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문화유산은 폐허로

부안군의 촬영장 관리는 그야말로 총체적인 부실 덩어리다. 특히 관광 관련 설문조사에서 부안주민이나 전문가의 절대다수가 답한다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망가뜨리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진정을 내거나 소송을 준비할 정도로 크게 격앙돼 있다. 또 모조 세트장은 열심히 지으면서 찬란한 문화유산은 방치하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세트장 주변 난개발, 불법이 판쳐
부안군은 지난해 10월 전라북도의 종합감사에서 산지전용 허가와 관련해 두 건이 ‘부적정’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법을 어기고 산림이나 농지를 훼손한 것을 보고를 누락하는 방법 등으로 눈감아 줬다가 감사에서 적발된 것이다.
두 건 모두 공교롭게도 궁항 주변의 산림이다. 한쪽은 말 많은 주차장 부지이고 다른 쪽은 팬션단지를 짓고 있는 중이다. 이 주차장은 개인 사업자인 윤아무개 씨가 궁항 전라좌수영 세트장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입구를 “자기 땅처럼” 이용하면서 주차요금을 반강제로 받고 있어 여러 차례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팬션단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단지나 상가를 조성하려면 체계적인 개발을 위해 ‘대지조성사업허가’나 ‘지구단위계획구역지정’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피하려고 분할해서 신청한 것을 군이 용인해 줬다.
관광지 개발이라는 이유로 불법이 버젓이 자행되고 군이 이를 눈감아 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산림법 118조에 따라 5년 이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 벌금형 대상인 위반사항인데도 처벌은 경미하다.
부안군은 주차장 부지의 경우 고발조치와 복구계획서를 내도록 하고 팬션단지는 대지조성사업 승인을 받도록 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주차장 사업자는 900만원 가량의 벌금과 측백나무와 유채를 심는 선에서 면죄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팬션단지는 더욱 가관이다. 부안군 관계자는 “팬션단지의 경우 대지조성사업 신청을 할 것”이라며 “이와는 무관하게 공사를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셈이다.
이와 관련 산림청 실무자는 “두 가지 경우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허가권자인 군이 용인을 한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북도 역시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군과 사업자가 유착해 불법을 저지르더라도 이를 제어할만한 권한이 없다는 얘기다.
주민, 관광객 불만 폭발
지난달 궁항 주민들은 청년회를 지역발전협의회로 전환하고 주차장과 팬션단지 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직적인 대응을 펼치기로 결정했다. 대응의 정도는 진정서 제출을 시작으로 강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마을 기금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벌이는 것은 물론 주민들이 모여 실력행사를 벌일 태세다. 그만큼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다. 그동안 주민들은 양쪽에 벌인 공사로 인해 마을에 토사가 흘러내려 걷기조차 힘들고 소음과 진동 때문에 벽에 금이 가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게다가 휴일마다 밀려드는 자동차 행렬로 마을 통행은 물론 생업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을 주민 가운데에는 아예 360평에 달하는 밭을 무료 주차장으로 내놓겠다고 얘기할 정도로 교통문제는 심각한 상태이다.
마을 한 주민은 “이순신 세트장이 들어서고 나서 마을 인심만 흉흉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주민들은 7~8년 전에 땅을 외지인한테 모두 팔아넘겼다”며 “요즘 땅값이 70만원 대로 치솟을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올라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은 집도 못 지을 판”이라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관광객들이 세트장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간다는 것이다. 휴일의 경우 한 시간씩 도로에 서 있다가 5분 동안 세트장 구경을 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어렵게 왔는데 생각보다 시시하다”며 “그래도 건물은 문경보다 낫다”고 비꼬았다.
기존 유물은 방치
왜관거리와 경상우수영 촬영세트장이 들어선 하서면 청호리 석불산 영상랜드 옆에는 효충사가 있다. 임진왜란 때 선조를 등에 업고 강화로 피신을 시킨 고희 장군의 사당이다. 특히 그곳에는 보물 739호로 지정된 고씨 문중 유물이 보관돼 있다.
부안군 역시 “이순신 장군과 같은 시기에 활약했던 고희 장군의 사당이 있기 때문에 석불산을 촬영장소로 추천했다”고 말할 정도로 유적지를 연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부안군의 설명과 달리 효충사는 방치되고 있다. 유물관은 물론 효충사 본당까지 문창호가 뜯긴 채 폐허처럼 변하고 있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는 “진짜 문화유산인 것 같은데 관리를 안하는 모양”이라며 눈살을 찌푸렸다./한계희 기자 gh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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