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적이지만 버스 공영제를 이룬 전주시 바로온 마을버스                                                                                                                                                                                            사진 / 김종철 기자
부분적이지만 버스 공영제를 이룬 전주시 바로온 마을버스 사진 / 김종철 기자

 

버스 완전 공영제를 이뤄낸 대표적인 지자체가 신안군과 정선군이다. 신안군은 전라남도에 있고 정선군은 강원도에 있다. 부안군과 거리가 멀어선지 같은 한국이지만 남의 동네 얘기 같다. “거긴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지”, “거긴 거기고 우린 우리야”라는 변명거리가 생긴다. 그래서 부안과 가까운 곳, 이웃하는 지역에서 공영제를 하는 곳은 없을까 찾아봤다. 그랬더니 너무나 가까운 곳에서, 그것도 치열하게 싸워 부분적으로나마 공영제를 이룬 곳이 있다. 다름 아닌 전주시다. 전주시는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주민 이동권이 침해받는 이른바 적자 노선을 사들여 부분 공영제를 이뤘다.
적자가 나는 이유를 파악하고 적자를 줄이면서도 주민들 이용 편익이 늘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유는 교통은 복지라는 생각 때문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공영제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 돼 이용객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어쩌다 한두 대, 그것도 제시간에 오지 않아 ‘제맘대로 버스’로 불렸던 노선에 바로바로 온다는 뜻의 ‘바로온’ 마을버스가 생겼다. 시내와 떨어져 있던 마을 주민들도 이젠 어디든지 바로바로 갈 수 있게 됐다. 아직은 부분에 그치지만 분명한 것은 공영제에 대한 경험치가 생겼다. 이제는 언제든지 시민의 요구가 있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제2, 제3의 부분 공영제로 넓힐 수 있다. 바로 자신감이다.
본지는 지난 5일 전주시청 버스정책과를 방문해 조대호 주무관과 1시간가량 인터뷰를 했다. “왜 안 힘들었겠습니까. 한 달 동안은 전쟁이었죠”라는 조 주무관은 “그래도 잘했다”고 말한다. 그가 힘줘 말한 ‘잘했다’라는 이유를 알아봤다.

버스 승강장에 설치된 안내시스템.  공영제로 운영되는 마을버스는 2자리 숫자로 되어 있다.
버스 승강장에 설치된 안내시스템. 공영제로 운영되는 마을버스는 2자리 숫자로 되어 있다.

■ 잦은 파업 늘어나는 재정지원

전주시에는 제일, 성진, 전일, 호남, 시민 등 총 5개의 버스업체가 있다. 이들 업체에서 운행하는 버스는 408대다. 62만 명이 거주하는 데다 지하철이 있는 것도 아니라 버스는 대중교통으로서 전주시민의 발이었다. 그런데 시민의 발이 무기였는지는 몰라도 버스회사의 파업도 많았다.
201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파업을 해 ‘10년째 버스 파업 지자체’라는 오명도 갖고 있다. 학생들 등하교 시간도 버스 파업에 맞춰 수정할 정도로 파업 기간도 길기 일쑤였다. 물론 그때마다 지원금이 늘었고 현재는 그 규모가 320억을 훌쩍 넘는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전주시로서는 어르고 달래야 할 대상이 버스업체다.
해 줄건 다해줘도 해준 만큼 이용객 만족도가 오른 것도 아니다.
전주시 담당자에 따르면 매년 하는 만족도 조사에는 변화가 없다. 오히려 서비스 질이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사적 권리처럼 이용되는 노선권도 문제고 주민의 이동권이 협상 카드로 이용되는 것도 막고 싶었다.
전주시가 선택한 길은 상대의 가장 약한 곳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바로 부분 공영제다. 버스회사에서 볼 때 가장 골치 아픈 곳, 바로 돈이 안 되는 적자 노선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2020년 11월 14일 전주시가 운영하는 마을버스 ‘바로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주시청 조대호 주무관과 인터뷰 모습
전주시청 조대호 주무관과 인터뷰 모습

■ 한 달간 민영제 따로 공영제 따로

아무리 적자 노선이라고 해도 노선권을 쥔 곳은 버스업체다. 팔거나 포기하지 않으면 가져올 수 없다. 전주시 담당자는 “다툼이 일어날 것을 감수하고 공영제 버스를 운행했죠. 말 그대로 우리가 할 테니 그만 포기해 달라는 침묵 요구였죠”
방법은 적자 노선에 공영버스를 따로 투입하는 것이다. 적자인데도 버스회사 시내버스도 들어가고 공영제 버스도 들어갔다.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전주시가 우려한 것은 오히려 민간 기사와 공영 기사 간 물리적 다툼이었다. 더 큰 파장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해 버스회사 버스가 먼저 가고 공영버스가 뒤를 따라다녔다. 그렇게 한 달을 운영했다. 공영제에 대한 전주시의 의지가 버스회사를 움직였고 결국, 노선권을 무료로 넘기는 대신 감차 보상금 용역을 통해 합당한 보상금을 주고 적자 노선을 인수했다. 그때 폐지된 15개 노선과 25대 버스는 공영제인 ‘바로온’ 마을버스로 통합됐다. 현재는 20개 노선에 16대가 운행 중이다.

