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이야기 47

사과로 유명해진 장수와 경남 함양 사이에 정상의 억새밭으로 유명한 장안산이 있다. 처음 부임지에서 가까운 산이기도 하지만 남덕유산과 지리산을 사이에 둔 이름난 산이어서 여러 차례 올랐던, 꽤 인연이 깊은 산이다.

몇 해 전부터 장안산을 생각하면 이 자주쓴풀이 떠오르곤 한다. 처음 만났던 곳, 다시 보고 싶어 달려갔을 땐 누군가의 발길에 차여 흔적조차 볼 수 없었던 가엾은 꽃이었기 때문이다.

학명은 Swertia pseudochinensis H.Hara 로 용담과 쓴풀속의 2년생 들꽃이다. 7부 능선쯤, 억새밭이 파란 가을 하늘과 어울려 은빛으로 장관을 이루는 좁은 등산로 비탈에 달랑 한 송이 피어 있던 그 모습이다.

마주나는 잎 모양은 사진에서처럼 양 끝이 뾰족한 피침형으로, 잎자루가 없다. 약간 네모지며 검은 보라색이 도는 줄기는 20cm 내외로 곧게 서며, 간혹 가지를 치기도 한다.

10월경에 가지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꽃대가 나오고, 위에서부터 밑으로 내려오면서 보라색 꽃이 핀다. 그런데 아래 꽃 가지가 더 길어 그 전체 모습이 원뿔을 닮았으므로 원추꽃차례라 부른다.

꽃잎에 옅은 보라색 줄이 있고 5장이며, 두 개의 꿀샘은 흰 솜털로 싸여 있다. 수술은 5개로 꽃밥은 검은 자주색이며, 암술대는 짧고 두툼하며 끝이 둘로 갈라진다. 노란색 뿌리는 그 쓴맛이 용의 쓸개처럼 쓰다는 용담보다도 10배 정도 강하다고 한다.

황달, 이질, 가려움증, 습진, 위의 기능을 촉진하는 건위제, 설사를 멈추게 하는 지사제로 이용된다. 같은 쓴풀속에 속하는 꽃으로는 꽃잎이 흰색인 쓴풀, 보라색 꽃잎에 반점이 있는 큰잎쓴풀, 파란 반점이 있고 흰색 꽃잎을 가진 네귀쓴풀과 대성쓴풀, 습한 들에서 자라는 개쓴풀 등이 있다. 어담초(魚膽草), 장아채(獐牙采), 당약(當藥)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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