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수 유권자의 1/20... 비현실적 감사청구제, 실효성 없는 제도 평가 상급 행정기관서 감사 독립권 훼손

주민발의제와 감사청구제 등 대표적인 주민참여제도들의 제도적 미비점에 대해 개선의 필요성이 시급히 제기되고 있다. 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통제를 강화하고 참여를 높이겠다는 것이 이들 제도의 도입 취지였다.

그런데 결정적인 결격 사유로 인해 참여제도가 주민들의 용이한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는 게 지방자치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이기 때문이다.

우선 주민발의제(발의제)가 대표적인 ‘반쪽짜리 제도’로 꼽히고 있다. 발의제는 지방자치법 13조 3의 ‘조례 제·개폐 청구권’으로 규정돼 있다. 20세 이상 유권자 가운데 1/20 이상 주민들의 연서명을 통해 단체장에게 지역사회의 삶에서 주민들에게 긴밀히 요구되는 조례의 제정·개정·폐지를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청구인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특히 광역단체의 경우 웬만한 거대 쟁점이 아니고서는 청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청구된 조례를 의회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그대로 사장된다는 것에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주민발의한 시립병원 건립 관련 조례안이 그러한 경우에 해당되는 것으로 꼽혔다. 부산시민들의 보육조례 제정안은 최종 성안 과정에 의회가 지나친 개입을 해 원안이 상당히 후퇴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는 등 한계를 노출시켰다.

여기에 주민발의제를 통한 조례 제정 자체의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그 같은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 바로 주민소환조례 제정과정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광주시 한 구청장과 전남도 정무부지사가 연루된 비리 사건이 발발하자 이 지역 시민단체들은 주민소환조례제정운동본부를 결성한 뒤 조례 제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의회까지 통과한 소환조례는 자치단체와 행자부의 반대로 대법원에서 행정소송을 기다려야만 했다. 대법원은 결국 상위법인 지방자치법이 보장하고 있는 단체장의 임기 보장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소환조례에 위법 딱지를 붙이고 말았다. 범 지역 차원으로 조례 제정을 위해 전개된 주민발의권 운동이 상위법에 가로 막혀 좌절을 겪어야만 했던 순간이었다.

지난 25일 이 운동에 앞장섰던 김선옥 광주시의회 의원(열린우리당)은 “조례 제정은 지방분권 과제와도 연관이 있는 것”이라며 “분권화된 지역 실정에 맞는 조례 제정이 상위법의 규제에 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지병문 전남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법 제15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조례 제정의 기준인 “법령의 범위 내에서”를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로 개정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주민감사청구제(청구제)는 주민참여제도 가운데 실효성이 거의 없는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청구제는 단체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해치는 행위를 했을 경우 주민들이 그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서명인 숫자, 좁은 청구 대상 범위 등의 이유로 실제 주민들이 활용하기에는 장애물이 많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제도의 결정적인 단점으로는 감사기관이 상급 행정관청으로 지정돼 있어 감사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 같은 청구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독립적인 감사기관의 신설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이밖에 주민참여제도로 주민들의 예산 편성 참여를 보장하는 참여예산제, 정책·사안별로 토론을 요구하는 정책청구제, 업무 영역별 시민감사제 등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서복원기자 bwsuh@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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