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뒤편 옛 유도관 자리에 위치한 바 비아이비
부안군 보건소 뒤편 옛 유도관 자리에 위치한 바 비아이비

갈색빛 위스키의 향과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공간, 혼자여도 좋은 공간,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올드팝과 함께 한 잔의 술과 함께 나만의 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 넘치는 바가 부안읍에 문을 열었다.

칵테일을 제조 중인 김태협 사장
칵테일을 제조 중인 김태협 사장

10년간 요식업에 종사하며 요리사로 일했던 김태협(32) 사장은 수년 전부터 위스키와 칵테일에 푹 빠졌다. 수년간 전국 각지의 바를 다니며 음미하고 배운 결과 자신만의 경영철학과 스타일을 듬뿍 담은 Bar BiB(비아이비)를 열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비아이비의 뜻은 단순하게는 ‘Bar in Buan’으로 부안의 바다. 다른 뜻으로는 예전 미국에서 있었던 위스키 품질보증제도인 ‘Bottle in bond’라는 위스키 용어를 차용해 좋은 술과 서비스를 보증한다는 뜻도 담았다.

이곳에 들어서기 전 현관문부터 메뉴판 가장 앞 장까지 “아가씨 없음”이란 문구가 굉장히 강조돼 있다. 바(Bar)는 위스키건 칵테일이건 취향의 술 한 잔과 함께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거나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는 장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유사 유흥업소처럼 운영되는 곳들이 바라는 이름을 쓰면서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기도 했다.

김태협 사장은 “바에서 그런 것은 딱 질색이기에, 아가씨를 찾는 손님이 생기지 않도록 강조했다”고 말했다.

메뉴판과 출입문 등 곳곳에서 "아가씨 없음"을 강조한 문구를 볼 수 있다. 이곳에선 외부 음식을 자유롭게 곁들여 먹을 수도 있다.
메뉴판과 출입문 등 곳곳에서 "아가씨 없음"을 강조한 문구를 볼 수 있다. 이곳에선 외부 음식을 자유롭게 곁들여 먹을 수도 있다.

부안은 사실 바의 불모지였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바테이블 뒤편 진열장에 놓인 수백 가지의 술병과 칵테일을 제조하는 바텐더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는 그런 공간은 여태껏 없었다.

비아이비에선 자신이 원하거나 궁금한 술을 골라가며 한 잔씩 맛볼 수 있고, 위스키에 해박한 오너 바텐더인 김태협씨의 이야기와 추천을 통해 술을 음미할 수 있다. 바테이블이 부담스럽거나 여럿이 함께 왔다면 4명이 앉는 테이블이나 별도로 나눠진 룸에서 술을 즐길 수도 있다.

위스키의 향과 맛을 돋우는 글렌캐런 잔
위스키의 향과 맛을 돋우는 글렌캐런 잔

2000년대 이후 와인을 마시는 문화는 보편적으로 퍼져 나갔고, 상당히 많은 사람이 즐기며 와인 시장도 덩달아 커졌다. 빛과 향을 즐기고, 자리와 곁들인 음식에 맞는 와인을 고르는 것은 이제 평범한 와인 소비 문화로 자리 잡았다.

놀라운 건 위스키에도 그런 세상이 있다는 것. 작은 크리스털 잔에 담긴 위스키를 입에 털어 넣거나, 얼음이 담긴 잔에 돌려가며 분위기 잡고 마시는 정도가 다가 아니다.

비아이비에선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글렌캐런잔을 이용해 위스키의 빛과 질감, 향을 먼저 즐기고, 조금씩 고유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 김태협 사장의 설명을 들으며 위스키를 마실 때도 코로 느껴지는 노즈, 입 안에서 느껴지는 촉각과 맛을 뜻하는 팔레트, 목 넘김 후 느끼는 피니쉬 등 단계별로 맛과 향을 느껴보면 위스키의 색다른 매력에 빠질 수 있다.

비아이비는 지난 설 연휴 직전인 2월 초 문을 열었다. 가게를 임대하고, 문을 열기까지는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쳤다. 자신이 바라는 운영 방식과 클래식한 가게 스타일을 원했기에 김태협 사장은 많은 부분을 직접 작업했다. 눈이 편안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녹색 벽으로 도색하고, 바닥 시공 등도 자신의 손길을 거쳤기에 가게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남다르다. 

바를 열기 전 부모님이나 지인들로부터 우려 섞인 반대도 있었다고 한다. “과연 부안에서 바를 열어서 장사가 되겠느냐”라는 걱정이었다.

김태협 사장은 큰 욕심 없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또 눈 앞의 이익을 쫓기보다 손님들의 마음을 붙잡아두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바테이블 너머 진열장에 즐비한 각양각색의 술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있다.
바테이블 너머 진열장에 즐비한 각양각색의 술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있다.

비아이비에서 즐기는 술 한 잔의 가격은 만 원 이상부터 수만 원에 이르기까지 상당하다. 하지만 이에 다양한 설명이나 서비스가 포함돼 있으며, 손님들을 위해 곁들일 수 있는 과일 등 소소한 안주거리도 함께 제공하므로 결코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다. 사실 대도시의 시장가격과 비교하면 지역의 정서를 반영해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대로 준비했다.

비아이비에선 100여 종류 이상의 다양한 위스키를 만나볼 수 있다. 스코틀랜드에서 만드는 스카치 위스키, 미국의 버번 위스키, 조니워커와 같은 유명한 브랜드는 물론 독립병입으로 제작된 독특한 맛을 가진 위스키까지 다양하다.

위스키는 한 잔씩 즐기는 것 외에 드라마에서 보듯 자신이 원하는 위스키 한 병을 통째로 구입해 킵해두고 마시는 서비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위스키와 함께 비아이비의 주력 주류는 칵테일이다. 최근 유행하는 하이볼 종류를 비롯해 미도리사워나 피치크러시같은 인기 메뉴들이 주력이다. 김 사장이 비아이비에서 가장 예쁜 칵테일로 추천하는 ‘멜론 사워’는 보는 맛과 향기로움, 새콤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그리고 올드패션과 같은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라인업도 갖추고 있다.

비아이비에서 가장 예쁜 칵테일 '멜론 사워'

그 밖에도 와인, 꼬냑, 럼, 데킬라 등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준비돼 있으니 취향에 맞는 술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아이비에서 제공하는 기본 안주 외에 여러 가지 치즈로 구성된 치즈플래터나 과일치즈&크래커도 이곳의 술에 곁들이기엔 안성맞춤이다. 독특한 점은 외부에서 안주를 가져오거나 배달시켜 먹어도 상관없다. 거기에 대한 추가 요금도 전혀 없으므로 자신이 원하는 안주를 부담없이 즐길 수도 있다.

이곳은 혼자만의 공간에서 한 잔의 술과 함께 생각을 정리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고단한 퇴근길이나 적적한 시간에 비아이비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시끌벅적한 술자리의 분위기도 좋지만, 때론 고독 속에서 답을 찾는 시간도 필요하니 말이다.

                                                  

운영시간 저녁 8시 ~ 새벽 2시

부안읍 봉동길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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