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영 씨(행안면 삼간리)

행안면 고성산에는 오래된 성터가 남아 있는데 필자의 소견으로는 어느 시대에 축성되었는지 정확히 고증할 길이 없으나 고려시대쯤으로 추측되는 토성이다. 1960년대 말까지는 성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는데, 산 임자가 성안 공터에다 소나무를 심어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 차 있어 성터를 분간할 수 없게 되었지만 성벽만큼은 그대로 남아 있어 이 곳이 옛 성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지역 사람들은 이곳이 문화유적지라는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물론 행정 당국의 무관심 또한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인지 지금 고성 성터에는 어떤 이가 성벽 아래에 분묘를 쓰기 위해 중장비를 동원하여 성벽을 허물고 훼손한 것이 마치 여느 밭두렁 일궈 놓은 것처럼 생겼다. 물론 아무 생각없이 한 일이겠지만 결과적으로 문화유적을 훼손해 버렸다. 부안 군청에서는 이 곳이 옛 성터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테지만 옛 성이라는 안내판 하나없이 방치해 놓은 것은 무슨 일인가. 소소한 유적지라서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
역사라는 것이 거창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일본이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걸핏하면 어거지를 쓰고 중국이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으로 고구려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의도는 무엇이겠는가. 역사란 바로 선조들이 이 땅에서 살아온 흔적들이며, 지금 우리 시대의 생활들이 훗날 역사가 되어 미래 후손들의 생활의 근거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소소한 문화 유적들도 소중하게 지키고 보전하려는 의식은 더 큰 문화와 나아가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참된 역사의식의 발로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