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양할미 굽나마식 신고 서해 거닐며 풍랑 다스려 지나는 어부와 배들 보호

부안은 마을 공동체가 비교적 오랫동안 존속되고 있어 정월 대보름에는 마을마다 대보름 당산제나 풍어제가 열리는 곳이 많이 남아 있다.

정월 대보름에 부안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당산제와 풍어제를 소개한다.

부안군 격포리 죽막동에서 열리는 수성당제는 격포해수욕장에서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약 2km 지점에 있는 적벽강 절벽에 있는 수성당(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 58호)에서 조촐하게 치러진다.

수성당제는 1960년대 이후 그 맥이 끊어졌으나 지난 2003년에 개양할미 영정과 탱화들을 복원해 다시 지내고 있다. 수성당은 개양할미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으로, 칠산바다를 수호하는 ‘개양할미’라는 여신을 모신 해신당이다. 개양할미는 키가 매우 커서 굽나막신을 신고 서해를 걸어 다니며 풍랑을 다스리고 이곳을 지나는 배들과 어부들을 보호한다고 전해진다.

수성당의 당제는 정월 보름날 낮이며 무당이 주관해 제사를 지냈는데 바다에서 무사고, 풍어와 풍농, 주변 마을들의 무사태평을 빈다. 보안면 우동리 당산은 전형적인 이 고장의 솟대당산으로 오리솟대, 오리수살대, 오리살대 등으로 불리고 있다.

우동리의 수호신을 모시는 제사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천륭신제이고 하나는 당산제이다. 천륭제는 정월 14일 밤 마을 뒷산에서 지내는 산신제로 제관과 화주 두어 사람이 지내며, 당산제는 보름날 낮에 온 마을 사람들이 참여한다.

정월 초사흗날 마을 회의를 열어 제관을 선임하고 제수비 마련을 위해 건립굿을 한다. 정월 보름날에는 솟대를 세우고 짚을 거두어 동아줄을 꼬는데 암줄과 숫줄을 각기 30m쯤, 굵기는 직경 30cm 정도의 크기로 마련한다. 마련된 동아줄을 어깨에 메고 마을 돌기를 하는데 이는 지신을 밟아주고 잡귀가 마을에 침입하지 못하게 하는 '액막이‘라 한다.

마을 돌기가 끝나면 남녀가 남북으로 나뉘어 줄다리기를 하는데, 암줄과 숫줄의 고를 연결하기 전에 신랑신부를 꾸민 한 쌍이 각기 자기편의 줄 위에 올라 서서 혼례를 올린다. 혼례가 끝나면 두 줄의 고를 접근시켜 비녀목으로 연결하고 줄다리기를 하는데 매우 흥겹고 재담과 해학이 넘친다.

여성편이 3전2승으로 이겨 풍년을 기원하면서 줄다리기가 끝나면 당산 옷 입히기를 통해 묵은 옷을 벗겨 내고 깨긋이 주변을 정리한 다음 솟대 신간에 줄을 감아 준다. 두틈하게 약 2m 높이로 감아준 다음 당산제를 지낸다. 제는 분향, 헌작, 독축, 소지 순으로 당산제를 모두 마치게 된다.

이향미 기자 isonghm@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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