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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민들이 참여해서 예산 짜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되는 것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북핵 위기가 정점에 오를 것입니다. 이러다가 전쟁이 터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현상만 보고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그는 지난달 5일부터 2주일간의 일정으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을 비롯해 정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고 돌아 왔다. 지난 2월10일 북한이 ‘핵보유 선언’을 한 뒤로 그만큼 미국쪽 여론이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 민주노동당은 권영길 의원이 지난달 22일 본보와 인터뷰를 가진 뒤 이틀 뒤에 ‘남북주도 해결’,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동북아시아 평화공동체의 기틀 마련’이라는 3대 기조와 “비중 있는 인물의 특사파견” 등 5단계 북핵해법을 발표했다.
본보 인터뷰 뒤에 이어진 시국강연회에서 또한 북핵 문제를 머리에 놓음에 따라 사실상 이번 부안 방문은 권영길 의원이 가진 최초의 대중적 방미 보고회였던 셈이다.

이 밖에도 권의원은 지방자치제의 한계를 비롯해 노동이 아닌 경제적 의미에서 비정규직 문제,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의견을 표명했다. 인터뷰는 문병원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주민 뜻에 반하는 군수 소환해야

-지방자치제도가 파행적으로 흐르고 있다. 주민소환제 등 주민참여제도는 법제화되지 않고 반대로 자치단체장의 독단은 더욱 심해지는 데.

지방자치제도가 정착이 되려면 우선 지방 분권이 철저하게 실시돼야 한다. 지방분권은 예산과 사람과 권한의 문제이다. 재정을 독립적으로 편성하고 집행할 수 없으면 아무런 힘이 없다. 예를 들어 공무원 노조 파업에 대해 징계를 거부한 민주노동당 자치단체장들이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징계권은 자치단체장에게 있는데도 그렇다.

그러면 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은 어떻게 할 것이냐. 주민들의 뜻에 반하는 시장이나 군수는 주민들이 소환할 수 있어야 한다. 소환제는 각 정당이 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만 실천을 안 하고 있다. 행자부는 소환제가 제도화되면 혼란스럽다고 하는데 이런 혼란은 자연스럽다. 약간의 혼란 때문에 타파해야 할 제도를 그대로 두고 바람직한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것은 사회발전을 막는 것이다.

-주민의 참여를 위해 지역위원회에서 어떤 논의를 하고 있나.

현실적으로 그 논의가 어렵다. 중앙에서 법제화되고 국회에서 입법화돼야 한다. 지역과 중앙이 보조를 같이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운동이 일어나기 어렵게 돼 있다. 주민참여 예산제를 부르짖는데 창원에서 시도를 했지만 안 먹혀 들어간다. 주민들이 실효성이 있을까, 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심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군민들이 참여해서 예산을 짜야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천되는 것이다. 중앙에서 실현 가능하도록 해야 모아지겠지만 반대로 어느 지역에서든지 불길이 솟아야 중앙으로 번지게 된다. 주민들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예산만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참여하고 감시하면 사는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비정규직의 문제가 심각하다. 노동운동이 사회적 약자를 돌보지 않는 운동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문제를 최우선으로 내걸고 일하고 있다. 요새 말로 ‘올인’하고 있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등한시하는 것처럼 일반화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노총은 대기업노조이고 이들이 자기 밥그릇 지키려 하는 바람에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는 허구의 논리를 유포시킨 것이다. 이것이 완전히 일반화됐다. 물론 노조 집행부 활동가와 조합원의 정서는 다를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같은 작업장에서 맞부딪히면서 소외를 당하고 있을 수도 있다.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비정규직 문제 법제화로 해결을

-국회 활동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실제 전체 노동자의 60%에 가까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활임금도 못 받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세법을 개정해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주택비나 교육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풀어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 경제활성화를 시킨다고 그러는데 진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박정희 때부터 수출로 먹고사는 경제구조가 됐다. 지금 수출은 최대 호황인데 경제가 안 좋은 것은 노동자의 절대다수인 비정규직들이 소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자들 지갑을 열게 한다고 했는데 부자들은 지갑을 옛날에 열었다. 지갑 열어서 외제자동차나 고급 옷 사 입는 데 썼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소비 주체의 지갑을 채워 줘야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다. 그래서 비정규직 문제가 단순히 노동측면이 아니다.

-이라크 파병문제와 북핵문제가 직접 연동돼 있다고 하는데 지금 정세는 어떤가.
북핵은 현상적으로 극한점을 향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를 연말이나 내년 초로 보고 있다. 그때쯤 ‘이러다가 전쟁 터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현재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무조건 복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복귀하면 체제도 보장할 수 있다고 하고 선물도 줄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 북한은 그렇게 한다고 해서 복귀하지 않는다.

지난 2월10일에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한 것은 책상 밑에 감췄던 패를 까놓은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게도 패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이다. 공은 미국에 넘어가 있다. 미국이 답을 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자신의 패를 까지 않고 북한이 내 놓은 패를 거두고서 다시 시작하자고 하는 모양새다. 북한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말로만 체제보장한다는 것이 답이 아니다. 이렇게 하다가 미국은 북한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할 것이다. 그러면 북한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

전쟁은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 남북간 신뢰가 중요하다. 신뢰가 구축되려면 인도적 차원의 비료, 식량 등의 지원과 경제협력의 활성화가 돼야 한다.

노정권 정책 손에 잡히는게 없어

-노무현 정부가 2년을 넘어섰다. 총평을 해달라.

평을 할 수가 없다. 노무현 정권의 정책이 무엇인지를 종잡을 수 없다. 실제로 손에 잡히는 정책이 없다. 그러니까 총평을 할 수 없다. 왔다갔다 갈지자이다. 노무현 정권이 신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정책을 입안하고 있고 그렇게 나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가끔 가다가 옳은 소리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말로만 끝나는데 문제가 있다. 북핵문제와 관련한 발언이 그렇다. LA에 가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얘기하고 런던, 파리, 바르샤바 거치면서 ‘얼굴 붉힐 일 있으면 붉히겠다’고 하고는 실제 미국과 협상에서는 그렇게 안 하고 있다. 말은 많이 하고 가끔 그중 옳은 말이 있는데 ‘립 서비스’에 머물러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한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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