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직접 소유하고 시민이 직접 운영하는 미디어가 현실화되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일이냐고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지만 사실이다. 지난 9월 15일 방송위원회가 '소출력라디오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이어 9월 20일 시범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가짐으로 해서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시범사업 설명회에는 40여명이 몰려들어 관계자를 놀라게 했고, 서울 마포, 광주, 울산, 태백, 군산 등 전국 곳곳에서 이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서울 공화국이라 할 만큼 모든 게 서울 중심적이었다. 특히 신문방송 등의 미디어는 더욱 그랬다. 강원도 산골에 살면서 서울 종로에 차가 막힌다는 방송을 들어야 했고, 농어촌에 살면서 대형할인점의 소식을 접해야 했다. 자기가 사는 지자체나 지방의회의 중요한 정책결정은 몰라도 국회의 몸싸움은 알아야했다. 이는 그동안 권위적인 정권이 미디어를 통치의 수단으로 삼아 엄격히 통제해 지역매체가 활성화되지 못한 때문이기도 했지만, 중앙의 큰 소식을 다뤄야만 언론으로 대접받을 수 있고 행세할 수 있었던 사회적 상황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시민이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시민미디어’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거나 신통치 않은 것으로 간주해왔다. 미디어는 훈련 받은 전문가만이 운영할 수 있고 사회의 큰 쟁점만을 다뤄야 한다는 ‘신화 아닌 신화’가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이 신화로 인해 기존의 미디어들은 시민들의 곁을 떠나 있었다. 시민들의 삶과 의견을 다루기보다는 정치권이나 권력층의 이합집산이나 이전투구를 다루고 가진 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지면을 할애해 왔다. 반면 시민미디어인 공동체라디오는 삶의 기반인 지역을 근거로 하고 있고 시민들이 직접 소유 · 운영함으로 해서 지역주민들의 삶을 다루고 지역주민의 이해를 대변한다.

소출력라디오방송이라고도 불리는 공동체라디오는 기존 FM 라디오의 500와트에서 10킬로와트 출력보다 ‘작은 출력의 전파’를 사용하는 라디오방송이다. 대개 100와트 이하의 출력을 이용한다. 소출력라디오란 말은 기술과 관련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동체라디오(Community Radio)'라 부르고 있다. 공동체라디오란 말은 ‘지역공동체가 소유 · 운영하고 지역공동체의 이익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는다’는 소출력라디오의 의의를 잘 표현하고 있다. 공동체라디오는 출력이 작기 때문에 약 반경 5킬로에서 20킬로 정도의 방송권역을 갖고 있다. 이렇게 방송이 도달하는 지역이 좁기 때문에 지역밀착형 방송이 가능하다. 큰 미디어가 그동안 정치적, 사회적 이유로 인해 다루지 못했던 지역공동체의 작은 소식과 정보가 교환된다. 지역 주민들은 지역 현안에 대한 다양한 여론을 형성함으로 해서 지방자치에 참여할 수 있다. 지자체 역시 중요한 지역현안에 대한 지역여론을 수렴할 수 있고 지자체의 각종 소식과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지역문화를 소개하고 홍보함으로 해서 지역문화를 활성화하는데도 크게 기여한다. 더 작게는 그동안 접할 수 없었던 동네의 소식이며 이웃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다. 공동체라디오는 점차 파괴되어가는 지역공동체를 복원하고 유지하는 데 큰 몫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를 구현하는 데 적합한 매체이다.

공동체라디오는 또한 미디어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지역주민들이 미디어를 운영하는데 직접 참여함으로 해서 미디어는 소수의 소유물이나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시민들의 작지만 소중한 삶의 모습이나 의견들을 나누는 의사소통의 도구라는 사실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미디어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깰 수 있고 우리나라의 미디어구조를 좀더 민주적이고 다양한 구조로 바꿔나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동안 미디어에서 만날 수 없었던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에게 그 기회를 제공해 다양한 여론을 형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해 사회를 더욱 민주화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라디오가 무척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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