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지 못한 군수보면 그나마 안심"

2월14일을 마지막으로 304일째를 맞이한 ‘부안의 적 핵종규 퇴진을 염원하는 1인시위’가 막을 내렸다.

2주 뒤인 28일 ‘최후의 1인시위대’로 남았던 안길호, 박종을, 이이곤 씨를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이들은 대담을 통해 1인시위와의 인연에서 시작해 김군수와의 악연까지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또한 비민주적인 군정, 아부하는 공무원, 무능한 군의원 등에 대해서도 매섭고 날카롭게 꼬집었다.(편집자 주)

(대담 참석자:안길호(55, 부안읍 선은리, 상업), 박종을(53, 주산면 덕림리 중공마을, 농업), 이이곤(51, 부안읍 동중리, 상업)

-매일 아침 군청 앞에서 진행된 1인시위가 완전히 끝난 지 2주가 흘렀다. 이제 아침 시간이 좀 편해졌는가.

박:아직도 아침에 잠이 안 온다. 원래 새벽 6시에 일어나 식사를 마치고 1인시위를 나왔다. 지금도 습관이 돼서 그 시간에 눈이 떠진다. 진작에 생활화가 됐다. 그저께도 서울에 갔었는데 잠이 안 와 아침부터 돌아다니니까 옆에서 왜 일찍 일어났냐고 묻더라.

-1인시위는 원래 반핵대책위(대책위)가 주도해 만들었고 각 지역·단체들이 요일별로 교대해가며 진행해왔다. 최후의 1인시위대만 남게 된 과정은.

박:지난해 6월부터 참여율이 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또 그 뒤 대책위 차원에서 승리 분위기를 만들어 갔고 1인시위를 꼭 해야하느냐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안:참여가 부진해진 이유로는 군청 정문 앞에서 얼굴이 공개되며 갖게 되는 부담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럿이 수백명 나오는 집회에서는 나 하나 쯤이야 눈에 띠겠나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1인시위는 성격이 다르다. 한 사람이 앞으로 튀어 나오는 것이고 누구라는 것을 군청에서 알게 되니까. 결국 지난해 9월께부터는 일일 교대가 수월치 않게 됐고 뜻 있는 사람 7~8명이 자연스럽게 1인시위 전담팀을 구성하게 됐다.

박:마음 약한 사람이 나오면 군청에서 그만두라는 설득을 하거나 훼방을 놓았다. 변산에서 아침마다 나와 군수에게 욕을 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군청에서 자활 근로를 주지 않겠다는 위협을 했다고 한다. 그 뒤 그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

안:읍내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카센터를 운영하는 한 주민이 1인시위에 참여했었다. 그런데 군청에서 계속할 경우 군청 차량 수리를 맡기지 않겠다며 방해공작을 했다.

-그렇게 두려울 수도 있고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데 왜 사서 고생을 했나.

박:내 경우에는 김군수를 보면 욕부터 나온다. 억울도 하다. ‘그놈’이 부안군민을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는데. 그런 걸 생각하면 그냥 가슴이 발발 떨린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군민들 잘 살 수 있도록 하라고, 편하게 살게 하라고 군수를 만들어줬던 거다. 그런데 삶을 짓밟아 버렸으니까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안:투쟁 과정에서 집회에 참여도 하고 찬핵쪽과의 갈등을 겪기도 하면서 불의를 못참게 됐다. 또 그런 싸움이 자주 있었다. 이미 1인시위를 통해 노출될 대로 다 노출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불이익을 당한다 해도 뭐 특별할 것도 없다.

박:실상 군수하고 오래전부터 친구 사이다. 그래서 배신감이 처절하다. 나를 배신한 게 아니라 부안군민을 배신했다는 것이 더 크다. 결정적인 것은 내소사에서 짐승처럼 행동한 것이다. 그때 ‘종규’가 “욕을 하려면 하고 때릴려면 때리고 돌을 던지려면 던져라”며 “나도 부안을 사랑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완전히 열이 받았다. 세상에 군수라는 놈이 군민한테 이럴 수가 있느냐 말이다. 사람으로서 군수로서 그렇게 말할 수는 없는 거다. 군민들한테 “잘 해 보려고 했는데 잘못됐습니다” 이렇게 나와야 하는 것이지. 그건 폭력을 유발시킨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그때부터 매일 1인시위에 나왔고 군수를 보기만 하면 욕부터 하고 그랬다.

