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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타고난 열정과 소녀의 감성을 가진 한 나이든 여인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담담히 풀어내는 생활 속 이야기가 라디오 아나운서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흘러나오면 잠을 잊은 그대는 가슴 찡한 감동으로 심금이 울리게 된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풍부한 영감과 놀라운 상상력으로 끊임없이 자극하며 풀어내는 임영희(59·사진)씨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십여 년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녀가 느끼는 세상은 강추위에도 피어나는 꽃 마음과 같다.

라디오를 즐겨듣는 임 원장은 틈틈이 글쓰기와 손뜨개질을 하면서 아나운서의 잔잔한 목소리가 감미롭게 온몸을 휘감으면 잠자는 것도 잊은 채 밤늦게까지 라디오 볼륨을 높이며 청취자의 사연 따라 그녀의 손끝도 신나게 춤추기 시작한다.

줄포면에서 연지미용실을 20여 년째 운영하는 임 원장은 바쁜 일과 속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살면서 해맑은 소녀의 얼굴로 손님을 맞이한다.

미용실에 들어서면 ‘미안혀유~, 고마워유~, 사랑혀유~’ 라는 문구가 거울 앞에 붙여져 있다. 이 세 마디 글귀는 그녀가 손님을 맞이하는 마음이자 생활신조다. 또한 미용실 벽면 곳곳에 자신의 친필로 곱게 써 붙인 짤막한 글귀는 그녀가 문학소녀임을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

MBC라디오 문화방송과 KBS한국방송, 전주 MBC문화방송 등에 임 원장은 살아가면서 느끼는 잔잔한 이야기들을 글로써 담아내 지금껏 53번째 보내고 있다. 생활 속 진솔한 이야기와 타고난 감성으로 쓰여 진 그녀의 글이 채택 돼 선물을 푸짐하게 받는가 하면, 특히 손 숙의 여성시대에 방송된 ‘농촌의 어머니’는 청취자로 하여금 찐한 감동을 주었다.

임 원장의 글이 라디오에 간간히 소개되면서 얼굴은 모르지만 줄포의 연지미용실하면 알아보는 팬들도 제법 생겼다. 장거리 트럭 운전기사, 청송 감호소 죄수, 자영업자들 그리고 우연히 출퇴근시간에 들었다는 아이의 학교 담임선생님 등이 이젠 그녀를 알아본다.

‘소녀 같은 감성으로 시인의 마음을 가졌다’는 호평을 들으며 인터뷰 요청과 제주도 여행권이 나와 2박3일 다녀오기도 했다는 임 원장의 글은 하루아침에 생각나는 대로 휘갈겨 쓴 글은 결코 아니었다.

탁월한 감성으로 섬세하게 그려내는 내면에는 수십 권의 공책에 빼곡히 적혀있는 글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노력형인지 알 수 있다.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글의 소재도 달라지고 내용도 달라진다. 소녀 같은 감성으로 잔잔하게 그려내는 그녀의 글을 읽노라면 살아온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임 원장은 글을 쓰면서 생활이 더욱 당당해졌다.

하지만 그녀가 처음부터 그렇게 밝게 웃으며 긍정적인 삶을 산건 아니었다. 미용실에서 하루 종일 매여 있는 자신의 신세가 싫어 짜증부터 냈고, 화려한 차림으로 외출하는 미용실 손님들을 보면 무척 부러웠다. 그러나 그녀가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가지면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자 세상이 달리보이고 아름다운 마음이 저절로 생겨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이는 숫자 일뿐이라며 임 원장이 누구에게나 밝게 웃고 큰언니처럼 푸근한 심성으로 대하자 어려운 일을 겪은 사람들이 인생 상담을 요청했고, 억울한 이들을 위해 탄원서를 대신 써주기가 부지기수다.

그녀는 글쓰기 뿐만아니라 손재주에서부터 춤, 노래까지도 끝내주게 잘하는 팔방미인이다. 미용업계 야유회에 분위기메이커 임 원장이 빠지면 모두들 맥이 풀린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마음이 여리고 착한 그녀는 주위사람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해서 엊그제 눈보라 치는 날에도 배추밭에 가서 배추를 주워 독거노인들에게 나눠주고, 수준급 솜씨로 정성껏 손뜨개질해서 주변의 고마운 지인들에게 선물한다.

이제 미용실 단골들은 그녀가 문학소녀임을 인정하고, 친구들도 어쩜 그리 예쁜 표현이 나오는지 매번 감탄하며 그녀의 마음이 항상 하얀 도화지 같다고 한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다는 임 원장의 미용실은 가장 편안한 공간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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