환승 거점인 여의동 우체국 앞 버스정류장에서 마을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환승 거점인 여의동 우체국 앞 버스정류장에서 마을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 환승역까지만 공영버스로

공영버스 ‘바로온’이 다니는 곳은 주로 외딴 마을이다. 바로온은 주된 노선과 연결되는 환승 거점까지만 운행한다. 바로온 승객은 환승 거점에서 내려 시내 곳곳으로 가는 민영제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전주시가 부분 공영제를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버스회사가 이 노선을 효율적으로 운행하지 않아서다. 비용만 늘고 지원금만 많아질 뿐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기존 운행방법은 벽지 마을별로 노선을 만들어 각각 버스를 따로따로 보냈다. 그러다 보니 중복되는 길이 많아지고 결국 운영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자면 A 버스도 팔을 거쳐 엄지손가락 마을에 가고 B 버스도 팔을 거쳐 검지 마을에 간다. 마찬가지로 중지 마을 가는 C 버스, 약지 마을 D 버스, 새끼 마을 E 버스 모두 매번 팔을 거쳐 들어가고 나온다. 하지만 각각의 손가락은 1번씩만 들른다. 효율이 떨어진다. 그렇지 않고 마을만 도는 작은 버스가 있고 손바닥 같은 환승역에만 데려다주면 최소 다섯 번은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게 된다. 이런 것을 지간선제라고한다 이런 효율적인 운영시스템이 있지만, 버스회사는 굳이 적용할 이유가 없다. 왜냐면 인력 감소로 노조의 반발을 사기도 싫고 어찌 됐든 운영비가 모두 세금으로 지원되는 마당에 회선을 줄일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공영제를 해야 할 이유기도 하다.

■ 부분 공영제 1년, 성과도 높아

전주시가 부분 공영제를 시작한 때는 작년 11월 경이다. 회기상 정확하게 1년을 지낸 시점은 올해 말이다. 그래서 손해인지 이득인지를 가르는 정확한 운영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조대호 주무관에 따르면 1일 비용이 기존 7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줄었다. 약 30% 정도의 비용 감소가 있다는 얘기다. 놀라운 성과다. 심지어 요금을 기존 1250원에서 500원으로 줄였는데도 차감 손익대비 민영제보다 훨씬 적은 운영비가 들었다. 따지고 보면 그간 공무원의 방임을 세금으로 메워준 것이나 다름없다.
운영비 감소를 위해 우선은 차량 크기가 줄었다. 기존에는 대형버스가 다녔지만, 지금은 쏠라티나 카운티 등 중소형 버스로 줄였다. 두 번째로는 인건비 감소다. 파업 등으로 버스 기사의 평균 급여가 상당 수준으로 올랐지만, 부분 공영제를 시작하면서 근로시간 단축 등을 거쳐 인건비가 줄었다. 받는 돈은 줄었지만 일하는 양도 줄었기에 단가는 비슷하다고 한다. 현재 공영버스는 전주시시설관리공단에서 위탁 관리하고 있으며 채용된 기사들은 모두 공단 소속 정규직이다. 고용 안정성이 올라간 것은 계산에서 빠져있다.

각 마을에 한두 대씩 들어가던 버스를 환승 거점을 만들어 지·간선제로 운영하면서 버스를 자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각 마을에 한두 대씩 들어가던 버스를 환승 거점을 만들어 지·간선제로 운영하면서 버스를 자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 이용객 평가 친절도96점, 늘려달라 요구도

전주시에 따르면 매년 실시하는 이용객 만족도 조사 결과 공영제 버스 구간의 만족도는 87점이다. 환승이라는 불편함이 있음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친절도로 무려 96점이다. 민영이나 공영제를 따지지 않고 버스를 운영하면서 받은 가장 높은 점수다. 이용객도 2020년 12월 1만 6314명에서 1년이 안 된 10월 기준 3만 625명으로 2배 가깝게 늘었다. 운영비는 줄고 이용객은 늘고 1석 2조의 효과를 내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 외곽과 농촌 마을 중심으로 공영제 버스를 늘려달라는 요구가 꾸준하다. 입소문이 났다는 얘기기도 하고 그간 민영 버스에 불만이 많았다는 증거기도 하다. 그래서 내년에는 12대를 추가로 도입해 이동권 요구에 부응할 계획이다.
친절도 향상은 기사들 모두가 공단 소속인 이유도 있다. 이들은 인성, 적성, 친절 교육 등 공단에서 실시하는 정규 교육을 수시로 받는다. 여기에 공무원이라는 사명감이 더해져 자발적인 친절 서비스가 이뤄진다.
조대호 주무관은 “공영제가 주는 파급 효과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민영 시내버스의 변화”라고 한다 “공영제가 잘 되고 보다 나은 친절이 제공되면 버스회사들도 동반해서 친절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시장 논리가 작동하길 기대하고 있다.

■ 발전하는 교통복지

전주시가 부분적으로 공영제를 시작한 동력은 전주시장의 공약이다. 지·간선제와 마을버스 도입으로 교통복지를 시작하겠다는 자치단체장의 약속이 공영제의 물꼬를 튼 것이다.
그런 이유로 전주시의 버스는 발전하고 있다. 집 앞까지 또는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앞까지 들어가는 작은 버스가 늘고 있다. 시내와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작은 마을들이 더 이상 소멸위기에 내몰리지 않게 이동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한, 시민의 건강을 위해서, 기후위기에 맞춰 모두 친환경 전기버스로 운영된다. 지원금을 더 받기 위해서 변화하지 않는 버스회사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미래를 대하는 속도가 다르다.
부안군도 가능하다. 부안군이 망설이고 있다면 주민 주도로 공영제 논의를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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