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보니 북핵문제 반응 싸늘식량지원 등 남북간 신뢰 구축을부유세 도입하면 무상교육 가능

“군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방송토론회에서 구수한 입담과 정곡을 찌르는 언어로 민주노동당을 국민들의 머릿속에 각인시켰던 권영길 의원이 지난달 22일 부안을 찾았다. 민주노동당 부안군위원회의 초청으로 시국강연을 하기 위해서다.

100여명의 군민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강연회는 수차례의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권의원은 폼을 재면 국회의원처럼 좋은 직업은 없지만 폼을 재지 않으려면 그만큼 나쁜 직업도 없다며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의 성실함을 은근히 자랑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 정치인이라고 얘기하고 다닌다며 얼굴이 상당히 두꺼워졌다고 넉살을 부리는 등 좌중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강연 중심 주제는 시종일관 무거웠다. 전쟁에 관한 얘기였기 때문이다. 특히나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으로서 경험이 녹아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비극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권의원은 전쟁이 우리 머리 위를 덮어가고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3월5일에 출국해 부안에 오기 이틀 전까지 김원기 국회의장과 함께 미국을 다녀왔는데 북한문제를 바라보는 현지의 반응이 싸늘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느끼지 못했던 분위기였다는 보고다.

또 최근의 주한미군 재배치는 한반도를 세계의 총알받이로 만들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주한미군이 북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주둔하는 것이 아니라 평택을 기지로 주변국의 전쟁에 참여하겠다는 것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입네 기동군입네 하는 얘기들이 그런 뜻이라고 했다. 만약 중국과 대만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은 평택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한 땅 전체가 “불바다”가 될 것이기 때문에 주한미군 이전을 반대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한반도의 전쟁위험과 관련해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막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국민들이 북미간 갈등의 진실을 제대로 알고 전쟁 반대를 외쳐야 한다는 것이다. 농민들이 통일농업을 하자고 온정을 모아 북한에 보내듯이 국가도 인도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서민들의 생활과 관련한 강연도 40여분이 할애됐다. 노동자, 농민, 상인이 행복해지려면 내 돈 안 들이고 아들 딸 대학까지 교육시키고, 보험료 납부하면 아무리 중한 병도 치료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임대주택을 늘려 주택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쪽으로 쏠려 있는 돈을 정당한 세금으로 부과해 걷자는 것이 부유세라며 이를 도입하면 무상의료, 무상교육은 꿈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행복해지려면 세상을 바꿔야 한다. 살림살이가 나아지려면 세상을 바꿔야 한다”며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면 당장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집권 2기에는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실현하겠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치는 농사짓는 것처럼 하면 잘될 것”이라며 “씨를 뿌려야 수확을 하는데 우리 정치는 씨도 안 뿌리고 공으로 먹으려고 하니까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권의원은 강연에 앞서 본사를 방문해 문규현 발행인과 환담하고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정성껏 마련한 유기농 쌀과 주꾸미 등 부안 특산물로 점심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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