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사람 I 옹기전문가 박정훈 씨

   
▲ 박정훈 씨
배사랑농원 박정훈(38·사진)씨는 옹기와의 사랑에 빠져 사는 행복한 사나이다. 옹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무리 화가 나도 금 새 싹 풀린다.

그는 수시로 타임머신을 타고 시공간을 초월해 들어가 조상들의 지혜와 삶과 발자취를 엿본다. 내면의 진실과 직접 대면할 때 더욱 상대를 깊이 이해하는 것처럼 옹기항아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그의 기쁨도 배가 된다.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라고 자부하는 옹기 보는 안목은 전문가 수준이다. 초보 수집가를 위한 블로그 ‘싸이버 부안옹기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고미술품의 메카로 알려진 부안은 전통옹기 마니아들이 많지만 의외로 생소한 분야다. 취미나 인테리어소품으로 각광받는 옹기는 선배들의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옹기분야는 수업료가 많이 든다. 이에 초보자를 위한 ‘최고(高)와 최고(古), 그리고 최선을 위한 수집’이란 주제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등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옹기분야의 지침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줄포가 고향인 박씨가 옹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학교 때부터다. 1998년부터 큰형을 따라서 옹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전통옹기를 취미로 가진다는 것은 ‘서민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사치’라고 여기는 그가 하루 종일 옹기생각으로 살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옹기를 생계로 삼는 것은 아니다.

농·축산업을 주업으로 줄포면에 위치한 농장에는 닭이 10만 마리가 넘고, 너른 소나무 육묘장을 경작하는 농사꾼이다.

이렇듯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그가 옹기의 매력에 푹 빠져 살고 있기에 부인 황진순(38)씨도 남편의 옹기사랑에 처음에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지만 지금은 그녀도 반 전문가가 다 됐다.

현재 박씨가 소장하고 있는 500여점의 옹기는 각양각색으로 타고난 색과 세월의 흔적을 보여준다. 맛을 담는 용기로 주병, 소줏고리, 종재기, 양념단지, 초병, 앵병 등이 있고, 생활 속의 옹기로는 나락항아리, 젓독, 다리미 받침대, 재떨이, 등잔 등이 있으며 또한 예쁜 꽃을 담는 옹기화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밤새도록 끝이 없다.

옹기 재떨이 하나에도 사용했던 주인의 성격이 보이고 그가 골초였다는 재미있는 사실과 그 속에는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스며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옹기는 집안 어느 곳에 놓아도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리며 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것을 최고로 친다. 의외로 실수로 만들어졌던 어그리 작품에 명품들이 많다. 옹기를 수집하면서 눈여겨봐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들은 희소성도 좋지만 역사성과 예술성 그리고 독창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옹기다. 그리고 또 하나는 대중의 트렌드인 시대상을 읽는 것이다.

좋은 수집품은 두고두고 생각할수록 눈앞에 아른거리고 소장품에 애착을 갖게 되며 볼수록 새로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평생 소장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옹기마니아들은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다.

전문가는 물건을 볼 줄 아는 안목과 그 아름다움을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특히 남들이 부러워할 만 한 귀한 옹기를 소장하고 있었던 까닭은 일찍이 옹기의 진가를  알아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멋을 즐길 수 있는 옹기화분에 가장 애착을 느낀다는 박씨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옹기를 소장하고 있다는 귀띔을 해준다. 아마도 몇 천 만원은 호가하는 물건이라는 것을 가늠할 따름이었다.

수집의 미학은 사들이는 재미, 소유하는 재미, 사용하는 재미, 그리고 감동을 나눌 수 있는 행복에 있다. 그러나 고미술품 수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키는 일이다.

박씨는 옹기에 대한 자료 작업을 통해 중요민속자료로써 가치와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사라져가는 옛것에 대한 향수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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