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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음은 누구나 있다. 누구나 시를 쓸 수 있지만 좋은 시를 쓴다는 자체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자연 속에서 제 빛깔로 그림을 그리듯이 사람의 마음을 글로써 표현하는 이가 있다. 그는 시처럼 세상을 살고 시에서 삶의 의미와 원천을 찾고자하는 천부적 운명의 시인이다.

삶의 애환과 일상의 비원을 담아 언제나 말없이 삭이는 시인의 겸허한 뒷모습에서 순수한 시인으로서 우리의 주목을 끌며 수면에 서서히 부상한다.

(사)한국미래문화연구원은 문화발전에 기여하고 창작역량이 있는 문인과 문화예술인을 발굴해 각각 1명씩 문화상을 시상해 왔다. 지난 10월 29일 한국미래문화상 문학부문에 김기찬 시인(51ㆍ사진)을 선정하여 상금 200만원과 함께 수상했다.

교육공무원으로 15년 째 재직하고 있는 김 시인은 보안면 출신으로 1994년 자유문학 신인상에 ‘채탄부외 4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해 활동하고 있다.

문학부문 심사위원인 강연호 시인(원광대 교수)은 “김기찬 시인의 시집 ‘피조개, 달을 물다’는 대상에 대한 치밀한 관찰과 삶의 심연에 대한 시적 형상화가 뛰어난 시집으로 작품 곳곳에서 치열한 시적 고투가 엿보였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직접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한 시적 열정과 패기가 고스란히 작품 속에 배어들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변산면 도청리에 위치한 전북학생해양수련원에 근무하며 주말부부로 생활하는 김 시인은  업무가 끝나면 한적한 바닷가에서 자유인이 되어 10년간의 시 공부 계획을 세워 철저히 자기만의 시간을 즐긴다. 창문을 열어젖히면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고 파도가 넘실대는 백사장이 코앞에 보이는 정경에 파도 이불을 덮고 잔다는 그도 처음에는 파도 소리에 잠 못 이뤘다고 한다. 김 시인은 그런 바다에서 여성성을 본다.

12월에 발간될 제3시집 ‘바닷책’은 바다시를 묶어 만들었다. 한국미래문화상은 그 중 몇 편의 시들을 추려서 응모해 수상하게 된 것이다.

수상시집 ‘피조개, 달을 물다’는 12년 만에 펴낸 제2시집이었다. 무엇보다도 시에 의지하고 시에 위로받으며 시에 끌려 다닌 등단 16년이라는 긴 시간의 아쉬움에 더 이상 물러설 자리도 망설일 자리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지금까지 써온 바다 시들을 모아 제3시집 바닷책을 빨리 정리하고자 했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은 표4글에서 “바닷책은 바다를 데려와 차려 놓은 감각의 성찬이며 시인은 바다를 관조의 대상으로 가만 놔두지 않는다. 아예 한 이불속에서 바다를 끌어안고 질척하게 뒹굴고 싶은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 매 시편마다 적극적으로 구사되면서 만들어지는 감각과 어휘들이 환기하는 토속적이면서도 신선한 언어유희의 감각의 말이 적재적소에서 잘 놀고 있는 풍경을 보면서 독자들은 분명 시의 바다 안으로 뛰어들고 싶을 것이다. 허황한 말들이 떠도는 시절에 김기찬 시가 귀히 여겨지는 이유가 그것이다”고 평했다.

김 시인은 변산반도가 낳은 시인이다. 혹자는 그의 시가 야하다고도 말한다.「계화도 여자」,「푸른 발자국」,「피조개, 달을 물다」등이 에로스 감각을 타면서 이중구조를 역동적으로 드러내고 비로소 삶을 지각하는 2차적 정서로 투입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김 시인은 “시는 내게 캄캄한 어둠속을 인도하는 흰지팡이며 등불 같은 존재로 나를 이끌어가는 힘이 되어 시에게 의지하고 위로 받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시집으로 ‘채탄부 865-185’, ‘피조개, 달을 물다’가 있고, 전북시인상을 수상하였으며 지난 2008년도에는 그의 작품성을 인정받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1,200만원의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현재 금요시담 동인으로 활동 중인 김 시인에게 시는 마음이었고, 삶의 애환을 담는 용기(容器)였으며, 그의 인생을 끌고 가는 인도자의 손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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