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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면부지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평범한 직장인 박석환(44. 사진)씨가 조혈모세포를 기증해 주위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흔히 골수이식이라 불리는 조혈모세포는 정상인의 골수 혈액에 약 1% 정도로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세포다.

하지만 골수기증의 경우 마음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복잡한 검사를 거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적합한 골수를 찾는 게 여간 드문 확률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나서 기증하겠다고 해도 가족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경우도 있다. 박 씨의 경우 부모님께 비밀로 하고서 부인 김윤희(40)씨의 허락을 받아냈다. 남편의 건강이 염려되어 처음에는 말렸지만 박 씨의 확고한 결심에 그녀도 더 이상 만류할 수 없었다.

평소 신앙생활에 열심인 박 씨는 8년 전 온누리교회 직장인 수련회에서 열린 장기기증 설명회를 통해 조혈모세포 기증을 서약했다. 그 후 작년 9월 조혈모세포협회에서 유전자가 일치되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서 골수기증에 기꺼이 참여하였다.

박 씨는 골수를 기증받는 사람이 30대 초반의 남성이라는 것을 알 뿐 상대가 누구인지조차도 모른다.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모든 고통을 감수하며 망설임 없이 골수기증에 참여한 박 씨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소소한 일이었을 뿐 대단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담담한 심경을 밝혔다.

전북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도 농협에 입사하여 16년째 근무하고 있는 박 씨는 계화농협에서 대출업무를 맡으며 중견사원으로서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고 있다.

박 씨의 경우 골수기증 서약을 하고 8여 년을 기다린 끝에 실시되었다. 하지만 검사 결과가 환자와 100% 일치하지 않아 골수이식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런데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절박한 환자 측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1%가 일치하지 않아 이식을 포기했지만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에 박 씨에게서 한 가닥의 희망을 품은 것이다.

장기기증은 건강한 삶을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자신에게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장기를 꺼져가는 생명을 위하여 대가없이 주는 일이다. 한 사람의 뇌사자가 장기기증으로 9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골수기증은 헌혈보다 조금 더 힘들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기증자는 다음날 퇴원이 가능하고 2~3주 내에 평소와 같은 왕성한 활동이 가능하다.

박 씨는 일주일 휴가를 내서 건국대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받고 골수를 채취했는데, 직장이 지방이라서 조금의 번거로움과 잠깐 기간이었지만 혈소판수치가 줄어들어 멍이 쉽게 들고 약간의 허리통증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건강한 몸으로 귀중한 생명을 살리는 일에 일조를 했다는 뿌듯함으로 약간의 불편함이 있을 뿐이라는 박 씨는 많은 사람들이 골수기증에 참여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핏 보기에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평범한 샐러리맨 같지만 그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매사를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밝게 살아가는 그는 풍선아트와 레크레이션 강사 자격증을 가지고 교회에서 봉사를 하고, 글쓰기는 수준급이어서 지역 신문사와 잡지사에서의 청탁이 줄을 잇는다.

젊어서부터 독거노인을 돌보는 모임에 참여하며 남다른 봉사정신을 발휘했던 박 씨는 이번 일을 두고 딱히 큰일 했다기보다는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며, 건강한 사람이라면 많은 관심과 참여로 장기기증문화가 보편화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여 나이 들면 드는 대로 할 일이 더욱 많아진다는 박 씨는 여전히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며 배움의 길에 투자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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