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바닷길 걷기

지난달 24일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날씨. 잔뜩 움츠린 ‘새만금 바닷길 걷기’ 참가자들이 내초도 교회에 모여들었다.

환경운동가에서 서울서 온 대학생, 지역주민 등 20여명이 참가한 이번 걷기는 벌써 여섯 번째를 맞았다. 서울행정법원의 새만금 판결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때문인지 반짝이는 눈들로 가득했다. 우리는 ‘새만금갯벌은 살아야 한다’, ‘4공구를 터라’는 내용의 깃발을 들고 군산시 남수라에서 걷기 시작했다.

새만금갯벌 바닷길 걷기는 물이 빠진 넓은 갯벌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때를 잡아야 하기에 오후 12시 전후 간조 때를 잡아 출발했다. 바닷바람 때문에 평상시보다 보온이 잘 되는 옷을 입었고 거의 온종일 햇빛을 받기에 얼굴이 타지 않도록 미리 준비했다. 우리는 6박7일 동안 계속 걷기로 하고, 숙소로는 교회나 마을회관, 계화도 갯벌교육관 ‘그레’ 등으로 정했다. 식사는 직접 했고, 점심은 아침을 넉넉하게 해서 주먹밥을 준비해 뒀다. 야외에서 먹는 주먹밥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면 대개 제방 위를 걷지만 군산 미군기지 옆과 부안 백련리에서는 해안사구를 따라 걸었고, 김제시 진봉면 구간이나 계화도 섬을 돌 때는 바위해안을 걸었다. 구 옥구염전 지역에서 갈대군락 사이로 난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계화산 정상이나 망해사 전망대, 부안 바람모퉁이 같은 야산에 올라 멀리 갯벌을 바라 보았다. 군산시 회현면 월연리와 장돌마을, 김제 화포지역의 염습지, 부안 조포 옆 갯벌과 계화도 앞 갯벌에서 걷는 느낌도 남달랐다. 아름다운 염습지와 갯벌을 직접 거니는 기분도 색달랐다. 염습지의 색깔 변화는 봄부터 겨울까지 녹색에서 붉은 색으로 다시 갈색으로 변하여 계절마다 다른 느낌이 들었다.

새만금갯벌에는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온다. 만조 때 많은 새들을 가까이서 많이 볼 수 있지만, 만원경을 가지고 가면 간조 때도 새를 자세히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미군기지 옆 갯벌에서 50여마리의 혹부리오리, 구 한국염전 옆에서 청둥오리와 흰빰검둥오리 2천여마리, 김제 화포에서 쇠기러기 2만여마리, 고니 30여마리, 부안 문포옆에서 떼까마귀 1만여마리, 조포옆에서 좀도요와 흰물떼새 1만여마리, 계화도 들판에서 기러기 1만여마리를 볼 수 있었다. 새만금갯벌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는 천혜의 지역이다.

봄을 맞은 어민들은 조업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만경강과 동진강을 따라 실뱀장어 잡이 배들이 20m 폭의 그물을 단 채 80여척이나 자리를 잡고 있었다. 포구마다 배 수선으로 분주했다. 해안가는 칠게잡이용 통발(파이프에 홈을 판 모양)을 갯벌 표면에 뉘어놓고 손질에 바빴다. 게들이 본격적으로 먹이 활동을 시작하는 봄부터 가을까지를 위해 통발을 준비하는 것이다.

겨울철이면 칠게나 갯지렁이는 먹이를 거의 먹지 않고 갯벌 속에서 동면에 들어간다. 조개들도 추우면 깊이 들어간다. 그래서 ‘그레’나 ‘갈꼬리’로 조개를 잡으려면 힘이 든다. 부안 조포 옆 갯벌에는 숭어, 망둥어 잡이용 ‘어살이’가 여러 개 늘어져 있고, ‘그레(또는 그랭이)’로 생합을 잡는 사람도 만났다. 만경대교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망둥어 낚시에 열중이다. 여전히 새만금갯벌에는 전통 어업 방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풍경들은 새만금 방조제 4공구 물막이 공사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곳곳에서 만나 어민들은 이전보다 어업이 잘 안된다고 푸념했다. 하지만 어업만하고 살아온 어민들로서는 올해도 희망을 안고 조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방조제 4공구의 일부 구간만이라도 다시 트고 다리를 만들어 해수유통을 한다면 어업조건은 더욱 좋아질 것이란 주문도 이어졌다. 많은 어민들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새만금 판결 뒤 희망을 갖는 모습이 역력했다.

갯벌을 걷는 동안 새만금갯벌과 주민들을 위협하는 미군기지, 구 한국염전 자리를 72홀의 골프장으로 만드는 공사 현장, 구 옥구염전 자리를 대하양식장으로 바꾼 안타까운 모습을 목격하면서 새만금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새만금갯벌의 생생한 모습을 느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전체 구간을 걷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한 구간만이라도 걸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번 걷기에 한 구간이라도 동참했던 참가자들은 총 80여명. 지난 2일 부안 해창갯벌에 도착한 사람들은 즐겁고도 심란했던 대장정의 걷기를 마무리했다.

주용기 시민기자 juyki@hanmail.net / 환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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