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이일여고 1학년 강유리

잎이 세 장 밖에 달려있지 않은 자그만 제비꽃. 무리 지어 피어 있지 않고 홀로 외로이 피어있는 작은 제비꽃.
벌써 오래전 일이 되어 버린 옛날에 겨우 여섯 살 밖에 되지 않는 나에게 제비꽃을 보며 엄마께서 해 주신 말이 있다. 내가 여섯 살이었을 때 엄마랑 아빠는 사이가 많이 나빴었다. 부모님이 하시던 빵가게가 조금 한적하던 정오에는 엄마랑 손잡고 가끔 근처에 있는 놀이터로 놀러 가곤 했다. 엄마는 나를 화단이 잘 보이는 그네에 앉혀 놓곤 꽃 이름을 하나하나 가르쳐 주시곤 했다.
그중에 하나가 내가 제일 이쁘다고 했던 제비꽃이었는데 그럴 때면 엄마는 조금 쓸쓸한 미소를 지으시며 제비꽃이 꼭 자기랑 같다고 말씀하셨다. 어린 나이에 집 떠나 자취하면서 홀로 피어 있는 제비꽃이 어찌나 자기랑 같아 보이는지 화분에 제비꽃을 옮겨 심을 정도였다고 하셨다. 그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던 말들인데 나이 먹고 생각해보니 그 말할 때 엄마 눈빛이 슬프게만 보였던 것 같다.
실제로 여섯 살 봄에 우리 집 베란다에는 제비꽃 몇 송이가 화분에 옮겨 심어져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빠랑 사이가 좋지 않아 외로웠던 심정을 제비꽃을 보며 혼자 달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해 여름 결국 부모님은 이혼을 하시고 나는 아빠를 따라갔는데 2년 조금 못되어서 초등학교에 입학한 날, 입학식 후 운동장에 홀로 피어 있는 제비꽃은 보고 혼자 울었었다. 학교가 끝나면 항상 제비꽃 찾기 놀이를 하다 조금씩 늦게 집에 들어갔는데 날이 저물 때까지 놀다가 아빠한테 혼이 난 뒤부터는 제비꽃을 찾지 않았다.
지금은 엄마가 재혼을 하셔서 더 이상 제비꽃을 키우시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 엄마네 놀러가 나랑 제비꽃을 같이 보게 되면 쓸쓸하게 쳐다보시기는 하는 것 같다.
이번 봄에는 제비꽃을 보지 못했는데 제비꽃을 보게 된다면 꼭 가서 속삭이고 싶다. “행복해야 해”라고...(이 글은 지난해 개최된 제33회 매창 백일장 산문 분야에 입선된 작품이다. 강유리 학생은 당시 상서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작품 제공=부안문화원.)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