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반겨"..."제대로 이행할까" 반신반의

국가인권위(인권위) 결정문에 대해 경찰의 폭력적인 과잉 진압의 피해자인 부안 사람들과 인권단체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경찰의 책임을 묻고 피해 배상을 권고한 주문 사항의 요지에 대해 주민들은 반기는 표정을 보이는 가운데에도 정부와 경찰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감을 떨치지 못했다.

지난 23일 최동호 부안읍 반핵대책위 위원장은 결정문에 대해 “행정력의 유지를 위해 이용돼 온 공권력에 경종을 울렸다”며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조사 및 발표 시기에 대한 아쉬움도 이어졌다. 늦은 판단 때문에 얼마나 진실규명과 피해보상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부상 사실이 인정된 법률구조요청 대상자 38명 가운데 한 명인 이상수(진서면) 씨는 결정문에 대해 “늦게 발표됐고 흡족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에 대한 비판적 입장도 잊지 않았다. 이씨는 “국가가 원망스럽다”며 “인권위의 결정 이전에 정부가 먼저 부안주민들에게 사과를 하고 핵폐기장 백지화 선언을 해야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주민들이 2년동안 입은 피해를 약간의 물질 보상으로 메우려고 해서는 안된다”며 ‘선(先)사과 후(後)보상론’을 주장했다.

또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경찰의 권고 사항 실천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위원장은 “경찰 스스로 나서 사과나 배상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단호히 잘라 말했다. 그는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잘못을 저지르고도 침묵해 왔던 그들이 새삼스레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결단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부정적인 여론 만큼이나 권고문 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뒤따랐다. 전북평화인권연대는 21일자 논평에서 “행정자치부와 경찰청은 피해 주민에 대한 치료비 등을 즉각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의 임무를 망각하고 오히려 주민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행위는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권위주의 시대의 구태”라고 지적하며 경찰청장의 공개 사과와 책임자 징계를 요구했다.

한편 인권위 자체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빠지지 않았다. 이는 늦었다는 반응과도 일맥 상통한다. “사태가 벌어지고 있을 때는 뭐 했느냐”는 비판이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을 때 조사를 진행했어야 했다”며 ‘뒷북 권고’의 한계를 지적했다.

한편 경찰 폭력으로 인한 피해 사실이 인정된 38명을 포함해 300명으로 추정되는 시위 부상자들의 배상 움직임도 새롭게 꿈틀거리고 있다. 22일 반핵대책위에서 관련 업무를 맡아온 원불교 전주 효자교당 유응주 교무는 “1년 전 피해배상 소송을 시도했으나 제대로 추진이 안됐다”며 “변호인단을 새롭게 꾸리고 자료도 보완해 소송 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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