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지방행정 안정성 저해 우려" 소극적 반응 시민단체 "발의 요건 강화하면 단점 보완가능해" 도입지연에 의한 피해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가

지방자치 10년을 맞이한 올해도 주민소환제(소환제)의 도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환제는 임기 만료 이전에라도 지방의원이나 자치단체장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그 신임을 묻고 해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절차에 따라 일정 수 이상의 지역 유권자들이 해임 청구를 한 뒤 주민투표를 통해 최종적으로 주민 의사를 확인하게 된다.

따라서 주민투표제와 함께 ‘주민참여의 꽃’으로 불릴만한 소환제의 필요성은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부단히 제기돼 왔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지방분권특별법 13조(주민참여 확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성 강화)로 입법 근거가 마련됐고 지방분권 로드맵에서도 추진 과제로 설정돼 있다.

하지만 소환제 도입을 위한 입법화 단계에서 정부와 중앙 정치권의 움직임은 더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선 담당 부처인 행정자치부(행자부, 장관 오영교)가 확고한 추진 방침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이 부서 자치제도과 박명준 사무관은 추진 일정에 대해 “지방 행정의 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상반기 동안 민선자치 10년에 대한 평가를 한 뒤 입법 추진 여부를 고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사무관은 “소환제는 상당히 논란이 많은 제도”라며 “소환 청구 서명의 경우 지방 행정의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관계 부서 담당자의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반응은 지난 1월3일 허성관 전(前) 장관이 신년사에서 밝힌 추진 의사에도 반하는 것이어서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허 전장관은 “금년에는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통해서 주민소환제 도입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이기우 시민자치정책센터 대표 운영위원(인하대 사회교육학과 교수)은 소환제에 대한 행자부 내부의 거부 반응에 대해 “정적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는 등 부정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발의 요건을 엄격하게 갖추면 단점은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교수는 행정상의 혼란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행정상으로는 별 문제가 없다”며 “소환제를 통한 결정과정은 주민들의 몫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같은 정부 내의 불명확한 추진 일정과 소극적 태도 외에 결정적으로 주민소환제의 도입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으로는 정치권 일반의 부정적 태도가 꼽히고 있다. 이교수는 “주민소환제를 입법화했을 경우 국회의원들도 그 영향권에 들어 서게 된다”며 정치권의 거부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염경형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정책실장은 “소환제가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뿐 아니라 잠재적으로는 국회의원들의 목줄까지 죄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작년 총선에서 여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국민소환제 역시 지금은 도입 논의가 실종된 상태에 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소환제 도입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어떤 식으로든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난 1월 전윤철 감사원장과 정성진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이 자치단체장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지적했고 지난달 28일 반부패투명사회협약에 소환제가 추진과제로 명기되는 등 관련 입법활동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복원기자 bwsuh@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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