어 오르고 있었지만 감시원들이 물을 완전히 뿌리지도 않은 채 소화 상태를 꼼꼼하게 점검하지 않고 떠나 버렸다”고 밝혔다.

한편 논두렁 불씨가 산불로 번진 이유와 관련해서 사태 파악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증언도 이씨로부터 나왔다. 이씨는 “감시원들이 내 논 말고도 최아무개(새마을) 씨와 이아무개(장춘마을) 씨 논두렁을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태웠다”고 밝혔다. 현장 확인 결과 최씨의 논은 산불 발생의 결정적인 도화선이 된 밭에 불이 옮겨 붙게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였다. 또 다른 이씨의 논 또한 반대쪽 산 바로 밑에 자리 잡아 불길이 산불로 번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12일 이 논의 소유주인 이씨는 “산불감시원들에게 논두렁을 태워 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부안군은 이같이 산불감시원들의 책임을 묻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자 가해자를 이씨로 몰아갔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태도를 보였다. 경제산림과 관계자는 “사건 현장에서 직접 목격을 하지 못해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이씨를 가해자로 추정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부안군이 스스로에게 책임이 돌아올 수도 있는 화재 발생의 경위를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초기 은폐 의혹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데다 부안군의 정확한 조사 의지가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한 지 10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행위자가 나타나지 않아 탐문 조사 중에 있다”고만 밝히고 있다.

한편 산불감시원들은 입을 모아 “완전 소각이 된 것을 확인한 뒤 현장을 떠났다”며 자신들의 부주의 가능성을 완강히 부인했다. 한 감시원은 화재 경위를 묻는 질문에 “군청에서 알아보라”고 화를 내며 “답변할 의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이번 화재 피해는 소방차와 헬기의 늑장 출동으로 더욱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에 따르면 줄포 소방출장소 소속 소방차는 진입로를 찾지 못해 헤메다가 신고 접수 30분 뒤에야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청과 소방서 헬기 역시 화재가 발생한 뒤 1시간30분이 지나서야 현장 진화 활동을 개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는 지난 26호 관련 기사에서 화재 원인을 “이아무개 씨의 쓰레기 소각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이는 부안소방서로부터 제공받은 피해상황보고서와 관계자의 발언을 토대로 한 것이었지만 본의 아닌 오보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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