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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으로 근무하면서 관내 불우이웃에게 온정의 손길을 펼친 봉사자가 있어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그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부안우체국 김형수 씨(55)다.

주산면 갈촌리에 사는 김 씨는 30여 년을 집배원으로 근무하며 지역사정을 손바닥 보듯 훤히 잘 알아 우편물 배달 중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을 남모르게 도왔다.

지난해 3월, 사회공헌활동으로 우정사업본부에서 추진하는 지역사회 소외계층 돕기 지원사업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을 추천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동진면 일대를 담당하고 있는 김 씨는 홀로 사는 임옥순 할머니가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로 계신 것을 보고 부안요양병원에 모시고 가는 등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아들처럼 할머니의 안부도 살피고 말벗도 되어 드리며 가까운 이웃으로 지냈다.

김 씨는 아침 7시에 집을 나서서 우체국에 출근해 등기와 택배물량 등 그날 하루 동안 자신의 구역에 전달할 우편물을 챙기면서 일과가 시작된다.

연말이나 명절 등 배달할 우편이 많은 날이면 점심도 거르기 일쑤다. 집배원생활 30년에 위장병이 생겼다고 웃어넘기는 김 씨는 등기나 도착통지서는 시간을 다투는 우편물이라서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기에 밥 먹을 시간도 없다는 것이다.

그날그날 맡은 업무를 마쳐야 하기에 오토바이를 타고 우편배달 일을 하다보면 자빠지고 깨지기 부지기수다. 항상 위험과 맞서며 최선을 다해 우편물을 배달하지만, 특히 눈, 비가 내릴 때는 빙판길에 더 이상 배달을 할 수 없어 하루 배달을 완료하지 못하고 일을 접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고객들은 이런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항의전화를 해와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수고한다’는 고객의 말 한마디는 든든한 힘이 됐다.

편지를 각 세대에 돌리다보면 퇴근시간은 남은 편지 통수로 가늠된다. 하루 평균 3000여 통의 우편물을 날라야 하는 배달 업무는 오후 6시 퇴근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끝나곤 한다.

이렇듯 고되고 힘든 일과 속에서도 김 씨는 지금껏 얼굴 한 번 찌푸리지 않았다. 언제나 허허 웃어넘기는 그가 동료들을 만나면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고 오히려 먼저 인사말을 건넨다.

때론 동네어귀에서 맨손으로 지팡이 짚고 경로당에 가는 할머니를 만나면 그가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주기도 했고, 치매 걸린 한 할머니는 김 씨를 볼 때마다 “우리 아들 하게나”하면서 손을 꼭 잡고 반가워했다.

사람의 정을 그리워하는 홀로 사는 노인들을 만날 때마다 이제는 김 씨도 정이 들어 매일 들여다보며 어디 편찮은 데는 없는지, 건강은 괜찮은지 안부를 여쭈며 대화를 나눈다.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그냥 보아 넘길 수가 없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는 “나 아닌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것이다”라고 별일 아닌 듯 겸연쩍어 했다.

그동안 결근 한 번 한적 없이 성실하게 일하면서 김 씨가 느끼는 보람은 크다. 군대 간 아들의 첫 물품이 배달될 때 어머니의 오열을 지켜봤고, 세대주 이름이 아닌 아들, 며느리, 혹은 사위 이름으로 편지가 올 때면 그냥 반송보내기보다는 면사무소에 직접 찾아가 조회하여 최선을 다해 배달을 했다. 또한 여러 번지를 쓰는 농촌마을의 특성상 일일이 찾아내 기억해 두었다가 직접 주인에게 건네준다.

반가운 소식보다는 각종 고지서 등 공공요금 배달이 많아진 요즘, 집배원이 달갑기보다는 빚 독촉하는 것 같아 그리 반가워하지 않는 현실이 김 씨는 안타깝기만 하다. 농사철 집배원 아저씨가 들판을 지나가노라면 새참 먹던 농부들이 잠깐 쉬었다 가라면서 한사코 부르던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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