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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철 씨
남을 배려하며 베푸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삼으며 봉사하는 일이 천성적으로 타고난 어르신이 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찬 공기를 가르며 쓰레기를 줍는 박영철(77)할아버지(사진)는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부터 줄포 시가지를 누빈다.

줄포면 장동리 각동마을에 사는 박 씨는 아침 동 트기 전부터 일어나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벌써 12년째 해오고 있어 주위의 칭송이 자자하다.

특별한 대가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시켜서도 더더욱 아니다. 그간 30여년의 공직생활을 통하여 바지런함이 몸에 밴 그가 한 손에 커다란 집게와 또 다른 손엔 큼지막한 포대를 들고 인적이 드문 새벽길을 나선다.

평생 전기 검침원으로 일한 박 씨는 퇴직 후에도 자신이 이웃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이 뭐 없을까 찾던 중 돈 들이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청소라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 그와 뜻을 같이 하는 몇몇 친구들이 동참하여 거리 청소를 시작했다. 하지만 모두들 힘들다며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갔고, 결국 박 씨만이 홀로 남게 되어 오늘날까지 묵묵히 해온 것이다. 그렇게 매일 천사의 손놀림으로 줄포 시가지는 어느새 쓰레기 하나 없는 청정지역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다.

뿐만아니라 박 씨는 자녀들이 준 용돈을 틈틈이 모아 진서면과 줄포면의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가정에 33년째 거르지 않고서 해마다 4백만 원 상당의 생필품을 전달하는 등 남다른 열정과 정성으로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있음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설날에는 김을 선물하더니 올 추석에도 설탕 3kg짜리 500포를 오토바이에 직접 싣고 도움이 필요한 가정에 전달했다.

또한 해마다 어버이날이 돌아오면 독거노인들에게 카네이션 300송이를 직접 달아주곤 했는데, 어느 한 부부는 그동안 그가 건네준 꽃을 정성스레 모아두었다며 벽면 가득 두 줄로 꽂아놓은 것을 박 씨에게 보여주어 오히려 감동하였단다.

지난 어버이날에는 갑자기 오토바이가 고장 나는 바람에 평소 가까이 지내던 지인의 도움으로 무사히 카네이션을 전달했다. 함께 동행했던 지인은 “그동안 박 씨가 오토바이에 설탕이며 젓갈 등을 항상 가득 실고 다니곤 해 무척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알았다”며 박 씨의 선행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남들에게 한없이 베푸는 것은 그가 재산이 남보다 많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아껴서 설탕이며 라면 등을 사고, 틈만 나면 산에 가서 고사리를 꺾으러 다니며 양파 밭이나 무밭에 가서 주워다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재미로 산다.

그래도 그는 사남매의 자식들이 후원해준 덕분으로 자신이 어려운 이들에게 베풀 수 있었다고 공을 자식들에게 돌렸다.

젊어 부인과 일찍이 사별한 박 씨는 현재 둘째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박씨의 후덕한 마음으로 기른 자녀들도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경로당에서 소일할 나이에 새벽부터 일어나 청소를 게을리 하지 않는 박 씨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팔다리가 쑤시지만 오히려 청소를 하다보면 어느새 아픈 것도 싹 가신단다. 그런 박 씨의 피로회복제는 주민들이 건네주는 커피 한 잔이다.

새벽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박 씨의 모습에 동네 사람들은 추운 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네며 인사를 나눈다. 그가 양촌리 커피를 좋아한다는 것을 이제 동네사람들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는 박 씨는 “청소는 돈 안들이고 주변이 깨끗해지니 더욱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한 열심히 할 거란다.

이른 새벽 혼자서 길 건너다니며 쓰레기 줍다보니 위험할 때도 있어 아침에 쓰레기를 함께 주우며 동참할 수 있는 친구 하나 있었으면 하는 그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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