-1인시위가 내걸었던 군수퇴진이 미제로 남아 있다. 1인시위가 끝난 상황에서 어떤 점이 아쉬운가.

박:끝내 놓고 보니까 군 공무원들이 맘 놓고 돌아다니는 걸 보면 안 좋지만 군수가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을 보면 그래도 마음이 놓인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다. 2·14 주민투표 1주년에 맞춰 대책위를 해체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우리만 1인시위를 계속할 수는 없었다. 원래 대책위가 해체하지 않았으면 우리도 계속할 계획이었다.

이:우리가 1인시위를 계속한다고 해서 종규가 스스로 물러날 리도 없고, 핵폐기장 사태에 책임을 질 리도 없고, 치고 패고 달려든다고 하더라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 떨어뜨리지 않고는 힘들다. 하지만 대책위에서 조금만 노력했어도 1인시위는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대책위는 12월 승리대회 이후 별다른 신경을 안 썼다. 지금도 종규는 영광원자력발전소에 군민들을 보내 견학시키고 있다. 그래서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다.

안:우리는 별도의 투쟁기구가 아니라 범대책위의 일원으로 1인시위에 참여해 왔다. 그래서 별도의 개인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항시라도 상황이 발생하면 다시 함께 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여전히 개개인의 마음 속에는 군수퇴진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생각들이 많다. 지금도 무언 중에 투쟁은 진행되고 있다. 김종규가 맘대로 주민들을 만나러 다니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설날이 끝난 뒤 예정됐던 군정보고회도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쓰레기 소각장 유치와 시외버스터미널 이전 문제에서 부안군은 여전히 비민주적인 밀실행정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군 행정의 문제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박:현재 군청 직원들은 군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군수를 위해서 존재한다. 관치행정 시절 보다 더 나빠진 것 같다.

안:정확히 말하자면 단체장 선거에 공무원들이 줄서기를 하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본다. 거기에 목을 걸고 있는 거다. 예를 들어 군수 선거에서 경쟁 후보를 지지했던 직원을 당선된 군수가 가만히 놔 둘 리 없는 것 아닌가. 당연히 ‘모가지’를 조일 것이다. 그러면 그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살 궁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결사적으로 군수에게 비벼대는 것이다. 터미널 문제만 해도 군청 과장이란 사람이 어떻게 땅 주인에게 찾아가 땅을 팔지 말라는 방해 공작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박:군청 공무원들은 군민들도 여론도 뒷전이다. 군수한테만 줄을 대고 있다. 지금 군수는 아부하는 놈들 얘기만 듣고 있다. 군민 여론은 일절 듣지 않는다. 아래 직원들은 “군수님 옳습니다, 옳습니다”라고만 한다. 또 군수가 한마디 하면 직원들은 그것을 따르기에 바쁘다.

안:그리고 김군수가 아집이 심하다. 자기하고 다르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적대적인 개인 감정을 그대로 표출시킨다. 그런데 현재 군청 실세들을 보면 다른 후보측에 서서 전에는 괄시를 받았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냥 아부한 결과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다. 그렇게 되면 다른 계파 공무원들은 또 자기가 살아 남으려고 아부를 한다. 그러다 보니까 군수가 어떤 법을 어기고 행정적으로 잘못을 범해도 올바른 조언을 못하게 된다.

박: 관선군수 시절에는 군수에게 임명권이 없었지만 지금은 군수가 인사권과 예산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군수 마음대로다. 이에 대한 견제가 필요한데 군의회는 예산 심의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군의원들이 군예산을 심의할 능력조차 안된다. 예산서 나눠주면 밥 그릇이나 챙기려 들지 세부 항목을 꼼꼼히 잡아내지 못한다.

-독선적인 군수, 아부하는 공무원, 무능하고 이기적인 군의원 등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더 나은 군정과 의정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박:제일 중요한 것은 주민소환제다. 언제 도입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자치단체장들의 반발이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수나 도지사들이 도입하지 말라고 국회의원들에게 압력을 넣을 것이다.

안:단체장을 문책할 수 있는 주민 심판 제도가 전혀 없으니까 단체장들이 무리한 행동을 멋대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자기를 끌어 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아니까 그런 것이다. 부안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도 주민소환제는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행정 관료들은 행정적으로 무리가 온다는 명분을 내세워 꺼린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그들의 우려대로 수준이 낮지는 않다.

진행=서복원기자 bwsuh@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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