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잼버리 대회 개최를 위해 새만금 갯벌을 밀어내고 있다. ⓒ 최병성
2023년 잼버리 대회 개최를 위해 새만금 갯벌을 밀어내고 있다. ⓒ 최병성

전국을 누비며 환경에 관한 열정적인 취재와 보도를 하고 계신 최병성 시민기자님의 기사를 싣습니다. 이번 기사는 새만금 신공항 부지 공사와 관련해 중금속이 함유된 제강슬래그를 매립에 활용하는 군산시의 상황을 알리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서 가장 많이 읽은 뉴스에 오를만큼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새만금과 환경에 관한 소식은 부안의 이야기기도 하기에 최병성 기자님께 허락을 얻고 2회에 걸쳐 특집 보도합니다.                                   편집자 말

 

33.9km 방조제에 갇혀 썩은 호수가 된 새만금에 수상 태양광이 떠 있다. ⓒ 최병성
33.9km 방조제에 갇혀 썩은 호수가 된 새만금에 수상 태양광이 떠 있다. ⓒ 최병성

 

친환경으로 둔갑한 유독물질이 새만금에 쌓이고 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 저녁 햇살이 비치자 황금빛 번쩍이는 생명의 나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닷물이 들고나는 갯골의 크기에 따라 큰 기둥과 작은 가지가 만들어져 웅장한 한그루 황금나무가 된 것이다. 숲의 나무에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고 새와 곤충들이 깃들 듯 갯벌은 바다에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을 품어주는 생명의 나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26일 "한국의 갯벌은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전을 위해 세계적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며 갯벌을 세계 자연 유산으로 평가했다.

태양광 공사 현장은 사방이 커다란 조개껍질들로 가득했다. 이곳이 풍요로운 갯벌이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 최병성
태양광 공사 현장은 사방이 커다란 조개껍질들로 가득했다. 이곳이 풍요로운 갯벌이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 최병성

이번에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갯벌은 전남 순천-보성, 전남 신안, 전북 고창, 충남 서천의 4곳이다. 대한민국 갯벌 중 최고라면 전북 새만금을 빼놓을 수 없다. 대한민국 어느 갯벌보다 면적이 넓고 생태계적으로 중요한 새만금 갯벌은 왜 세계자연유산에 빠졌을까?
새만금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세계자연유산 대신 공사판으로 전락한 새만금 갯벌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드넓은 새만금 갯벌에 중장비들이 마치 밭을 갈 듯 갯벌을 밀어내고 있다. 2023년 세계 청소년 잼버리대회를 이곳에서 개최하겠다며 갯벌에 야영장을 만드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고, 변이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전 세계에서 수만 명의 청소년이 한곳에 잼버리대회를 개최해도 문제없는 것일까? 잼버리대회를 여는 이곳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풍요롭던 갯벌을 막아 환경을 파괴한 곳임을 세계에서 모여 든 청소년들이 알게 되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일까?

 

새만금은 갈매기, 백로, 왜가리, 가마우지 등 새들의 천국이다. 가마우지들이 갯벌 경계면에 줄지어 서 있다
새만금은 갈매기, 백로, 왜가리, 가마우지 등 새들의 천국이다. 가마우지들이 갯벌 경계면에 줄지어 서 있다

 

새만금 개발을 총괄하는 새만금개발청에 들어섰다. 입구에 커다란 조감도가 눈에 들어왔다. 앞으로 새만금이 이렇게 개발될 것이라고 보여주고 있었다. 새만금방조제를 막기 시작한 지 벌써 30년이다. 그저 장밋빛 환상일 뿐, 앞으로 몇 십 년이 더 지나야 저 조감도대로 이뤄질지 아무도 모른다.
생명을 품어주는 갯벌 자체가 세계 자연유산이 되는 시대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에 내일을 보지 못하고 과거의 개발논리에 빠져 혈세를 탕진하는 현장이 바로 새만금임을 조감도가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조감도 상단에 수상태양광과 육상태양광 단지가 있다. 생명이 가득하던 갯벌에 건설되는 태양광은 어떤 모습일지 현장을 돌아보았다. 

갈매기, 가마우지, 왜가리 등 새들의 쉼터요, 배설물 범벅이 된 새만금 수상태양광 패널 ⓒ 최병성
갈매기, 가마우지, 왜가리 등 새들의 쉼터요, 배설물 범벅이 된 새만금 수상태양광 패널 ⓒ 최병성

33.9km 세계 최장이라고 자랑하는 방조제에 갇혀 시퍼렇게 썩어가는 새만금 호수 위에 둥둥 떠 있는 물체 위에 새들이 앉아 있다. 갈매기와 가마우지, 왜가리가 쉬고 있는 곳은 수상태양광 패널이다.
망원렌즈로 가까이 살펴봤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새들의 배설물 범벅이었다. 새만금은 갈매기와 가마우지 천국이다. 이들에게 수상태양광 패널은 편안한 쉼터였던 것이다.
좀 더 정확한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수상 태양광 패널을 위에서 살펴보았다. 태양광 패널은 마치 흰 페인트를 칠한 듯했다. 새들의 무리가 많은 만큼 배설물 양이 엄청났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전기 생산이 가능할까? 새똥은 물로만 세척하긴 어려울 텐데, 새만금 수질에 아무 문제 없을까? 새만금 수상 태양광의 앞날이 암울해보였다.

