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님, 김정기, 장은아 의원이 속한 1팀 의원들의 견학 모습
이용님, 김정기, 장은아 의원이 속한 1팀 의원들의 견학 모습

행·감 명목 제주도 2박 3일 연수 중
뮤지엄전시관, 휴양림, 허브 농원 등
견학 간 곳 대부분이 유명 관광지
K-워터쇼라는 서커스 공연도 관람

 

“보고서 일자별로 작성하라” 요구부터
“연수비 일체 환수해라” 강경론도 나와

 3주 전 제주도로 의정 연수를 다녀온 부안군 의원들이 연수과정에 방문했다는 견학 장소가 주로 유명 관광지와 공연장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연수를 핑계로 한 세금여행이라는 비판이 군민들 사이에서 빗발치고 있다.
본지는 지난 11월 2일 자(830호) <부안군의회 제주도 연수…일정 절반이 견학, ‘선거전략’ 강의도>라는 기사를 통해 행정감사를 앞두고 2박 3일간 제주도로 떠난 군의원들의 의정 연수가 산업 시찰 명목의 외유성인데다, 선거전략 배우기 등 목적 외 강의도 있어 연말 예산 몰아 쓰기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본지는 의원들의 견학과 산업시찰 장소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에 나서, 부안군의회 명의의 ‘의정 연구 결과 보고서’를 입수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말이 좋아 현장 방문이지 대부분 유명한 관광지였고, 일정에 서커스 공연도 포함돼 있어 사실상 연수는 껍데기였음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오장환, 김연식, 이강세 의원 등 2팀 의원들이 방문한 돌 문화공원
오장환, 김연식, 이강세 의원 등 2팀 의원들이 방문한 돌 문화공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의원들의 자질과 의식을 두고 군민들 사이에서 거센 비난이 나오고 있다. 연수보고서를 날짜별로 세세하게 작성에 군민 앞에 모두 공개하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고, 일각에서는 이른바 ‘휴가용 연수’에 불과하니 세금으로 사용한 연수비 일체를 환수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을 하는 군민도 있다.
코로나로 여행은 고사하고 매일매일 살기도 힘들다는 한 상인은 “(의원들이) 타 지역 방문을 자제하라고 떠들지 않았냐”며 “돈 있는 사람들인데 세금으로 월급 주는 것도 모자라 여행도 보내주냐. 남들은 다 힘들다는데 의원들만 신났다”고 일갈했다. 
의원들 연수는 총 3팀으로 나눠 진행됐다.
첫 번째 팀인 김정기, 이용님, 장은아 의원과 의회사무과 4명은 연수 둘째 날 오후에 2곳을 견학했다. 장소는 ‘아르떼 뮤지엄’과 ‘곶자왈 휴양림’이다. 아르떼 뮤지엄은 파도와 폭포로 유명한 디지털 광고업체가 제주도에 만든 상업용 전시관이다. 의정보고서에는 ‘부안군에 도입 가능성을 살펴볼 목적’이라고 적혀 있지만, 부안 의정과 연계 가능성도 없거니와 업체 책임자를 만나 구체적인 설립방법에 대한 조사도 진행된 것이 없다. 그저 구경만 하고 돌아온 것이다. 곶자왈 휴양림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지대와 숲으로 유명한 관광지다. 부안과 변산에 용암지대가 있다면 몰라도 우리가 배울 것은 별로 없다.
두 번째 팀은 김연식, 이강세, 오장환 의원과 3명의 의회사무과 직원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연수 둘째 날 하루 종일 산굼부리와 돌문화공원을 방문했다. 산굼부리는 분화구로 40분~1시간 정도 시간이 걸리는 관광지고 돌문화공원은 제주지역을 특색있게 표현한 관광지다. ‘관광정책과 지역 활성화를 위해’ 방문했다고는 하지만, 이 3명의 의원 역시 이곳에서 관광 이상의 어떤 활동도 펼치지 않았다. 세금 써가면서 우르르 몰려갈 일이 없었다는 뜻이다.

문찬기 의장, 김광수, 이태근, 이한수 의원이 속한 3팀이 허브농원에서 손가락 하트와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다
문찬기 의장, 김광수, 이태근, 이한수 의원이 속한 3팀이 허브농원에서 손가락 하트와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다

 

세 번째 팀은 문찬기 의장과 전 의장인 이한수 의원, 그리고 김광수, 이태근 의원과 의회사무과 3명으로 구성돼 절물 자연휴양림, k-워터쇼, 제주 허브농장을 방문했다. 절물 자연휴양림은 삼나무가 유명한 곳으로 말 그대로 휴양림이다. 경사도가 낮아 노인이나 어린이 등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특징을 지닌 곳이다. 주로 나이가 있는 의원들로 구성돼 이곳으로 왔나 하는 추론도 가능하다. 제주 허브농장 역시 밤에는 부안의 별빛마실 같이 화려한 조명이 볼 만한 그냥 관광지에 불과하다.
가장 놀라운 방문지는 K-워터쇼다. 스카이 워터쇼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서커스 공연’이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 여러 나라의 기예단이 춤과 기술을 1시간 정도 보여주는 쇼인데, 의회의 수장이었던 전반기 의장과 후반기 의장이 나란히 관람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부안읍민은 “(의원들이) 세금으로 여행가서 관람을 했으니 부안 관광과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했을 것이다. 장차 이들의 정책 제안에 기대가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연수는 모두 군민의 혈세로 진행됐다. 그래서 들어간 만큼 성과가 나와야 하고, 연수 보고서와 정책 제안 등 군민이 알 수 있게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 그러한 과정이 없다면 의원들의 연수는 군민들의 비난을 넘어 직무유기 내지는 횡령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 군민들의 인식이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전·현직 의장을 포함해 모든 의원이 관례처럼 공무원이 대신 써준 보고서 말고 자신이 몸소 체득한 지식을 어떻게 부안군 정책에 활용할 것인지 직접 쓴 보고서가 나와야 한다. 이는 곧 있을 지방선거에서 군민이 바른 선택을 하도록 돕는 계기도 된다. 
모름지기 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라고 탄생한 조직이다. 집행부를 감시하기 위해서는 집행부를 바라보는 민주적이고 날 선 의식도 있어야지만 그만큼의 지식도 요구된다는 군민들의 지적을 의원들이 되돌아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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