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사람

만나면 즐거운 사람이 있다. 아침 출근길에 이 사람을 만나게 되면 하루가 더욱 즐거워진다. 항상 유쾌한 웃음으로 반기며 손님을 맞이하는 LPG 충전원 안남주(65)씨다.

부안읍 선은리에 위치한 부안LPG 자동차충전소에서 일하는 안 씨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가 정신없이 바쁘다. 수시로 들이닥치는 자동차들에 잠시 쉴 틈도 없이 바지런히 몸을 움직여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가스를 충전한다.

그래도 안 씨의 표정은 언제나 밝고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피곤한 기색도 없이 뭐가 그리 즐거운지 목소리부터 우렁차다. 웃으면서 친절히 맞아주는 그의 모습에 손님들도 덩달아 즐거워지고 어느새 단골이 되어버린다.

언제나 우스게 소리 잘하고 손님들에게 농담을 건네지만, 훤칠한 외모와 목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에 간혹 손님들이 그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아보고 군인 출신이냐고 묻곤 한다.

지난 35년간 군인으로 재직하며 월남전에 참전했고, 공수부대에 몸을 담기도 했던 안 씨는 1987년 군대를 예편하여 LPG 충전원으로 11년째 일하고 있다.

행안면 삼간리가 고향이라는 안 씨는 손님들에게 자신이 손해 본다고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더 넣어주려고 노력한다. 차라리 덤으로 얹어 주면 마음이 편하다는 그의 마음 씀씀이처럼 인심 또한 후하다. 부안LPG 자동차충전소 사장도 오히려 손님들에게 너무 야박하게 굴지 말라며 안 씨를 믿고 맡긴다.

안 씨는 가스 충전을 하는 동안 잠깐이지만 단골들과 많은 인생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사람이나 자동차나 젊었을 때 관리를 잘 해야 한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어린 시절 어르신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참고삼아 조언해준다.

“마음이 즐거우면 몸도 즐겁고 편하다”고 말하는 안 씨가 처음부터 모든 손님들에게 친절한 것은 아니었다. 초창기에 사회생활 경험이 없던 그는 비위에 거슬리는 일이 생기면 군인출신답게 걸핏하면 멱살을 잡고 손님의 따귀까지 때려버렸다.

하지만 이제 안 씨의 성격은 180도 변해있다. 근본이 부지런한 그는 자발적으로 청소는 물론 주변 정리까지 깔끔하게 처리하고, 틈틈이 여성단골들의 세차도 도와주는 친절한 아저씨다.

그러자니 자연히 여성 운전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고마움을 표시하며 더운 날엔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사 주고 음료수, 밤, 옥수수 등을 가져와 내밀기도 한다.

군대시절에 책을 많이 읽곤 했다는 안 씨는 지금도 잠깐 쉬는 틈을 타서 책을 읽는다. 책속에서 지혜를 배운다는 그는 그동안 군인들 교육과 면담을 하면서 관상학을 공부했으며 제빵, 제과 등 요리에도 일가견을 가지고 있다.

항상 일을 즐기는 안 씨가 손님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즐겁게 해주는 비결도 그가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상대방을 편하게 대하기 때문이다.

돈보다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일이 이제는 안 씨에게 일상이 되고 인생이 되었다. 지금은 집에서 쉬는 게 더 힘들다며 이른 아침부터 가스 충전소로 출근하는 안 씨는 여전히 손님들과의 즐거운 대화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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