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소 골프장 건설 관련 주민 입장
지난 22일 진서면 곰소항 일대를 돌아봤다. 이곳 주민들을 통해 인근 남선염업의 골프장 건설 계획에 대한 지역 여론을 살폈다. 아직 골프장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지 않은 가운데에도 이에 대한 주민들 사이의 찬반 입장은 비교적 분분한 상태였다. 남선염업은 지난달 21일 본보 인터뷰를 통해 구상 단계에 있는 골프장 건설 방침을 밝힌 바 있다./편집자 주골프장 건설 찬성론은 무엇보다 지역 방문객의 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로부터 출발했다. 선창가에서 횟집을 경영하는 이상기 씨는 “염전이 존속하면 좋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골프장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골프장에 하루 평균 70~80대의 차량이 들어올 경우 320여명의 골프객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되는 셈”이라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어업에 종사하는 최성수 씨는 “골프장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골프장이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찬성론이 골프장 잔디 관리를 위해 필요한 맹독성 농약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가장 경계심을 늦추지 못하는 것이 바로 골프장의 농약 살포로 인한 인근 어장의 오염이다. 어민 정동식 씨는 이에 대해 “현재도 곰소만은 어획량이 감소된 상태”라며 “특히 비가 내리면 골프장의 농약이 바다로 유입될 것이 분명해 어민들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 ”이라고 걱정했다.
해양 오염에 대한 걱정에 앞서 주민들은 곰소 염전에서 생산되는 ‘백곰표 소금’이 사라질 위기에 더욱 신경이 쓰이는지도 모르겠다. 정씨는 “개항 때부터 곰소 젓갈은 유명했다”며 “염전에 골프장이 들어서 소금 생산이 중단될 경우 소금을 재료로 써야 하는 젓갈업도 당연히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만큼 천일염과 젓갈업이 맺어 온 수십년간의 공생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찬반 입장을 정하지 못한 주민들의 관망 여론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은 입장이 없다기보다는 아직 관심을 쏟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염전측에서 건설 일정을 명확히 하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고 오랜 불경기에 ‘딴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으로도 보였다. 특히 불황에 겨울 비수기까지 겹친 어판장 한 상인은 골프장 건설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돈 많은 사람들끼리 지으라고 냅둬요”라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작년부터 계속된 수산당국의 불법 조업 단속으로 인한 최악의 어황이 곰소 포구의 상인들을 통해 그대로 묻어 나왔다. 시장 입구에서 젓갈 가게를 열고 있는 한 상인도 “지금은 이렇다 저렇다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사태 변화를 주시할 요량임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골프객 유입으로 인한 경기 활성화에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는 “골프 치러 오는 사람들이 우리 가게에서 젓갈을 산다거나 여관에서 숙박을 할 리는 없을 것”이라며 ‘골프객’과 ‘내 손님’ 사이의 거리감을 미리 재 보기도 했다.
이같은 논란은 사실 곰소 지역 전체의 관광자원 보호와도 밀접히 연계된 것으로 보였다. 정동식 씨는 “성수기 하루 평균 1만여명에 이를 정도의 곰소 방문 관광객은 주로 젓갈 가게와 횟집을 찾아서 온다”며 “따라서 바다가 오염된다면 관광객의 숫자는 줄어들 게 뻔하다”며 청정 해역의 보존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나름의 위기 해소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철만 씨는 “곰소가 항만 기능을 유지하려면 싱싱한 제철 물고기들이 포구에 가득 차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목포에서처럼 유입되는 갯벌을 제거하는 준설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생계 위기에 대한 고려없이 단행되고 있는 불법 어업 단속에 대해서도 불만이 그치지 않았다. 골프장 유치의 원인으로 제시되는 불안정한 염전 경영에 대한 해법으로는 “군에서 자금 지원을 받아 염전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안”도 내놓았다.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찬반을 넘어 주민들의 생계에 대한 위기감은 뿌리가 깊었다. 이들의 불안은 곰소의 폐항 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다. 연안의 토사 유입과 행정 당국의 대책 없는 불법 어업 단속은 어장이자 포구인 곰소를 지탱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지역 사정에서 골프장의 등장은 오랫동안 염전-젓갈-생선회-건어물로 이어져 온 이 지역 관광자원의 연계 고리를 송두리째 뒤흔들 위험성마저 안고 있다.
서복원기자 bwsuh@ibu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