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사람

마을 잔치나 관내의 크고 작은 행사장에 어김없이 제일 먼저 나타나 시원스레 일을 척척해내는 소문난 일꾼이 있다. 무슨 일이든지 남보다 앞장서서 봉사하는 게 마음이 편하고 즐겁다는 그가 바로 보안면의 봉사맨 김동명(45. 사진)씨다.

부안군자원봉사센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 씨는 내 고장 일이라면 팔부터 걷어붙이고 본다. 부인 또한 봉사하는 삶을 살면서 부안군노인요양원에 근무하는  김양례(40)씨와는 천생연분으로 쌍둥이를 포함하여 예쁜 딸 셋을 두었다.

김 씨는 큰 사업하느라 떼돈 버는 것도 아닐 텐데 뭐가 그리 바쁜지 본보 기자와의 만남은 그리 수월치 않았다. 정신없이 달려온 그가 이번에도 보안면 이주여성결혼식이 끝나고 뒷마무리를 하느라 늦은 거였다. 이렇듯 김 씨의 손을 거치면 모든 일이 원만히 해결되고 착착 진행되어 이제는 보안면 행사를 치르자면 김 씨의 도움 없이는 터덕거릴 지경이다.

김장철에 외로운 독거노인에게 나눠줄 사랑의 김치봉사에 참여하는 것은 기본이고, 적십자 봉사단체에서도 꼭 필요한 존재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도움 요청이 쇄도하는 바람에 더욱 바빠진 그다.

김 씨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봉사단체에 참여했던 것은 아니었다. 결혼 후 도시에 살면서 IMF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사업에 실패하자 새로운 터전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 많지 않은 땅이지만 열심히 논밭을 일구면서 살아가던 그가 5년 전, 갑자기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뇌졸증으로 쓰러졌다. 김 씨가 봉사의 삶을 살아가게 된 계기는 병원에 입원치료하면서 호스피스들이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게 되면서부터다. 몸은 아직 완쾌되지 않았지만 봉사를 결심한 그가 퇴원하자마자 곧 바로 자원봉사센터에 자원했다. 지역봉사를 시작하면서 외로운 독거노인들에게 목욕과 도배, 연탄지원 등 그의 손길이 필요로 하는 곳은 힘들다 생각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언제든지 달려갔다.

사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시간적 여유가 있는 주부들이라서 힘쎈 남자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 매우 많았다. 김장김치를 담글 때도 절인 배추를 척척 옮기고, 집 주변 풀약 뿌리기, 무거운 짐 옮기기, 연탄도 집까지 직접 배달했다. 남들이 하기 싫은 일들에 귀찮을 법도 한데 그는 싫은 내색한 번 하지 않고 언제나 싱글벙글 웃으며 한다.

그도 처음에는 남자라서 쑥스럽기도 했지만 한 번 두 번 자꾸 방문하다보니 정이 들어 “어머님!” 하고 부르는 넉살도 늘었다. 친절하고 살갑게 대하는 모습에 외로운 사람들은 그를 천사표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그가 부인에게는 여지없이 엑스표다. 몸이 불편한 칠순의 노모까지 모시고 살면서 돈 버는 일보다 남 도와주는 일에 앞장서는 그이기에 아내에게 더욱 미안하다. 그런데 남편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뒤에서 격려를 아끼지 않는 그의 아내가 오히려 더없는 천사였다.

처음에 김 씨가 봉사활동에 적극성을 띠며 참여하자 무슨 목적이 있지 않을까 하고 사람들은 의심스러워하며 경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를 지켜보노라면 머지않아 진심을 알아차리게 된다. 보안면의 마당발이 되어 사람의 마음을 읽기나 한 듯 깔끔하고 시원스레 일처리를 해내는 것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김 씨가 돈 버는 일보다 봉사활동을 주로 많이 하는 것은 남보다 능력이 부족해서도 결코 아니다. 젊어서 공직생활도 해 봤다는 그가 10여 년 전 시골로 귀농해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솔선수범하며 남을 위한 봉사는 당연한 거라고 여기는 김 씨는 요즘 다문화시대를 맞이하여 다문화가정과 더불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새해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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