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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희씨
멋진 선글라스에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은 운전기사의 예사롭지 않은 복장에 나들이 나온 관광객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버스 안은 벌써부터 흥분으로 가득 찼다.

노란 반짝이 옷에 반짝이 모자를 쓰고 관광버스를 운전하는 박춘희(45)씨는 언제나 그렇듯이 오늘도 함박웃음으로 반갑게 손님을 맞이한다. 

일명 ‘반짝이 기사’로 불리는 전주하나관광 소속의 박씨는 인기 만점인 멋쟁이 운전기사다. 외모에서 풍기는 강한 포스가 말해주듯 그가 끼를 발산하기 시작하면 버스 탑승객은 그만 매료당해 버린다. 

박씨는 춤은 물론 노래도 가수 뺨치게 잘한다. 버스가 휴게실에서 잠깐 쉴 때면 버스 안에서의 깜짝 공연이 펼쳐진다.

현란한 춤 솜씨와 노래는 아이돌 가수는 저리 가라 한다. 나이 지긋한 동네 어르신들도 그의 화려한 무대에 껌뻑 넘어가며 자지러진다. 유명가수가 무색 할 정도로 앵콜이 터져 나오고 버스안은 흥분의 도가니가 된다. 이때 화장실이 급해서 다녀온 사람들은 버스로 돌아오기 전에 짧은 공연이 끝나버려 아쉬움을 달래야 한다.

그러나 운이 좋다면 또 한 번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산행코스에서 다리아파 움직이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팬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3년째 관광버스를 운행하는 박씨는 이일이 적성에 딱 맞아떨어져 취미가 직업이 되어버렸다. 운전하는 일이 항상 재미있으니 피곤한 줄 모른다.

그는 운전기사는 최일선에서 뛰는 서비스맨 중의 하나라고 여긴다. 모처럼 즐거운 나들이에 이왕이면 더욱 의미 있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한다.

상서면 용서리에서 팔십 노부를 모시고 살고 있는 박씨는 어르신들에게 내 부모 대하듯 성심성의껏 하루를 모신다.

휴게실에서 버스를 오르내릴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은 필수다. 멋진 의상을 입은 젊은 기사가 살갑게 말을 건네며 손까지 잡아주니 손님들은 마음이 흐뭇해지고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매사에 쾌활한 그가 타고난 성격 탓도 있지만 박씨에게도 그동안 많은 용기가 필요했었다. 성깔 있는 그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해 일을 저지르기 일쑤였고, 벌인 사업마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용접공, 막노동 등 이것저것 안 해본 것 없이 닥치는 대로 하면서 힘든 시절을 겪었다.

새벽에 일어나 부지런히 활동하는 그는 성공은 습관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버스운전을 하면서부터 예전의 성격과 습관을 완전히 버리고 새롭게 태어났다.

그렇게 운전을 하면서 이왕이면 남들과 다르게 나만의 마인드로써 서비스를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연예인처럼 반짝이 옷을 입으면 어떨까’하고 아내에게 아이디어를 제안하자 부인 김수아씨는 오히려 “그런 옷을 입으면 놀림감이 되어 창피하지 않겠냐”며 염려스러워 했다.

그도 처음에 반짝이 옷을 입는다는 자체가 무척 쑥스러웠다. 용기를 내어 입게 되면서 프로정신이 생겨났고, 게다가 빼어난 춤에 노래실력까지 선보이니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인기가 올라갈수록 같은 직종의 몇몇 사람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면전에 대놓고서 ‘미친놈’이라며 손가락질을 했다. 그렇지만 박씨는 당당히 서비스 정신이라고 표현한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여자의 일생’과 ‘잠자는 공주’를 멋들어지게 불러주고, 50대는 김수희의 ‘애모’ 등 애절한 노랫가락 한 곡조 뽑으면 인기 짱이다. 또한 디스코메들리에 맞춰 춤과 노래도 듬뿍 선사해준다.

그러면 어르신들은 버스운전기사 일이 너무 아깝다며 “직업을 가수로 바꿔야 겠다”고 저마다 한마디씩 외친다.

“앞으로 우리 동네 무조건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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