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습지네트워크 사무국장 카시와기 미노루 축하 기고문

작년 부안에 핵폐기장이 들어설 것이라는 소식에 일본습지네트워크 소속 단체가 활동중인 아쯔가시 사례가 떠올랐다.
아쯔가시(市)에는 3기의 원자로를 보유한 원자력발전소와 폐기물 최종 처리장이 있다. 백만년간 생물의 역사가 보존돼 있는 이곳 늪지에 천연가스 저장고를 만들려는 계획이었다. 도꾜와 그 인근에는 단 하나의 원자력발전소도 없다. 그런데 오지 시골에만 원자로와 함께 쓰레기 등 각종 폐기물 처리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일본과 유사한 구조가 한국의 부안에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번 피해지역은 영원한 피해지역으로 남아도 좋다는 사고방식인 것 같다.
일본습지네트워크는 일본의 갯벌이나 내륙습지의 보전을 위해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풀뿌리 습지보호단체들의 네트워크다. 1991년 쿠쉬로 람사 조약국 회의 개최에 맞춰 습지 보전을 위한 지역 활동뿐만 아니라 정부를 움직이고 국제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결성했다.
일본 규슈 서부 이사하야만과 한국 새만금의 간척사업은 규모는 다르지만 각각 국내 최대의 갯벌 매립 사업으로서 시공사들은 밀접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으며 곳곳에서 국내 습지파괴를 대표하고 있다.
이들 갯벌은 물새의 서직지로 양국뿐만 아니라 이동경로에 걸친 국가들 사이에 있는 중요한 장소다. 이는 이끼생물이 많다는 것이며 사람들이 먹는 어폐류가 풍부하게 채취되는 장소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산업에 종사하는 어민 뿐 아니라 수산물을 먹는 인간 전체에게 있어 절대적으로 소중한 장소이다.
우리는 부안에서 직접 만난 한국의 열정과 에너지에 크게 고무 되어왔다. 특히 문 신부님은 새만금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를 통해서 생명을 죽여서는 안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져우리를 감동시켰습니다.
작년 7월 서울 행정법원의 공사중지가처분 판결의 결정이 번복된 것은 안타깝다. 하지만 가처분 판결의 정신은 아리아께해(海) 어민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 유사한 재판인 이사하야만 간척사업으로 인한 어업피해 소송에 일조했다. 한국 어민들의 생각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결국 올해 8월말 아리아께해의 어민들의 소송에 대해 간척공사중지 가처분 판결을 받았다. 이것은 한국의 새만금 가처분 판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가 지방법원은 어민 피해를 인정하고 간척공사가 피해 원인의 하나라는 것을 밝혔으며 사업계획을 다시 제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일본 언론들도 이 판결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이것은 지속적인 저항의 성과다. 그 활력의 하나는 직,간접적으로 전해진 한국 환경운동과 주민운동의 정열이다. 아직 예단할 수는 없으나 풀뿌리의 소리가 계속해서 나오는 가운데 새만금 갯벌에도 보존과 재생을 기뻐하는 날이 계속될 것이라 믿는다.
마침 천연가스 저장고 계획은 올해 철회됐다. 우리의 끈질긴 활동이 승리의 원인이 됐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디서나 변치 않는 것은 풀뿌리의 입장에서 사회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안독립신문의 존재는 불합리한 새만금 간척사업과 핵폐기장 계획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래서 부안과 한국을 넘어 일본사회에도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