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온 종교인 모임

지난해 문규현 신부를 초정해 포럼을 열었던 일본 종교인들이 본사를 방문했다.

원자력행정을 재고해 보는 종교자 모임(종교자 모임)의 주요 회원들은 지난달 23일 부안을 방문해 새만금 갯벌과 전시관 등을 둘러보고 부안항쟁 관련 영상물을 보며 늦은 시간까지 반핵과 새만금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다음날 ‘부안항쟁의 상징물’인 수협 앞 민주광장 등을 차례로 둘러보고 본사를 방문해 자신들의 소감을 밝혔다.

종교자 모임은 지난 1992년 일본 각지의 원자력발전(원전)에 반대하며 싸우던 사람들이 모여 다음해 별도의 종교인 모임을 구성했다. 그들의 모임의 출발 때부터 일본의 원죄인 침략의 역사에 대한 반성과 그 연장선에서 원전의 대아시아지역 수출 반대 등을 주목했다.

이 모임의 결성은 공교롭게도 일본이 원자력 사업에서 큰 좌절을 맛봤던 그 즈음에 결성된다. 일본이 ‘꿈의 원자로’로 부르며 시험가동 중이던 고속증식로 몬쥬에서 냉각재인 나트륨 유출사고가 일어나면서 일본열도는 다시 한번 핵의 충격에 휩싸인다. 마치 이 같은 사고를 예견하기라도 했던 듯 종교인 모임의 핵심 과제는 ‘방사선 피폭노동자 문제’였다.

이번에 방문한 종교자 모임 회원들은 모두 4명으로 승려들이었고, 이들의 안내와 통역은 재일 한국인 가정순 목사(48)가 동행했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대담 내용.

나카시마 데츠앤(63, 明通寺(명통사) 주지)

일본의 와카사란 지역에도 원전이 있다. ‘원전 설치 반대 오바마 시민의 모임’이 있었고 '아름다운 와카사를 지키자’는 것이 우리의 슬로건이었다. 와카사는 부안처럼 아름다운 바다를 품어 안은 지형을 가지고 있다. 와카사가 속해 있는 후쿠이현에는 당시 원전이 6기 있었고 지금은 15기가 가동되고 있다.

지난해 7월에 사용후 핵연료 처리장 건설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에 반대하는 시장을 당선시켰고 10월4일 포럼에서 문규현 신부를 만나 뵙고 이 운동에 힘을 얻었다. 부안을 와보니 우리가 그동안 써왔던 슬로건처럼 ‘아름다운 부안을 지키자’는 구호가 일맥 상통한다는 것을 느꼈다.

우메모리 간조(48, 法運寺(법운사) 주지)

내가 사는 곳은 센다이이다. 우리가 모임을 가진 이유는 피폭 노동자 문제와 반핵을 통한 아시아와의 연대에 있었다. 어제 성당에서 비디오를 보며 다시 느낀 것이지만, 한국의 부안에서 핵 반대투쟁이 격렬했고 결국 승리했다는 데 감명받았다. 지난 포럼 때 문신부로부터 보고를 받고 받았던 감명이 다시 몰려왔다.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종교인들이 서로 손을 잡고 삼보일배를 했다는 것에 대해 매우 감명 깊었다. 다른 종교인들이 연대했던 것을 보면서 우리가 처음부터 바랐던 내용이 여기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도 군청 앞에서 ‘아름다운 부안 우리 함께 만듭시다’는 문구를 보고 감동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핵폐기장을 유치하자는 쪽도 아름다운 부안을 만들자고 하는 것인데, 나는 핵 없는 부안이 곧 아름다운 부안이라고 생각한다.

오사다 고쇼(44, 法?寺(법전사) 주지)

앞서 얘기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피폭 노동자 문제만 말씀 드리겠다.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서 원폭 피해로 살아남은 현재 생존자가 27만명이다. 그런데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1970년께부터 원자력발전소로부터 피폭된 사람들 숫자가 무려 4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가 피폭 노동자 문제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일본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53기인데, 이곳에서 정기 검사나 방사능 제거, 공사 중 배관 파열, 원자로 체크 과정 등 작업 과정에서 피폭되는 노동자들이다. 방사선 구역에 들어가는 노동자들에게 피폭수첩이란 것을 지급하는데 피폭수첩은 민영화된 각 원전의 연합체인 방사선연합협회(재단법인)의 중앙등록센터에서 발행한다.
수첩은 크게 의미가 없지만 피폭량을 기록을 하는 수첩인데, 재해를 입은 40만명 중에서 국가에 보상을 요청한 사람이 10여명에 불과하고 인정받은 게 7명뿐이다. 피폭수첩은 사람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라 결국 기업이 관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사업자가 인정을 하지 않는 현실이지만, 이런 관리가 있었기 때문에 피폭자 수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피폭수첩 없이 방사선에 노출된 사례도 많아 실제로는 피폭 노동자의 수가 4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이 같은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과 피폭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후생노동성(노동부)에 피폭 노동자 관리를 제대로 해달라는 교섭을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사카이 쇼에이(56, 센쇼지 주지)

종교자 모임의 700명 회원 중 한 명이다. 종교인으로서 어떤 활동이 가능한가 하는 나 자신과의 과제가 중요하다. 차별의 문제, 평화 등 많은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원전 없는 세계를 꿈꾼다. 적극적인 활동보다는 내게 맞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안의 반핵 현장을 보고 싶다는 희망으로 이곳에 왔다. 종교인과 시민이 어우러져 권력에 대항하고 성과를 얻어낸 것에 놀랐다. 부안에서 문신부의 살아가는 모습에 쇼크를 받았다. 여러 사람과 연대하고 그들에게 신뢰받는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일본에서는 시골에서 원전 반대를 하면 지역에서 소외를 당한다. 그런데 부안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종교인들이 젊은 사람들과 모여 꿈을 꺽지 않고 가능하게 해가는 인격과 힘, 신념에 감동했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