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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농사철에 갑자기 농기계가 고장 나면 농부들이 재빨리 달려가는 곳이 있다.

손만 대면 어떤 농기구도 척척 고쳐내면서 신성농기계를 운영하는 김유곤(65)씨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려운 정밀기계라도 완벽하게 수리하여 애타는 농부들의 갈증까지 시원스레 해소시켜주는 김 씨는 만능 맥가이버다.

유난히 손재주가 좋았던 그는 배고픈 시절, 14세 때부터 일찍이 농기계 관련 기술을 배웠다. 그 당시 기술을 배우는 조건으로 월급은 고사하고 밥도 주지 않아 3년간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면서 힘들게 기술을 익혔다.

단골들은 농기계가 고장 나면 대리점이나 직영으로 운영하는 농기구 수리센터에 갈 법도 한데 우선 급한 마음에 김 씨부터 찾는다. 그의 솜씨를 믿는 이들은 약속 시간을 잡아놓고서 마음 놓고 볼 일을 본다. 그러면 김 씨는 최대한 빠르게 농기구를 뚝딱 고쳐 놓는다. 농민들의 애타는 마음을 알기에 웬만하면 그 자리에 해결하고 하루를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농사와 관련된 발동기, 물품기, 탈곡기, 배토기 등 소형 농기계를 40여 년째 수리해 오고 있는 김 씨 덕에 더 이상 써먹을 수 없을 것 같은 낡은 농기계도 그의 손 한 번 거치면 새것으로 거듭난다.

김 씨는 농기계 수리가 전문이지만 발명가이기도 하다. 세계 최초로 ‘원거리분무용의 고압분무기용노즐’을 개발하여 일본의 기술보다 한 발 앞선 기술로써 지난 7월 16일 농약노즐 발명특허를 따냈다.

그동안 농기계를 수리해 오면서 농민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작업이 직접 논에 들어가서 분사해야하는 농약살포라는 점을 착안해 가장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새로운 농약노즐을 고안해 낸 것이다.

또한 농업용호스틸 권취장치(2003), 농업용호스틸 결합구조(2004), 꼬임방지연결구 고정장치(2004), 회전수단이 구비된 농업용권취장치(2004) 등 실용신안등록증을 획득했다.

이러한 김 씨의 발명은 하루아침에 이뤄낸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동안 수없이 실험을 반복하면서 그의 몸은 성한 곳이 없을 정도다. 작업을 하면서 손가락 마디는 두 개나 잘려나갔고 다리에도 상처투성이다.

8년 전 벼 직파기를 개발한 모 업체가 200여 명의 농민들이 보는 앞에서 시연회를 열었다. 그러나 도중에 기계가 고장 나는 바람에 현장은 엉망이 되어버렸고, 사람들은 원인이나 분석 해보자며 ‘김 씨라면 틀림없이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모아 그에게 직접 보여주자 단 5분 만에 기계를 고쳐내어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그렇게 만인 앞에서 실력을 입증한 김 씨에게는 몇 십 년 동안 믿고 따르는 단골들이 줄을 잇고 있다. 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로 다져진 김 씨의 기술은 일본 연수에서 만난 공학박사도 인정했으며, 경남 하동의 어느 농민은 답답한 마음에 농기계를 싣고 달려오는가 하면 그의 아이디어가 해당업체에서 실용화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이 발명한 제품을 농민신문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니 전국의 농민들에게 반응이 좋아 구매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김 씨는 판매에 그치지 않고서 원리를 잘 설명해주고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아끼지 않는다.

축적된 노하우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기술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김 씨는 ‘마이다스의 손’을 가진 진정한 명장이다. 김 씨의 노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더 나은 농약 노즐을 고안해 내기 위하여 끊임없이 실험을 거듭하면서, 서울 사는 아들과 채팅으로 대화를 즐긴다는 그가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인 컴퓨터를 척척 다룰 줄 알아 인터넷뱅킹은 물론 한글타자도 400타 이상을 친다.

아버지의 대를 잇겠다고 기술을 배우며 함께 살고 있는 막내아들 내외와 함께 삼대가 모여 살고 있는 김 씨는 농기계 수리하는 일이 그저 즐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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