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 증거에만 매달려성희롱등 결정 제자리

반핵시위 과정에서 과잉진압한 경찰에게 피해보상을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결정은 사상 초유의 일로 기록됐지만 시위 진압과정에서 여성들의 성희롱 등에 대한 판결은 제자리 걸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결정문에 따르면 진정내용 중 피해자 이아무개 씨와 한아무개 씨, 배아무개 씨 등 여성들에 대한 성희롱과 인격권 침해 부분은 각각 기각, 각하한다고 밝혔다.(8면 결정문 참조)

당시 7월달 시위 때 임산부였던 이아무개 씨는 미처 임신한 사실을 모르고, 경찰에 폭행당한 뒤 병원치료 후 진통제를 복용해 유산할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이번 기각 결정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7월달에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했으면 괜찮았을지 모르지만 갑자기 식구들이 걱정할까봐 그날 바로 나왔다. 11월달 시위때도 임신 가능성이 있어서 임산부라고 주장하는데도 나를 들어서 내동댕이쳤다. 인권위 결정이 어떻게 났든 만약에 당시에 임신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몸서리가 쳐진다”고 밝혔다.

성희롱 사건으로 진정에 들어간 배아무개씨의 경우는 배씨가 진술을 번복해 중도에 표류한 사건이다. 횟집을 경영하던 배씨가 “경찰병력이 배치되어 장사를 못하니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항의하자 경찰이 폭언을 하며 강제연행되는 과정에서 상의가 벗겨졌고, “저년 밑에까지 벗겨 버려라!”라고 하자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피진정인인 경찰의 주장은 다르다. 경찰은 야간 촛불시위를 강행하는 것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시위여성 중 1명이 경찰에게 몸싸움을 걸면서 스스로 웃옷을 벗고 항의하자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남자가 “팬티까지 벗어 버려”라고 말한 것을 경찰이 말한 것으로 오인했다는 것이다. 배아무개 씨와 함께 시위여성 1명이 가세해 웃옷을 벗어 던지는 등 알몸시위를 벌이자 경찰은 성추행 시비소지를 없애기 위해 여경들을 투입해 보호조치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반핵대책위는 배아무개씨 등 여성 2명에 대해 ‘경찰지휘관이 성폭행사실이 있다’는 기자회견을 했으나 경찰은 대책위측을 명예훼손으로 지난 12월 고소해 수사 진행중에 있다.

이번 인권위 결정에 대해 당시 반핵대책위 전 조직국장이었던 김진원 씨는 “어쨌든 인권위에서 객관적인 정황 증거를 가지고 접근했다고 생각한다. 정황증거들이 부족해서 각하나 기각 결정이 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으로 남지만 인권위 수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인권위 결정이 객관적인 정황증거에만 매달린 부분은 아쉬움이 있다. 대책위에서도 여성들의 인권 회복을 위해 애썼지만 피해자 스스로 중간에 진술을 번복하는 등 자기 권리를 포기해서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평가했다.

교육국장 김효중 씨도 “일괄적으로 수사를 얼마나 잘 했는지 모르겠지만 배아무개 씨의 경우는 일반인들이 봐도 성폭력의 부분이 있었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여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사회 전체적인 의식도 의식이지만 성폭력에 대한 어떤 정확한 규정이나 여성을 대변하는 법이 없지 않나, 그래서 그런 결정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부안항쟁 과정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컸던 만큼 여성들의 피해사실이 적극적으로 규명돼 명예회복이 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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