흰페인트를 칠한듯, 새들의 배설물로 뒤덮인 새만금 수상태양광 패널 ⓒ 최병성
흰페인트를 칠한듯, 새들의 배설물로 뒤덮인 새만금 수상태양광 패널 ⓒ 최병성

새만금 갯벌 위에도 태양광 패널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현재 태양광 시공 중인 현장은 이미 완공된 면적보다 훨씬 컸다.
이곳이 방조제를 막기 전에 생명이 풍부하던 갯벌이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태양광 공사 현장 바닥에서 손바닥 크기의 조개껍질들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바닷물을 막는 방조제 건설을 하지 않았다면, 이곳은 지금도 전 국민의 밥상을 책임지는 풍요로운 생명의 갯벌이었을 것이고, 진작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수문을 열어 해수를 유통하면 썩어 악취 진동하는 새만금 호수 물도 맑아지고, 육지화 되던 갯벌들도 다시 살아날 것이다.

 

갯벌이었던 태양광 공사 현장에 시커먼 물체를 붓고 있다.
갯벌이었던 태양광 공사 현장에 시커먼 물체를 붓고 있다.

 

유독물 들이붓는 육상 태양광 공사 현장

갯벌이었던 곳에 쇠기둥을 박아 태양광 패널들을 세우고 있고, 대형덤프들이 연신 들어와 시커먼 물체를 퍼붓고 있다. 태양광 단지 사이사이에 차량들이 오갈 관리 도로를 만드는 중이었다.
대형 덤프들이 갯벌 위에 쏟아 부은 물체에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았다. 악취가 진동했다. 곳곳에 고인 물웅덩이에서는 하얀 거품이 부글거리고 있었다. 이 물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대형 덤프트럭을 따라갔다.
태양광 공사 현장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세아베스틸이라는 제철공장이었다. 고철을 전기용광로에 녹여 특수강을 만드는 공장이다.

군산시가 분석을 위해 시료를 채취하는 현장에서 함께 동일한 시료를 채취하여 분석의뢰하였다
군산시가 분석을 위해 시료를 채취하는 현장에서 함께 동일한 시료를 채취하여 분석의뢰하였다

이 과정에 발생한 제강슬래그(고온의 전기로에서 무쇠, 주철, 철 조각 따위를 녹여 강철, 크롬, 망간 따위가 함유된 철을 생산하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슬래그)를 새만금 갯벌 위에 퍼붓고 있는 것이다.
공장 한쪽에 시커먼 제강슬래그 더미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지난 수년간 슬래그를 처리하지 못해 쌓아놓은 양이 엄청났던 것이다.
세아베스틸의 슬래그가 새만금에 반입된 과정은 이렇다. 새만금 육상태양광 사업부지 내 공사 차량이 오가는 관리도로 조성 사업에 세아베스틸의 제강슬래그 반입을 주도한 것은 군산시였다. 세아베스틸은 중금속이 없는 친환경 제품이라면서 군산시에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했고, 군산시는 골재 구입비용을 아끼는 차원에서 세아베스틸로부터 무상으로 슬래그를 공급받았다. 그렇게 해서 지난 4월 29일부터 13만 톤이 넘는 제강슬래그를 새만금 태양광 단지 조성 현장에 반입한 것이다. 군산시 관계자는 필자에게 조사 결과 중금속이 없는 친환경으로 인증 받은 제품임을 계속 강조했다.

군산시가 새만금에 반입한 제강슬래그에서 백탁수가 발생하였다. 이곳에 물고기를 넣자 껍질이 벗겨지며 10여분만에 죽었다. ⓒ 김주태
군산시가 새만금에 반입한 제강슬래그에서 백탁수가 발생하였다. 이곳에 물고기를 넣자 껍질이 벗겨지며 10여분만에 죽었다. ⓒ 김주태

지난 5월, 필자는 전북의 여러 언론에 인터뷰를 통해 제강슬래그의 환경문제 가능성을 제기했다. 태양광 발전이 이뤄지는 최소 20년간 새만금의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을 제강슬래그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용출검사(사업장 페기물의 지정폐기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9가지 중금속류를 분석하는 시험 방법. 단, 용출시험 자체가 해당 물질의 환경상 안전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뿐 아니라 제강슬래그에 어떤 유해물질들이 함유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중금속 함량검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군산시와 사업자가 슬래그 반입을 일시 중단했다. 군산시는 지난 6월 15일, 세아베스틸의 제강슬래그에 대해 전라북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수은, 카드뮴, 비소 등 8가지 중금속 검사를 분석 의뢰했다. 결과는 불검출이었다. 군산시가 분석 의뢰한 8가지 항목의 용출검사는 이미 많은 논문에서도 불검출로 나와 있다. 군산시가 의뢰한 8가지 중금속 항목은 필자가 분석한 함량조사에서도 대부분 불검출이거나 소량이라 용출검사에서는 더더욱 불검출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굳이 분석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었다.
군산시는 중금속이 불검출 되어 안전한 제품이라며 2주 전부터 다시 새만금 태양광 단지 조성 현장에 세아베스틸의 제강 슬래그를 반입하고 있다.
하지만 고철을 녹여 특수강을 만드는 과정에 발생한 제강슬래그가 과연 중금속이 없는 안전한 물질일까? 군산시가 분석을 맡긴 동일한 슬래그 시료 두 봉투를 국내 최고의 공인분석기관에 분석 의뢰했다.                                           (▶다음주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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