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연수 일정표
의원 연수 일정표

교육 첫날과 마지막 날만 좌식 교육
교육 과정 절반이 시찰과 견학 등
차라리 인터넷 강의가 낫다 의견도

 

다음 선거를 위한 전략 강의도 있어
선거 관련 교육은 의원 개인적인 일
세금으로 교육해선 안 된다 지적도

 부안군 의회 의원들이 조만간 있을 행정감사와 예산 심사를 대비해 제주도로 연수를 떠났다. 하지만 교육 일정에 산업 시찰나 견학 등 외부 일정이 많고 심지어 선거 전략이라는 목적 외 교육 과정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세금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 시국을 감안해 비대면 인터넷 연수가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번 제주도 연수는 3개 팀으로 나눠 진행된다. 각각 2박 3일 일정이며 1팀과 2팀은 지난 27일 시작했고 3팀은 11월 1일부터다.
연수에는 의원 10명과 의회사무과 공무원 9명 등 총 19명이 참여한다. 이들의 연수비용은 1인당 74만 원으로 약 1400만 원이 소요된다.
먼저 간 2개 팀 중 1팀은 김연식, 오장환, 이강세 의원으로 구성됐으며 2팀은 김정기, 장은아, 이용님 의원이다. 뒤늦게 떠난 3팀은 문찬기, 김광수, 이한수, 이태근 의원이다. 동반하는 공무원은 팀별로 3명씩이다.
의원이나 의회사무과의 연수 필요 주장처럼 연수 일정에는 예산안 심사와 행정사무감사 관련 강의가 있다. 하지만 본지가 입수한 일정표에 따르면 지역 산업 시찰이라는 명목의 외부 일정이 하루 종일 있는가 하면 심지어 의원들 개인의 선거를 위한 전략 강의도 포함돼 있다. 군민을 위해 제대로 일하기 위해, 집행부 견제 능력을 키우기 위해 떠난 연수치고는 허점이 많아도 너무 많다.
1팀과 3팀의 교육 과정은 동일하다. 교육 주체가 같기 때문이다. 이 교육의 문제점은 시찰 등 외부 강의가 교육 시간의 절반에 달한다는 것이다. 제주도에 도착한 첫째 날은 오후 3시부터 교육이 시작된다. 첫 강의는 ‘2022년도 예산안 심사’와 ‘이해충돌방지법 심층 해설’로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3시간을 의자에서 보냈다면 둘째 날은 종일 야외에서 강의가 이뤄진다. 10시에 관광 정책개발을 위한 벤치마킹이라는 제목으로 오전 내내 제주도를 돌고 점심을 먹은 후 오후 2시부터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연구라는 이름으로 산업 시찰이 이뤄진다. 행정감사와 예산안 심사와 관계가 먼 관광 정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꼬박 하루를 소비하는 셈이다. 그것도 여장을 풀고 집중력이 생겨 교육 성과가 가장 좋을 둘째 날 이뤄진다. 그래서 외유성 교육에 무게가 실린다. 그나마 다행히도 셋째 날은 ‘행정 사무감사, 조사기법’ 교육이 3시간 동안 진행된다. 이후 점심을 먹고 연수는 마무리된다. 결국, 의정역량 강화라는 교육목적에 쓰인 시간은 제주도에 도착한 첫날 3시간, 떠나는 마지막 날 3시간이 전부다. 도착과 출발을 뺀 온전한 하루는 모두 투어 형태로 진행된다.
2팀 교육은 주목적인 직무교육과 달리 다양하게 여러 과정이 섞여 있다. 야외 시찰 교육도 있고 의원 개인의 선거를 위한 강의도 있고 행·감이나 예산 교육도 있다.
제주도 도착 첫째 날 진행되는 교육 제목은 ‘선거혁명! AI 시대의 K-선거 전략’이다. 전, 광산구의회 의장(3선)이었던 이준열 박사가 강의자다. 그런데 제목부터가 문제다. 이 교육은 유권자를 어떻게 관리하느냐 등 선거 컨설팅 회사에서나 있을 법한 교육이다. 직무 교육과 거리가 먼 것도 문제지만, 의원들 개개인의 사적 선거 전략 향상을 위해 세금이 들어가는 셈이다. 세금을 바로 쓰도록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의원들이 선거라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세금을 쓰는 것이다. 세금의 공공적 지출 원칙 위반 소지도 있다. 이런 형태의 교육은 마지막 날에 더 노골적이다. 교육 세부 내용에 ‘지역구 감동관리 기법’, ‘다선의원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강의가 이뤄진다. 유권자인 군민을 단순히 대상화한 교육이다. 이런 교육 과정을 의원들이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비난의 대상이 된다. 둘째 날 오전에는 구색 맞추기 용인지 예산심사와 행정 사무감사 전략 강의가 2시간 30분간 진행된다. 사실상 직무향상 교육은 이게 전부다. 이후 2시부터는 어김없이 외부 견학이 진행된다. ‘지역특성화 사업 성공사례 비교 견학’이란 이름으로 자율학습이 진행되고 석식을 끝으로 하루가 마무리된다. 1, 2팀과 마찬가지로 목적에 맞는 교육 시간은 꼽아야 6시간이 안 된다. 이런 식이라면 일각에서 제기된 비대면 인터넷 강의가 낫다.
의원들은 연수에 앞서 “열심히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의원들 열정은 뜨거웠을지 몰라도 교육 내용은 열기를 식히는 바람 쐬기 용이다. 
코로나로 경기가 어려워 외부로 눈길을 돌리지 못하는 군민에게는 세금 여행으로 보인다. 며칠 전 소노벨 변산에서 있은 공무직 단체 연수처럼 연말에 닥쳐서 정해진 예산을 몰아 쓰는 관행적 연수라는 시선도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할 의회가 내로남불식으로 자신들을 위한 세금 지출에는 관대하다는 지적도 있다.
연수가 매년 반복되지만 나아진 점이 없다면 하나 마나 한 세금 낭비용 연수가 된다. 세금 낭비인지 아닌지는 조만간 있을 행정감사와 예산심사에서 드러난다. 의원들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잘 지켜봐야 할 이유다.
일각에서는 국외 연수뿐만 아니라 국내 연수에도 연수 보고서를 작성해 군민에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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