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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개인 이기주의가 만연한 세상에서 자식들이 모아준 팔순잔치 비 3백만원을 경로당 신축비용으로 기부한 할머니가 있어 화제다.부안읍 서외5마을 임승순(82·사진)할머니는 팔순잔치를 마다하고 주민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지낼 수 있는 경로당 마련을 위해 선뜻 성금으로 내놨다.
이와 함께 같은 마을 노인 20여명이 십시일반 천오백만원을 모금하여 마을회관을 신축하는데 동참하고 있어 팔순의 한 노인의 따뜻한 마음이 주변사람들에게까지 감화되고 있다
그동안 마을에 변변한 경로당이 없어 항상 안타깝게 생각한 임 할머니는 틈틈이 모은 용돈과 노후자금으로 나오는 노인연금, 그리고 자녀들이 특별히 모아 준 돈을 아낌없이 내주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임 할머니는 겨우 자식들 전화번호만 외워서 객지에 나가있는 5남 2녀의 자식들과 소통을 하고 있었다.
행안면이 고향으로 열여덟의 나이에 그 당시 약방의 점원으로 일하던 남편을 만났고, 시집살이에 고생한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면 수십 권을 썼을 거라며 손사래를 치는 임 할머니의 표정만 보더라도 그녀의 삶이 순탄치 않았음을 말해준다.
가난했던 시절, 14,000원으로 분가해 떡, 젓갈, 생선 등을 머리에 이고서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며 행상을 했고, 한량인 남편은 월급 타면 술친구들과 어울리는 재미로 살아갔으니 이것저것 안 해본 것 없이 억척스럽게 자식들을 키워낼 수밖에.
그렇게 키운 자식들이 이젠 임 할머니의 재산이 되었다. 부모 뜻에 따라 순종하던 자식들은 어느새 자라나 대학교수, 방송국 PD, 공무원, 회사중역 등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살아가고 있다.
17년 전 약방을 운영하던 남편을 여의고 홀로 사는 임 할머니는 여느 부모가 그렇듯이 그저 자식들이 건강하게 잘 살아주기만을 바랄뿐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크게 속 썩 인적 없고 큰소리 한 번치지 않고서 아이들을 길러냈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착하게 자라준 자식들이 당신에겐 큰 복이란다.
요즘 오십 줄이 훌쩍 넘은 큰 아들과 전화통화를 자주 한다는 임 할머니는 “너희가 엄마 아빠가 살았던 만큼만 사이좋게 살아 달라”라고 늘 입버릇처럼 당부하며 어린애 다루듯이 염려부터 앞선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다. 부모가 하는 모습을 그대로 따라 배우는 게 자식이다.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으면 안 된다는 충고에 자식들도 그녀의 모범된 삶에 수긍하며 그렇게 살겠노라고 다짐하곤 한다.
집에 오는 사람에게 빈손으로 보내지 않는 임 할머니는 무엇이든 퍼주기 좋아해 인심 좋은 약방아줌마로 통한다. 농담도 잘하고 사람을 좋아하여 그녀의 집은 사랑방 역할을 하여 늘 친구들이 끊이지 않고 놀러온다.
팔순의 나이임에도 해마다 거르지 않고서 김치는 물론 된장, 고추장, 간장을 담가서 자식들에게 보낸다. 20년째 보따리를 싸서 올려 보냈다는 임 할머니는 “이제 나이 먹어서 풀기가 떨어져 내가 먹어봐도 예전 손맛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래도 자식들은 어머니가 보내준 맛이 단연 최고다.
더 이상 힘에 부친다며 못해주겠다는 그녀 말에 “어머니가 해준 음식이 가장 맛있다”는 며느리 말에 “나 꼬시려고 맛있다고 하는 거지” 하며 곧잘 우스게 소리를 하면서 당신의 비법을 전수해주기도 한다.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임 할머니는 남편이 생전에 손수 지었던 경로당을 다시 번듯하게 세우는 게 꿈이다. 정월 한 달을 꼬박 기도로 보낸다는 임 할머니는 칠남매 모두 만인들에게 칭찬받으며 살아가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